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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by 무아

가끔은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하루에도 마음이 조용히 일렁일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 한편이 조여 오고,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저를 잠시 멈춰 세웁니다.
누군가의 웃음소리, 자랑스러운 순간, 그리고 빛나는 삶이 스쳐 지나갈 때면, 문득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곤 하죠.

그게 열등감인지, 질투인지, 아니면 외로움인지… 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그 순간 저는 저보다 남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비교하지 마, 각자의 삶은 다른 거야.”
머리로는 알고 있었어요.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천천히, 또 누군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는 것을요.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이성보다 한 걸음 느리게 따라옵니다.

안다고 해도 자꾸만 비교하게 되고 피하려 해도 어느새 무의식 중에 저울을 들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죠.


그런 저를 처음 자각했던 건,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습니다.
어릴 적, 동생들이 저보다 더 배려받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었어요.

저보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 더 화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 SNS 속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는 사람들을 보며, 저는 자꾸만 뒤처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들은 제가 닿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고, 결국엔 항상 '부족한 사람'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곤 했어요.

그렇게 쌓인 감정들은 어느새 열등감에서 질투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단지 부러움이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부러움은 점점 날카로워졌고, 질투는 제 마음의 가장 여린 곳을 파고들어 조용히 저를 갉아먹기 시작했어요.


‘나는 왜 저렇게 못할까?’
‘왜 나만 늘 제자리일까?’
‘내가 이만큼밖에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질문이 반복될수록 저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질투가 남긴 상처는 자책으로 이어졌고, 자책은 자괴감이 되어 결국 저라는 존재를 서서히 잠식해 갔어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면서도, 속으로는 매일같이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문득, 동생들만큼 저 역시 다른 방식으로 배려받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눈부신 SNS 속 삶들도 그 이면엔 말 못 할 그림자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모든 사람이 빛만 안고 살아가는 건 아니더군요.
제 질투와 이기심은 저의 어둠과 남들의 밝음을 비교하고 있었던 거예요.
사람마다 삶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존재한다는 단순한 진실을 저는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거죠.

감정은 억누를수록 더 짙어지고, 밀어낼수록 더 아프게 되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질투도, 시기도, 외로움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합니다.

그 모든 감정들마저도 결국은 저를 이루는 일부니까요.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이 너무 눈부셔 보여서 그 빛에 눈이 부셔 내 안의 불빛조차 보지 못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강한 빛에도 그림자는 존재하고, 나의 그림자 또한 내 안에 숨은 빛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비교의 감정에 무너지는 날이 오더라도 이제는 그 감정까지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습니다.
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애쓰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경쟁이 자연스러운 이 사회에서 비교나 질투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감정 아닐까요?
중요한 건, 그 감정들을 어떻게 마주하고 다루느냐인 것 같아요.
질투를 무조건 나쁘다고 여길 필요는 없어요.

때로는 그 감정조차도 나를 더 단단하고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수긍할 건 수긍하면서, 그렇게 저는 저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됩니다.


지금의 저는 남들의 빛을 부러워하며 저의 불빛을 꺼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눈에 띄지 않아도 누군가의 기준에 들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 속도로 저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은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제 마음에 조용히 말을 겁니다.

“괜찮아. 누구보다도 넌 잘 살아내고 있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네 안의 빛은 꺼지지 않았어.”


비교가 아닌 이해로, 질투가 아닌 따스함으로.
여전히 질투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 질투를 발판 삼아 나라는 존재를 더욱 빛나게 아껴주는 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이렇듯 오늘도 나만의 빛으로 나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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