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아 Oct 31. 2023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29에야 현실에 직면하게 돼

예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29살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현실에 직면하게 됐지. 그래서 예술을 포기하고 서른 넘어 미용사에 도전했는데, 꽤 버거웠지. 자격증도 7번 만에 붙었으니까... 붙었을 때는 어찌나 기쁘던지.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어. 


고객들의 불만에 쫓기고, 선생님들에게 무시당하고, 머리카락이 몸에 박혀서 씻어도 따끔따끔거리고 손과 팔은 약품 독성 때문에 시퍼레지고 까져서 반창고 투성이었어. 스탭 생활을 어영부영 2년은 한 거 같아. 근데 덤벼서 배우는 성격이 아니어서 염색도 제대로 못 발랐어. 진짜 한심했지. 샴푸에서 염색 바르는 단계를 못 벗어나는 거야.


자격증도 7번 만에 붙었고, 중간에 회의감이 들어서 쉬기도 했고, 그것도 1년 걸렸어. 참... 그런 기간 합치면 3년을 미용으로 보냈는데, 이걸 또 그만두게 됐어. 나도 참... 근데 계획은 있었지. 서른 중반인데 또 다른 걸 하기가 진짜 두려웠는데 이미 이렇게 살아왔는데 어쩌겠어.


MBTI로 따지만 INFP나 INFJ 쪽 성향인데 말 좋게 안 나가고 서로 시기질투 하고 매일 경쟁하는 환경에 있으면 얼마나 괴롭겠어. 정말 할 말이 많은데... 할말하않...


미용도 내가 관심 있어서 했다기보다 주변에서 나와 잘 어울린다고 해서 한 게 컸어. 서른 넘었는 데도 나의 관심이나 내가 무얼 잘하는지를 알고 결정했어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타인이 내게 멋있어 보인다, 잘할 거 같다란 밖의 기준만을 보고 결정한 거지...


그렇게 20대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해오면서 그제야 조금씩 바깥보단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랄까... 그러면서 집 앞에 가구공장에 들어갔고, 퇴근 후에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사 2급을 준비하기로 했어.

매거진의 이전글 20대 자기 연민의 나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