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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기 ① 미국 동부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2023년 1월 25일 일기 중 발췌

by 예원

언니랑 인천 공항에서 헤어지는 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슬펐다. 미국으로 되돌아가 석사 학위를 끝내야 한다는, 그리고 박사 과정에 도전하여 어느 대학이든 붙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는 찡얼거렸다.


마지막으로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나는 언니한테 이렇게 말했다: "성공해서 돌아올게." 성공하겠다는 나의 마지막 외침은 뭐랄까? 너무 공허한 외침이었다.


나는 미국이라는 땅에서 성공할 자신도, 석사 과정을 끝내기 위해서 프로젝트 페이퍼를 쓸 힘도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서울에선 괜찮은 척 실컷 떠들었지만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남들 앞에서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영웅담과 여행 이야기 보다리를 실컷 풀어냈지만, 불안한 마음을 한가득 담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또 흘러간다,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저 가만히 앉아 고요한 마음을 되찾는다. 나는 서울이 좋다, 바쁜 대도시는 만날 사람도, 그리고 할 수 있는 일도, 갈 수 있는 교통편도 마련되어 있었다. 일단 내가 '시작' 버튼만 부르면 어디든, 언제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철학은 사실상 얕고 짤막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나는 이미 정신을 놓아버릴 만큼 대도시 서울에 현혹되어 있었다. 각박한 서울살이, 제정신을 붙잡고 있지 않으면 무너지기 십상이다.


나는 서울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끝임 없이 방탕한 삶을 즐겼다. 자극적인 공간이 무한정으로 제공하는 무해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 요란하게 놀았다. 계속 반복했다. 나에게 그들은 너무 자극적이라 계속 더를 외치다가 그 자극에 중독되어 말 그대로 망가진다.


몸이 아파왔다. 정신이 분열되어 착란을 일으킨다. 동시에 나는 서울이라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았다, 내가 좀 더 우쭐거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다가 내가 왜 서울에 돌아왔는지 또 까먹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있는 미국 동부는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 공간을 제공해 준다. 말 그대로 일단 그곳으로 가면 할 일 없이 고립될 수 있는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무겁게 미국 동부로 가는 발걸음을 떼었다. 다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잘 가, 나의 서울.


대체 텍스트: 전통 가옥인 한옥 문 안으로 나무로 된 의자와 함께 의식을 위한 놋그릇이 보인다.

상황 소개

: 필자는 미국 동부에서 석사 과정 중인 인문학도이다. 미국으로 석사 과정을 떠날 때는 석사를 끝내기 전까지는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며 떠났다. 웃으면서 떠났다. 그리고 1년 반 만에 허겁지겁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운 고향이 생각난 것이다. 다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는 공항에선 웃으면서 인사할 수 없었다. 막상 한국에 오니 익숙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 것이다. 유학길에 오르는 것은 소소한 일처럼 생각했고 학위 끝내는 건 엄중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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