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왜 이런 노래를 듣나 했는데
기자를 오래 하진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나는 이 직군에서 밥벌이를 하면서 살아가려면 꽤 성격을 많이 변화시켜야 할 것 같았다. 글을 잘 쓰려고 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돌파하고 헤쳐나가는 힘이 강한 이들이 기자를 해야 밥 먹고 산다. 서른 중반의 나라면 할 수 있겠지만, 20대 중반 사회초년생 때의 나는 에고가 강했고 꽤 여렸다.
충무로역 근처의 고시텔에서 살았는데 한 달 45만 원 정도의 월세가 부담됐다. 기자를 그만두면서 서울에 머물러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해서 훨씬 저렴한 고시원으로 옮겼다. 19만 원 정도로 기억을 한다. 화장실과 욕실은 공용이었고, 누런 물 때가 곳곳에 껴있었다. 냄새 또한 불쾌했고, 배수구엔 낯선 털들이 덩어리 져 있었다. 침대 시트 또한 뒤틀려 있어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주인에게 말했는데 바로 바꿔주지 않아서 이틀 정도는 못 잤다.
겨우 시트를 바꾸고 나서 잠이 이제야 오나 싶었는데 발 끝에 있는 벽으로 시커먼 검지 두 마디 정도의 바퀴벌레가 올라가고 있었다. 창문 또한 없었고 고시원 복도에선 나른 나라 언어들이 들려왔다. 점점 음울해졌고 생각이란 걸 할 수가 없어서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짐을 쌌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 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조용필 <꿈> 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