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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보가 낳은 ‘전기차 공포증', 진실은?

by M투데이
522600_142440_414.jpg 사진 :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합동 감식 (출처=연합뉴스)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이른바 ‘전기차 공포증’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5일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했고,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사도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기술력을 전파하는 등 전기차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잘못된 정보와 막연한 오해가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부추기고 있어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최근 전기차 화재의 언론 보도가 늘어나며 ‘전기차는 화재가 많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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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화재는 비전기차와 전기차 합계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4,800건에 이르는 등 하루에 약 13건 이상 발생할 정도로 빈번하다.


다만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로 오히려 낮은 상황이다.


또한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든다.


따라서 전기차가 더 화재가 많이 일어난다는 생각은 오해이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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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되어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으며,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걸려 피해가 크다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 사례다.


일부 전기차 화재에서 초기 진압은 단시간에 이뤄지더라도 이후 혹시 모를 배터리 화학 반응에 대비해 차량을 일정 시간 소화수조에 담가 놓거나 질식포로 덮어 모든 배터리 에너지가 소모될 때까지 관리한다.


다만 이 과정은 소방청 관리 하에 안전하게 이뤄지고 주변에 화재 피해를 확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긴 화재 진압 시간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522600_142443_535.jpg 전기차 화재진압 훈련 실시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소방안전본부

이 밖에도 전기차 화재는 비교적 최근인 2010년대 후반 이슈화돼 적절한 화재 진화 매뉴얼의 부재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전기차 화재의 특성 파악 및 소방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재 진압 시간을 줄여주는 여러 화재 진압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소방기술 솔루션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내외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의 진압 시간은 점차 짧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의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발행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실제로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만에 진화됐고, 인접 차량은 2대만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는 등 화재 규모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


2022년 대전의 한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1톤 트럭에서 시작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수백 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사고, 2014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20여대의 차량 피해를 낸 사고 등 내연기관차의 화재로 인해 대형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다수 있었는데 , 공통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화재 양상과 피해 규모는 발화 요인이 아니라 스프링클러의 정상 작동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한편 소방청은 오는 11월 20일까지 3개월간 스프링클러 설비가 갖춰진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 중 10%를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며, 전기차 화재진압 전용장비 확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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