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엔 바닥에 있는 흙 가지고도 즐거울 수 있는 초능력이 있었다. 돌이 예쁘면 집에 가져와 모으기도 했고, 둥글지만 각자의 모양이 다른 것들, 다양해져 가는 기쁨이 있었다. 서른에 근접한 나를 바라본다. 자극적인 경험이 아니면, 재미를 느낄 수 없고, 취해야 세상이 겨우 즐거워진다. 과거 술을 꽤 좋아해서 혼자 자주 마시기도 했다.
세상에 각자 개별의 존재로 취한다는 건 너무나도 서늘한 일이다. 허무하고 쓸쓸하다. 이젠 사람들과만 마시려 한다. 개별이 아닌 눈 앞에 함께 취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현실 밖의 달콤한 또 다른 세계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취해서 감정을 쏟아내는 글을 쓰는 재미도 있었는데, 이젠 성장했는지 퇴보했는지 모를 횡설수설로 느껴지고 다음 날 지울 글만 쓰게 된다. 절제되지 않는 것들은 촌스럽다.
흙이나 돌처럼 돈과는 무용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난 잊어버렸다. 잃어버렸다. 왜 나는 돌을 주워오지 않는가. 아름다움에도 거래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 슬프다. 어느 곳을 가도 그곳을 온전히 느끼려 하기보다 내가 온 장소를 자랑하고 거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거래되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잊고 산다. 버려진 것들에게 의미 부여를 하자. 그렇게 새로운 삶을 불어넣어 보자. 너와 난 적어도 서로에게만은 무가치하지 않다. 해로운 너와 난 누군가의 위로가 된다. 소주와 맥주처럼 섞이자. 책이든 사랑이든 몰입할 수 있는 것에 취하자. 그렇게 해야 겨우 어제와 내일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