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부족한 나를 채우려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어떻게 내가 배운 것들에서 벗어날까,를 위해 읽고 있다. 부족함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설프게 배워서 부족하다고 시선에 휩쓸렸다. 채울수록 고집은 강해졌고 나와는 멀어져 갔다. 나를 찾는다는 건 사회의 요구를 덧붙이는 게 아니라, 덧붙여진 걸 깎아내는 일이었다. 깎아냈더니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코며, 어디가 입인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마음이 이끄는 걸 볼 수 있었고 맡을 수 있었고 맛볼 수 있었다. 채우려 발버둥 쳤더니 어느 순간 비우고 있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백색점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