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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Nov 27. 2015

살아남는 것들은 자신을 들여다본다

집에 돌아와 편히 있다가, 집 밖을 다시 나서기로 한다. 생각을 하러 나갈 것이다.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서. 사실, 기대를 하면 잘 나오지 않을 것도 같다. 입고 나갈 바지를 고른다. 동네 어귀를 돌 것이다. 옷 매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이건 다른 고민이다. 어떤 게 상의와 안 어울려 덜 입혀진 바지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 미안하다. 나의 옷 개수의 가난함과, 세상의 시선에게 진 탓이다. 내 주관이 타인의 눈보다 가녀린 탓이다.


침엽수는 강하다. 활엽수는 생동감이 넘친다. 겨울은 응축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음의 시간들. 삶에 있어 겨울은 음울한 시기에 가까울 것이다. 그럴 땐 침엽수를 바라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색이 아름답게 변하고 생동감 넘치던 활엽수들은 종적을 감추었고, 계절 내내  주목받지 못했던 침울하고 마른 침엽수만이 겨울에  살아남았다. 침엽수를 보아라. 무용하다 여기는 것들의 위엄을 한 없이 느껴 보아라. 진리를 말해준다. 화려함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을 좇기보다 내면을 채워야 삶이 풍부해진다.  오래가는 것들은 주관이 있다. 순간의 아름다움에 휘둘리지 않는다. 외부의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을 내치지 않는다. 침엽수는 사계절 내내 자신의 색과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다. 자기 고유의 것을 버리지 않는 자가 겨울에도 살아남는다. 모두가 닮고 싶은 아름다움보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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