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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상 Jan 13. 2024

35살이 넘어가면 뇌가 고장이 나는 이유

던바의 수와 고정관념

  우리는 보통 20대 중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전까지 유아기, 사춘기를 지나고 대학에서 가벼운 체험판을 즐긴 후 사회 일원이 된다. 청소년 심리학에서는 25살까지 청소년으로 보고 있다. 20대 중반에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아주 이상하지는 않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돈을 번다. 기존 학창 생활과 다르게 회사에서 만나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정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삶에서 어른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 귀여워해 주는 어른들만 있었으나,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에서는 말 잘 듣고 제 생각을 죽이고 혼나는 게 일상인 괴로운 삶이 시작된다. '사회생활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옆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회 일원의 고통이 시작된다.

 

  인간은 나약하지 않다. 자신을 부정하고 괴롭히는 상사들에게 배울 점이 있을 것이고 그들의 부당한 폭력에 아파하기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한다. 차츰 경력을 쌓고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자신의 연봉을 올리고 가치를 올린다. 쌓여가는 통장은 자신의 가치와 노력을 인정해주는 감동적인 숫자다.

 

  여기서 35살이 넘어가면 사람들이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30대 중반은 사회에서 대리나 과장급 직책을 맡고 있다. 밑으로 들어와 자신을 우러러보는 어린 사원들의 눈빛과 윗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만큼 성장하고 업적이 있으니, 자존감은 하늘을 뚫고 성장은 끝나 버린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세상일은 별거 없다. 직업 대부분은 단순화할 수 있다. 회사는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 개발, 마케팅, 인사, 회계, 물류 등 몇 가지 업무로 나뉜다. 그리고 이 일들은 너무 쉽다. 우리가 제품을 소비할 때 생각해 보면 쉽다. 지금 앞에 있는 커피는 해외에서 온다. 라지 사이즈 오천 원. 여기서 단순한 커피의 원가는 200원이 될까? 나머지는 대부분 인건비와 기름값이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 커피를 운송하느라 들어간 기름값을 기준으로 이 가격이 매겨진다.

 

  회사 일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지갑에서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돈을 꺼내기란 쉽지 않다. 다만 사람의 숫자는 엄청 많기에 회사가 굴러갈 정도의 부가 쌓이는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혜택을 받고 있다. 많은 걸 소비하고 즐기면서.

 

  별거 아닌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무게가 있지만, 우리는 모두 일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니까 모두 하는 일을 대단한 일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게가 가벼울 수 있다. 여기서 자존심과 자존감이 충만한 35살 이후의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한다.

 

  타인의 말을 듣고, 안 듣고는 양면성이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의 고집은 줏대가 되고 주변 사람들을 의지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개인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말이 달라진다. 심각하게 달라진다. 학교에서 근무할 때 자신의 고집으로만 사는 사람들을 보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법이나 행정 업무는 잘한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주변 소통은 문제가 많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그리고 그 실수를 인정하면 성장하게 된다. 어릴 때는 선임들의 가르침에 쉽게 순응하지만, 자신의 위치가 생기면 실수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 반성도 어렵다.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 자신을 가치를 보여주는 인지부조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소통을 울부짖는 사회다. 벽창호, 꼰대, 기성세대 등등 소통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불명예스러운 칭호는 '나는 틀리지 않았어.'를 반증하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멀어지고 주변에서 고립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영국 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던바의 수'를 이야기한다. 간단하게 줄이면 인간은 150명이 넘어가면, 151명의 사람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개념이다. 30대 중반은 분명 150명이 넘는 사람과 관계를 맺어 왔다. 그리고 그 숫자를 넘어가는 사람들은 인간 스스로 상대를 기존의 비슷한 사람에게 동일시 한다. 쉽게 말하면 이렇게 생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겨버린다.

 

  여기서 꽤 많은 어려움이 생긴다. 특히 요즘처럼 결혼이 늦어지는 사회에서는 결혼 상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진다.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도 수많은 변수가 있다. 대부분 비슷한 일을 했지만, 대부분 비슷하지 않은 일을 하고 살아왔다.

 

  그러한 사람 두 명이 평생 서로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인생을, 미래를 계획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 예를 들어 누구는 자유로운 선택에서 발전했고, 누구는 강압적인 리더쉽 밑에서 발전을 한 사람이 있다. 이 두 사람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자유가 좋다는 사람과 강압적인 게 좋다는 사람이 만나는 지점은 어디일까? 쉽지 않다.

 

  여기서 이렇게 불평만 하다가 글이 끝나면 나도 발전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이미 나도 35살이 넘은 사람이다. 간혹 과외 학생들이 나에게 착한 꼰대라는 소리를 한다. 꼰대면 꼰대지 착한 꼰대는 뭐래? 아무래도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공자가 말했듯이 '5살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라는 배움의 자세랄까? 실제로 어린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이 있다.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와 독서, 사유가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너무 읽지 않는다. 책이 비싼 이유도 있겠지만 직장에서 모든 시간을 쏟고, 집에서는 쉬고 싶은 게 사람이지 않을까? 길가에 널린 술집은, 특히 우리나라 밤은 끝나지 않는다. 집 앞에서 간단하게 술 한잔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유튜브를 보면서 노는 것도 즐겁다. 만화, 영화, 연애까지 쉽게 즐길 수 있는 본능적인 놀이가 많다. 독서는 어렵고 지치고 힘든 일이다.

 

  도서 시장의 개판은 말해 뭐해. 아차차 비난하는 글이 아니다. 정신 차리자.

 

  사유한다. 어떤 현상을 가지고 고민한다. 그대는 요즘 어떤 고민하고 있는가? 그 고민에 대해 얼마만큼 생각하고 있는가? 상대에 대해 이해하려는 생각은 하고 있는가? 아니면 상대가 내 마음대로 되길 원하는가?


  인간은 이타적 집단주의의 사회에서 이기적 개인주의 목표가 얽혀 있다. 함께 어울리면서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완성되었을 때는 가장 고귀한 피조물이지만, 법과 정의가 없으면 최악의 피조물이라 하였다.

 

  당신의 정의는 올바른가? 당신은 가장 고귀한 피조물인가?

 

  당신이 하는 일에 문제가 있거나 불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소통에서 문제가 있지 않은가? 잘 생각해 보자. 나도 물론 소통에 문제가 있다. 나와 만났던 모든 사람은 전부 처음에 '오빠는 소시오패스야?'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좀처럼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건 나만의 속성이다. 남들이 무엇을 하던 나만 더 튀면 된다. 아무래도 연예, 예술 계통에서 일했던 기억이 강력하기에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 내가 튀는 걸 좋아하며 상대에게 맞추고 이해하라는 소통 불가의 부분이 있다.

 

  반성문답게 사유하며 글을 쓰고 있다. 이것도 나를 발전 시키는 방향이라고 본다. 이제 슬슬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고정관념을 버리겠는가?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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