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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환영하지는 않습니다 - 노키즈존

생애 첫 갤러리 문전박대

by 무아과

‘아이 화장실 같은 인프라는 참 잘 되어있는데, 사회 분위기는 애들을 반기지는 않는 것 같아.’

한국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브루클린 육아 동지 친구들이 한국에서의 육아 생활이 어땠냐고 물어볼 때 난 이렇게 대답했다.


공공 화장실의 유아 변기는 실로 신세계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로봇 모양의 변기도 있고, 다른 곳에선 동물 캐릭터 모양을 한 변기도 있었다. 덕분에 평소 노느라 바빠 화장실 안 가겠다고 고집부리던 아이도 반갑게 예쁜 변기 구경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유아용 세면대가 있는 곳도 있고, 세면대 밑에 다리받침이 있는 곳들도 많아 아이가 혼자 볼일을 보고 손을 씻기 좋은 환경이 잘 갖추어있다. 그리고 공공 화장실이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어떨 때는 음악까지 나올 만큼 쾌적하다는 걸 말할 것도 없다. 아파트, 공원 등의 놀이터들 역시 평일 오전 아이들을 보기 어렵다는 점 빼고는 대체적으로 브루클린에 비해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많은 큰 박물관에 어린이 박물관이 따로 마련되어, 주말 피켓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거의 실내 놀이터 수준의 박물관 시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이번엔 피켓팅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어린이 구역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이면엔 한편 또 다른 반전이 있었다는 걸 곧 깨닫게 된다.


지인의 초대로 평일 낮 아이와 어느 작은 미술관에 들어섰다. 막 3돌을 넘겨 저음으로 이야기하기와 살살 걷기가 어려운 에너자이저 딸아이와의 함께한 우린 10분도 채 되지 않아 관계자의 제지로 연행되어 나왔다. 세돌 아이와 미술관에서 쫓겨난 게 처음이라 허탈한 표정으로 있던 내게 지인은 자신이 잠시 아이를 밖에서 보고 있으니 좀 더 보고 오라 했다. 그렇게 아이와의 첫 전시 관람 후 지인이 추천하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향했다. 계단이 있는 입구를 유모차 탄 아이를 들어 올려 통과해 문을 열자마자 입구의 관계자는 아이는 출입할 수 없다고 우리를 거부했다. 내부는 회화 전시 중이고, 다른 관람객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아이가 탄 유모차를 들어서 계단을 내려가며 난 중얼거렸다. ’ 이러니까 사람들이 애를 안 낳지…‘


만 6살 아이가 있는 다른 친구는 비슷한 일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아주 무더운 주말 한낮, 세 가족이 지하철 타고 브런치를 먹으러 땀을 삐질삐질 흘린 채 가고팠던 카페에 당도했다. 도착하자마자 직원을 ‘여긴 노키즈존입니다.’라고 말했다 -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하는 만 6살 면전에서. 순간 무안해졌으나 소중한 가족의 주말 낮을 망치고 싶지 않던 친구는 말없이 가족을 이끌고 나와 마침 생각난 근처의 다른 카페로 향했다.


그럼에도 나를 낳고 키워낸 땅과 어른들, 함께 자라가는 친구들, 익숙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있는 한국은 떠나오고 보면 더 그립기에 좋았던 것들을 더 많이 떠올린다. 더운 여름날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와 치우지 않은 반려견의 대변으로 악취가 나는 보도를 지날 때 ‘아이 지저분해!‘ 하는 나의 탄식을 들으며 유모차에 있던 아이는 코를 막으며 ’브루클린 길은 서울보다 지저분해!‘라고 나의 불평을 되풀이한다. 내가 ‘그러게, 서울은 길이 참 깨끗한데.’라고 답하자 아이는 ‘아, 그럼 서울 길이랑 여기 브루클린 길을 바꾸면 되겠다!’라고 아이디어를 낸다. ‘하하, 그럼 쓰레기 잘 치우던 서울 사람들은 무슨 죄야?’ 하며 아이와 깔깔 웃으며 그렇게 오늘도 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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