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함께 친환경차의 핵심을 이루는 수소차 보급이 시들해지고 있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연료인 수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수소승용차인 넥쏘의 올 1분기(1-3월) 판매량은 601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가 줄었다. 넥쏘는 지난 2022년 1만164대가 팔렸으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7.4%가 감소한 4,328대에 그치면서 판매가 주춤한 모양새다.
탁월한 제품력에도 불구, 최근 몇 년간 수소차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지켜 온 넥쏘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이유는 충전인프라 부족과 수소 공급가격 상승, 선택의 다양성 부재가 손꼽힌다.
넥쏘의 소비자 가격은 6,950만 원이지만 차량 한 대당 시비 1,000만 원, 국비 2,250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 1천만 원(서울시 기준)을 합쳐 총 3,250만 원을 지원받아 3,700만 원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보조금 외에 최대 660만 원의 세제 감면(서울시 기준)과 주차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 혜택도 지원되기 때문에 사실상 3천만 원 초반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넥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하이빔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차량 출발 알림, 고속도로 주행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6에어백 시스템, 액티브 후드 시스템, 유아용 시트 고정장치(2열 2개), 가상 엔진 사운드, 세이프티 언락, 레인센서, 클러스터(10.25인치 컬러 LCD), 가죽 스티어링 휠(열선 포함), 인조가죽 시트, 운전석 및 동승석 전동시트, 1열 열선. 통풍시트, 2열 열선시트, 2열 6:4 분할 폴딩, 12.3인치 내비게이션(블루링크, 폰 프로젝션, 블루투스 핸즈프리),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멀티미디어용 USB 단자(1열 1개) 등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통틀어 가장 많은 첨단 사양들이 기본 장착돼 있다.
가격과 제품력으로 보면 대형 SUV 팰리세이드나 기아 쏘렌토 등 인기 SUV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다.
그런데도 판매가 갈수록 시들해지는 이유는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 수소 충전 가격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전국 수소차 등록 대수는 3만4,872대인데 수소충전소는 172개 소에 불과하다. 지난 3년 간 넥쏘는 180%가 늘었는데 수소충전소는 149%가 증가, 충전소가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넥쏘 등록대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의 경우, 수소차 충전소는 겨우 10개소, 총 14기만 운영되고 있다.
수소 충전소(승용 기준) 수는 2019년 17개, 2020년 24개, 2021년 35개, 2022년 51개가 신개설됐었으나 지난해는 25개로 다시 줄었다. 2024년에도 현재까지 4개가 신규 오픈했고 20기가 완성검사를 받지만 올해 모두 오픈할지는 미지수다.
수소차 출고가 충전소를 중심으로 집중되는 점도 수소차 충전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소차 구매도 충전소 인근으로 집중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수소전기승용차 넥쏘가 충전시설 부족으로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기준으로 반경 3km 이내 40%, 5km 이내 67%, 7.5km 이내에 86%가 집중됐다. 2021년의 7.5km 이내에 70%가 집중됐던 점과 비교하면 수소생태계 확대에 있어 수소 충전소 중요성이 더욱 부각돼 보인다.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대구·경북(11개), 강원(12개) 등은 일부 지역은 넓은 면적에 비해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 2023년 수소차 등록대수가 각 138대, 271대에 그쳤다. 반면, 수소충전소가 널리 보급된 대전. 충남. 세종(23개) 지역에서는 696대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도 그나마 수소충전소가 어느 정도 보급 돼 있는 편이다.
수소충전소 부족은 갈수록 값이 뛰는 수소 공급가격과 무관치 않다. 수소 가격은 2020년 kg당 8,800원이었으나 3월 말 현재 9,900 원까지 치솟았다. 수소 충전 비용은 한 번 충전(약 5만 원)으로 580~600km까지 운행할 수 있는데, 이는 가솔린 등 다른 연료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 공급되는 수소는 부생수소와 LNG 개질수소로 연간 약 6천톤 가량 공급되지만 대부분 공급업체들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산업용 수소로 공급하고 있어 수송용 수소는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국제 LNG 가격 급등에 개질 과정을 거치면서 추가 비용까지 발생, 지자체가 운영중인 상당 수 충전소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채산성이 맞지 않으니 개인사업자들이 수소충전소 사업을 꺼리고 있고 이는 충전소 부족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특별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수소 공급가격을 kg당 6천 원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었으나 아직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수소 공급가격을 낮추고 충전소 설치와 운영지원에 나서야 수소차 보급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