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는 가치관이 부합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른 중반이 되도록 여전히 분야를 넘나들며 여러 직업을 거쳐왔다. 그러면서 의문점이 들었는데, 그건 바로 '나에게 맞는 직업이 있는 걸까?'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물론 나의 기질과 성향을 20대 때보다는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그것에 맞춰 길을 가고 있지만, 또 다른 불만이 생기고 있다. 가치관적으로는 만족하고 있지만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던 내가 나이가 좀 더 먹으니 돈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었다.
어린 날부터 지금까지도 싫은 소리하는 거 싫어하고, 인간관계에 관심이 없고 돈보다는 의미를 늘 고민했는데, 사업 같은 걸 하면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나 같은 성향은 어느 정도 내 가치관에 부합하는 곳에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살아가는 게 그나마 먹고사는 길인 것 같다.
자유인이라는 소리 듣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조직에서 일하는 거 상상도 못 하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디자인도 아니고 사무 회계 같은 거. 그래도 내게 주어진 일이니 하게 된다. 뭘 해도 밥벌이가 우선이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1. 자기 돈으로, 2. 직업보다는 취미부터, 3.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해보는 게 현명한 거 같다. 일하면서 하기 귀찮으면, 그게 본업이 되면 과연 먹고 살 수 있을까. 그저 즐겁기만 할까.
자기가 가는 길이 자기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