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패키지 경쟁력 및 R&D 역량,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메모리 칩 사업부 내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전담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팀은 6세대 AI 메모리인 HBM4 메모리와 차세대 AI 가속기 마하-1에 들어가는 차세대 AI 칩의 개발 및 판매, 생산 수율을 높이는 게 주요 임무로, 황상준 삼성전자 부사장 겸 DRAM 제품 및 기술 총괄이 새로운 HBM 팀을 이끌게 된다.
삼성전자는 HBM과 마하-1 등 두 가지 첨단 메모리칩을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한다. 새로운 HBM3E 메모리를 2024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4 메모리는 2025년에 양산할 계획이다.
신형 마하-1은 GPU와 HBM 메모리 칩 사이의 병목 현상을 줄이는 새로운 SoC(시스템온칩)이다. 삼성은 나아가 AI 가속기의 차세대 모델인 마하-2도 개발 중이다.
HBM3E 메모리와 차세대 HBM4 메모리, 마하-1, 마하-2를 통해 고대역 메모리 분야에서 다시 선두를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오랫동안 1위를 지켜왔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문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등에 크게 뒤쳐져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시스템 반도체기업 엔비디아 구매팀이 SK하이닉스와 2024년 HBM3 공급 물량계약을 진행할 당시 삼성은 HBM3의 수율 및 발열 문제로 엔비디아가 제시한 기준을 못 맞춰 샘플 테스트 통과하지 못했다.
삼성은 4분기까지 기준을 맞추겠다는 굴욕적인 요청 끝에 엔비디아와 조건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HBM은 D램을 적층 방식으로 쌓아 올린 것으로, SK하이닉스는 작년 12층으로 쌓아 올린 'HBM3 H12를 출시했고, 지난달에는 이보다 높은 사양의 신형 HBM3E를 발표했다.
세계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양산을 지난해 4분기 시작, 올해 2분기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론 제품은 8단으로 D램을 쌓아 올린 HBM3E H8으로, 지난해 엔비디아가 공개한 하이엔드 특급 AI용 GPU H200에 탑재될 예정이다.
양 사는 올해 상반기 엔비디아 출하가 시작되지만 삼성은 최근에야 엔비디아로부터 제품 테스트를 통과, 빨라야 올 하반기에나 출고가 가능할 전망이다.
사실, HBM 메모리 시장 역시 삼성이 먼저 시작했다. 삼성은 2010년 초부터 HBM 연구개발을 시작, 수년간 지속해 오다 예상보다 수요가 적고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자 성장성이 없다고 판단, 2019년 HBM팀을 해체했다.
이때는 고 이건희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전자를 이끌던 시기였다.
삼성은 초격차를 외치며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한다는 전략이었으나 정작 누구나 예상 가능한 AI(인공 지능) 반도체 시대가 곧 도래할 거라는 전망을 무시했다.
삼성전자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60조 원에서 2023년에는 6조원 대로 곤두박질 친 게 우연이 아닌 톱 경영진의 리더십 부족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 이건희 회장의 탁월한 예측 및 결단력과 일사불란한 조직력으로 10년 이상 세계 IT업계의 선두 주자로 군림했었지만 이전에 구축된 사업이 최근의 흐름에 빠르게 밀려나고 있고 사업 분야 쇄신은 시기를 놓치면서 삼성의 존재감이 급격히 퇴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