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투데이 이상원기자] 최근 한 자동차업체가 전기차 포비아 확산을 막기 위해 전기차 화재가 비 전기차에 비해 훨씬 적다는 자료를 주요 매체를 통해 배포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소방청 통계를 인용, ‘전기차는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 당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가 1.86건으로 전기차의 1.32건보다 많았다.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비율이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다는 것이다.
전기차 화재가 실제로는 엔진차보다 적은데 소비자들의 걱정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알려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배터리 외부에 충격이 가해져 발생하는 열폭주에 대한 불안감도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됐다고 강조한다.
전기차가 엔진차보다 화재 발생률이 낮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전기차가 도로에 나 온 지 10여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노후 차량이 많은 엔진차에서 불이 날 확률이 높다.
같은 연식에 비슷한 주행 거리를 운행한 차량을 대상으로 한 화재 연구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엔진차와 전기차 어느 쪽이 화재 발생률이 높은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전기차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화재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건 확실하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2023년까지 5년간 화재나 폭발에 의한 전기차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담보) 사고 건수는 53건으로 전기차 1만대당 0.93대 꼴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엔진차를 포함한 비전기차 사고 건수는 6,256대로, 1만대 당 사고 건수는 0.90대였다.
이보다 약간 앞선 기간인 2018∼2022년 사이에 발생한 사고 분석에서는 화재, 폭발에 의한 전기차 자차담보 사고 건수는 29건으로 전기차 1만대 당 0.78대였다. 이 기간 비전기차 사고 건수는 6,049대로 1만 대당 사고 건수는 0.90대였다.
전기차나 엔진차 모두 시간이 흐를수록 화재 발생률은 높아지고 있다. 엔진차의 경우, 1톤 트럭 등 비교적 노후화된 차량에서 화재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연식이 얼마 안된 차량에서도 화재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자화나 커넥티드화, 자율주행 등으로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되면서 차량 구성요 소가 복잡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기차는 최신 모델이 많아 엔진차보다 더 전동화, 전자화가 더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고전압 배터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머지 않아 전기차의 화재 발생률이 엔진차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화재 발생률보다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위험성이 엔진차보다 더 크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전기차든 엔진차든 밀폐되고 밀집된 공간에서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화재 원인이 규명되기도 전에 배티리 셀 문제를 제기하고 충전률을 문제 삼고, 중국산이나 한국산이냐 편가르기를 하고, 방송을 통한 비전문가의 멘트가 정책에 반영되는 행태가 한국에서의 ‘전기차 포비아’를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 많다.
한 달 넘게 온갖 전기차 문제점들이 온 매체와 포털을 뒤덮었는데 어떻게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