기분 나쁘면 학폭이라고요?

학폭인가 갈등인가.

by 로렝

학폭과 갈등, 그리고 어른들의 말


초등학교 아이들은 자라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습니다.


친구에게 우쭐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 사소한 말로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지요.


중요한 건 그 자리에서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며 다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친구에게 “내 문제집 레벨이 더 높아”라는 말을 하며 우쭐한 마음을 드러냈고, 그 말이 상처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중재로 아이는 곧바로 사과했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충분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갈등은 해결되었는데, 어른들의 말이 꼬리를 물며 확대되었습니다.


“놀리고 괴롭힌다”“누가 누구를 무섭다고 했다더라” 는 식의 말이 학부모 사이에 오갔고, 생활 체육 활동에서는 아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학부모님이 저에게 연락해, “그런 험담이 불편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말보다 더 무서운 건 어른들의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분 나쁘면 학폭’이라는 학교 문화


사건 직후 반 전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알림장을 받았습니다.


상처 주는 말도 학폭

뒷담화도 학폭


이 무슨 기막힌 우연의 일치일까요?

학폭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문구만보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가 낙인찍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실수의 말과 친한 친구에게 드러낸 그 애 무섭더라는 감정 표현이 학교폭력이라는 경고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선생님께 지도 받고 그날 알림장을 쓰면서 그날의 학폭지도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몰랐을까요?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실수,

그리고 솔직한 감정 표현까지도 모두 학폭이라는 틀에 넣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

“무섭다”라는 감정 표현은 솔직한 느낌일 뿐,

특정 친구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에게 건넨 감정표현때문에 말이 전해져

알림장에 ‘뒷담화=학폭’으로 지도받았습니다.


학폭지도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한 중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반 전체와 교사를 학폭으로 신고한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분 나쁘면 학폭’이라는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결국 피해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돌아갑니다.


아이들이 진짜 배워야 하는 것


좀 화도 나고 억울해서 찾아보니

법원 판례에서도, 대상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것도 친구에게 건넨 불편·불만표현은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고 본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일상의 대화 속 감정 표현과 학교폭력은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좌충우돌하며 실수하고,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자랍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사과와 화해를 배우는 것, 그리고 다시 함께 어울리는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사소한 말은 금세 사라지지만, 어른들의 말은 아이를 배제하고 낙인찍는 힘을 가질 수있습니다. 어른들의 말이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아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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