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전문점에서 밥을 먹는 중이었다. 손님 한 분이 "김밥에 단무지 빼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러려니 받아들였는데, 다른 손님들은 일제히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마 이상하다고 생각했을까. 그 순간, 문화권 별로 주문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나 생각이 스쳤다.
유럽식이나 미국식 식당에 가면, 패스트푸드점이라도,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예전에 비정상회담에서 캐나다인인 기욤이 자기는 한국 식당이 너무 편하다고 했다. 자기는 가리는 게 없고 식탐이 강해서 그저 메뉴 하나만 고르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빨리" 나오는 게 너무 좋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무서운 문화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선 강남 같은 동네가 아니면 몰라도, 작은 동네에서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웃기고 있다든가, 유별나다고 듣던가, 정신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단체의 편의를 위해 자신의 취향을 숨기지 않는 사람은 예의 없고 눈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TV 프로그램들을 좋아한다. 함께 일하는 이슬람교도에게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한다거나, 시어머니는 외국인 며느리에게 못 먹겠다는 한국 음식을 억지로 먹이려 한다.
반대로 그 나라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갔더니, 그 나라 음식은 하나도 입에 못 대신다.
전체주의는 한국 정치에만 있지 않다. 일상 곳곳에 자연스럽게 퍼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