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고 싶다는 마음과, 잘 안 되는 나에 대하여
나는 긴 글과 책을 좋아해서인지, 온라인에서 엮이는 사람들을 보면 공부를 꽤나 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나는 공부에 뜻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고, 딱히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또렷했던 적도 없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고 살아왔다.
그래서 내 글을 좋아해 주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알 수 없는 알뜰한 마음이 든다. 나와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인데, 내가 이들과 나란히 서 있어도 되는 건지, 혹시 나를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괜히 한 발 물러서게 된다.
나는 공부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아마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좋고, 나도 퇴근 후에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늘 그 자리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나 자신에게 실망한다.
차라리 헬스장은 꾸준히 간다. 몸을 쓰는 일에는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도 ‘이걸 시험으로 치른다’거나 ‘외워야 한다’거나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말이 붙는 순간, 집중력은 거의 사라진다. 이 문제가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따지게 된다. 아마 그게 내 무의식의 방식일 것이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친목질을 잘하는 성격도 아니라 SNS에서도 늘 몇 사람과만 이야기를 나눈다. 공교롭게도 그 두 사람 모두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공부 얘기를 꺼낸 적도 없는데 왜 이런 인연이 닿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알고 보니 한 사람은 서울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내가 퇴근 후에 공부가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자, 그는 매일 하려고 하지 말고 일주일에 총 시간을 정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말했다.
어쩌면 나도 이미 알고 있던 답이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렇게 공부만 해온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과 나아지지 못하는 현실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려 애쓴다. 다만 아직은, 온전히 사랑하지는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