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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보다 몸에 충실할래

by 무아제로

나는 감각에 충실하려 애쓴다. 그것이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해서. 직관에 따르는 삶이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직관을 뒤틀고 역류해서 얻는 건 무엇일까. 돈과 지위, 명예 그런 것들. 그것보다 자연스럽게 사는 게 더욱 중요하다. 나무와 같이. 감각에 따르는 삶을 산다고 돈과 지위를 못 얻을 것도 없지. 다만 연연하느냐 하지 않느냐일 뿐. 어쩌면 인생은 기니까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더 이득일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이득이란 표현이 불편하지만 이득을 얻고 싶다.


몸이 역류를 해서라도 다수가 가는 길이 아니라, 흐르는 대로 가는 나만의 길. 각자의 개성을 타고났는데 다들 자기 몸을 역류해서 비슷하게 맞추려 할까. 덜 역류하는 사람은 비슷하게 살아도 만족을 느끼지만, 비슷함에 신물을 느끼는 사람은 결국 끊임없이 방황할 것이다. 언제든 자신의 감각에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하니까. 단기적으론 힘들지만 인생의 굴레 안에서 감각에 따르는 삶이 후회를 덜하는 삶이 아닐까.


우린 선택이란 걸 매번 한다고 하지만 기실 제대로 자신만의 선택을 해본 적이 없다. 주어진 틀 안에서 누군가가 떠미는 대로 밀려서 한 선택이었을 뿐. 글을 쓴다는 건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말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것조차도 부담을 느끼는데, 흔적이 남는 글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상처를 받고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지만, 글은 더 주워 담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벌거벗은 자신을 공개한다는 거. '왜 저러냐?' '정신착란 증세가 있네' 등의 반응을 들어야 하는 정도의 검열 없는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해야 세상을 수월하게 산다. 솔직할수록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들의 공격에 노출되기 쉽다. 그럴싸하게 남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사회니까. 그런 면에서 난 너무 이기적인 건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글은 거짓말을 한다. 생각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대로 꾸민 글은 현실을 외면한다. 삶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는 걸 알려야 한다. 희망이 있기에 우린 달려가지만 돌이켜보면 그리 희망적인 삶은 아니었다는 걸 금방 알게 된다. 그저 위안하며 버텨내는 게 희망의 역할이라면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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