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렇게 두유가 우리 집에 왔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부터 난 작은 생명들에게 한없이 약한 사람이었다.
오밀조밀 움직이는 작은 동물도, 해맑게 웃는 아이도, 그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책임질 수 없는 나이였기에 그저 귀엽다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우울증 판정을 받았다.
무기력에 잠식되어 하루하루가 희미해질 무렵이었을까.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
하지만 내 몸 하나 돌보는 것도 버거운 내가 과연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그 고민을 수백 번은 되풀이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끝없는 우울감에 몸을 맡긴 채 그저 SNS 피드를 무의미하게 넘기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마주친 영상 속에서 작은 햄스터가 꼬물거리며 간식을 먹는 영상이 유난히 내 마음에 박혔다.
두 손으로 간식을 꼭 쥐고 열심히 입에 넣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이 장면들이 마치 잔상처럼 내 머릿속에 남아 맴돌았다.
'햄스터 키우고 싶다.'
그 생각 하나로 나는 무려 1년 반 가까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또 고민했다.
그 작은 생명체도 하나의 소중한 존재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명, 종류, 습성, 질병, 환경...
어쩌면 인생에서 이토록 깊이 공부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깊이 파고들어 있었다.
반려동물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생명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생 신분인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고려했을 때, 햄스터가 가장 최선이었다.
그렇게 오랜 망설임 끝에 마침내 결심을 내렸다.
친구와 함께, 작은 생명을 맞이하러 갔다.
그곳에서 나는 골든햄스터 헤테르 그레이 밴디드 한 마리를 만났다.
내 손바닥보다 작은 생명.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조그만 몸.
그 작은 것이 이제 내가 책임질 아이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작은 몸집, 그에 비해 유난히 커다란 눈.
마치 온 세상을 담고 있는 듯한 그 깊고 동그란 눈을 보며 생각했다.
'네 이름은 두유야.'
2021년 2월 겨울의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어느 날, 그렇게 두유가 우리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