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아 Jan 08. 2023

진로 찾아 삼만 리

지방대 졸업 후 인턴 기자로서의 시작

나는 그간 한 가지 직업에 몰두하지 못했다. 지방대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교수님 소개로 여의도 모 경제지에 인턴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다른 인턴들 뽑을 때 보면 몇 번의 면접은 물론 영어 작문 시험까지 보는 것에 비해 나는 체험하러 온 수준이었다. 너무나 나와 다른 배경의 사람들도 둘러싸여서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고,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늘 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런 기회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교수님 눈에 들어 잠깐이라도 해볼 수 있었으니까. 어딜 가나 출신 학교를 물었고, 내가 나온 학교를 끝끝내 말해버리면 친절하던 이도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변했으니까. 그래도 열에 한 둘은 호구조사 하기보다 평가하지 않으려는 깊은 선배들도 있었다. 평가하려는 이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달라지는 태도가 꽤 냉혹하게 다가왔다.


겨우 몇 달의 기자 체험을 하고 나와 이 분야로 계속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지금에서는 나와 선천적 기질이 기자라는 직업군과는 너무 다르다는 걸 아는데, 그 당시에는 몰랐다. 내 상황에 비해선 좋은 직장과 좋은 회사를 다니니 내가 이렇게 속 썩는 건 모르고 주변에서 태도가 너무 좋게 달라졌다. 그걸 포기할 수 없었나 보다. 이 직장을 다닌 경험으로 대학생들의 스펙 커뮤니티의 기자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못하고 그만두었다.


내가 좋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스펙을 높인 것도 없는데, 그들을 공감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고, 여러모로 불편했다. 나를 뽑으신 분도 면접 보면서 지방대면 어떠냐고 했는데, 그분에게 정말 마음의 큰 죄를 진 것 같아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내가 그 일을 해내기엔 역량이 너무 부족했고, 성숙하지도 못했기에 막연함이 너무나 큰 부담감으로 다가와서 방향도 모른 체 어딘가로 굴러 떨어져 버린 것 같았다. 나의 첫 사회생활은 나에 대한 실망감으로 남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