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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Aug 06. 2017

기다림이 결핍된 사회

동전 없는 사회



미니스톱에서 클리오 향균초극세모 칫솔 한 개를 구입했다. 어제 칫솔을 소독한다고 뜨거운 물에 오래 담가놓았더니 칫솔 전체가 고양이 자세처럼 굽어버렸다. 색은 있지만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이 그랬고, 에반게리온의 레이 유니폼 같은 고무와 플라스틱의 중간 재질이랄까, 그런 칫솔은 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왜 젖병은 휘지 않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건 고급 재질로 만들어서 그런 거라고 한 소릴 들었다.


칫솔은 1,500원이었는데 나는 1,000원 지폐와 100원짜리 4개, 50원짜리 2개를 냈다. 작정하고 동전을 챙겨 나왔다. 8월 5일 머니투데이에서 ‘워런버핏 최고의 재테크 조언’이란 기사를 봤다. 여러 내용 중 마음이 불편해진 부분은 동전을 아무렇게나 두는 습관에 대한 비판이었다. 주변을 보니 책상 안이나 가방의 작은 주머니,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널려있었다.


갑자기 동전 처리에 관해 관심이 가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한국은행에서는 4월 20일부터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고 이미 발표했다.  편의점이나 마트, 백화점 등에서 계산하는 중 잔돈이 생기면 교통카드나 모바일카드에 적립하게 해준다고. 점점 약국이나 재래시장에도 가능하게 넓혀간다고. 적립금은 카드 계산처럼 현금으로 쓸 수 있다. 동전 만드는 비용이 한 해 600억 원 규모다.


동전을 들고 가면 문전박대를 대한다는 소리가 많다. 은행에서는 시간 대비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민은행 절반 지점에 동전 교환기가 있었는데  자주 고장이 나기도 하고 줄여나가는 실정인 것 같다. 일본 ATM기에는 동전 입금이 가능하다. 한국은 눈에 보이거나 수치화되는 상황이 아니면 그 과정을 없앤다. 항상 최신 기술을 따라가고 그렇지 못한 제품은 오래 쓰기 어렵다.


집에 있는 동전을 모조리 모아서 예금하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은행에 가서 떼를 쓰거나 사라져 가는 동전 교환기가 있는 지점을 찾아다니거나 하지 않는 이상. 결국 동전 없는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예금이 아닌 정부 사업을 위한 소비에 동참하는 방식이 최선인 것 같다.


이미 스웨덴,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현금을 아예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중국마저도 일찌감치 전자결제로 돌아선 상황이라 5년 안에 동전 없는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부와 기업만의 입장보다 개개인의 권리를 어느 정도는 보장해주면서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으면 좋겠다. 한국은 변화는 빠른데 대화의 방식이 결여된, 과정이 폭력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지금보다는 덜 빨라도 대화를 하고, 불편함을 조금은 기다려주는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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