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표 영어 도전기

by 지니

"엄마표 영어 어떻게 시작하세요?" "엄마표 영어 교재 추천해 주세요."

온라인 육아 카페에서 가장 많이 보는 질문들입니다. 마치 엄마가 선생님이 되어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는 듯이 말이죠. 하지만 제가 4년간 아이와 함께 영어를 해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엄마표 영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엄마표 영어'는 말이죠.

소위 '엄마표 영어'라고 불리는 것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런 모습입니다. 엄마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계획표를 세우고, 진도를 체크하는 것. 하지만 이는 학원을 집으로 옮겨온 것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영어교육 분야의 베스트셀러인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에서도 이와 같은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한 영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엄마가 선생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엄마표 영어'라는 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아이가 5세 때부터 시작하면서 교재를 사고, 계획표를 세우고, 아이가 따라 하지 않으면 혼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습니다.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을 다니는 다른 아이들이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잘못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며 수없이 흔들렸습니다.

어떤 날은 정말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영어 시간을 피하려 했고, 저는 자꾸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학원에 보내는 게 나을까?" "이렇게 해서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가 '엄마표 영어'라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서 정작 효과가 있었던 건 제가 '가르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함께 듣는 영어 동요, 저녁에 함께 보는 영어 애니메이션, 잠들기 전 함께 읽는 영어 그림책. 이런 것들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냥 '함께 하는' 것들이었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갑자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어 듣기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보였고, 무엇보다 영어를 어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동안의 매일 조금씩이었던 영어 노출이 아이 안에서 조용히 쌓여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엄마가 선생님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영어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일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환경이었던 거죠. 아빠가 함께 영어 영화를 보고, 할머니가 영어 동요를 틀어주고, 아이 스스로도 영어를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엄마표 영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신 '가족표 영어', '일상표 영어'가 존재할 뿐입니다.

엄마가 선생님이 되려고 애쓰지 마세요. 대신 아이와 함께 영어를 즐기는 동반자가 되어보세요. 완벽한 발음으로 가르치려 하지 말고, 서툴러도 함께 영어 노래를 부르고, 함께 영어 책을 읽고, 함께 영어 만화를 보세요.

진정한 영어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것입니다. 엄마표 영어라는 부담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진짜 영어 교육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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