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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브로 Jan 06. 2024

2024년 신년 운세를 보고 왔다.

사업의 운명은?

  가슴 저린 이별 후 신년 운세를 보러 갔다. 23년 크리스마스, 얼마 전에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 토속 신앙, 그것도 샤머니즘 기반의 점을 보러 간다는 것이 아이러니 일까?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다. 물론 내 생각이었으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가 복비를 준다고 하니, 심심하니, 궁금하니 갔다. 공짜로 준다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지 않는가?


  간판도 없는 가정집으로 된 점집이다. 이런 거 소문나면 같이 살고 있는 이웃들에게 민폐가 아닌가? 친구가 먼저 점을 치러 들어가고 문 밖에 있는 나에게 들리는 방울소리와 신들린 소리는 이웃 민원이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친구의 30분 점이 끝나고 내 차례가 왔다. 과연 갓 신내림 받은 무당은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이름을 물었다. 곧이어 방울이 주렁주렁 달린 막대를 흔든다. 친구는 좀 길게 흔들던데, 나는 3초가 안되게 흔들었다.


  “이거 마음과 몸은 바쁜데 돈이 안 들어오는 일을 하고 있네?”


  그렇다. 11월에 사업자를 내고 지금까지 번 수익은 75만 원이 끝. 내 사업은 입소문과 증명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주변에 나와 비슷한 일로 1회 상담에 40만 원 받는 사람도 보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초짜, 신입, 무명이다. 3명에게 각각 25만 원씩 받은 내 사업은 아직 갈길이 멀다.


  “그래서 무슨 사업이라고?”

  “남자들에게 연애와 인생의 가치관을 세워주는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습니다.”

  “응? 뭐라고? 그게 사업이야?”


  무당은 당황했다. 그리고 신기가 사라지고 일반인이 되었다.


  “이걸로 돈이 벌릴 거라고 생각해요?”


  여성은 이해하지 못한다. 연애를 가르치는 게 필요하다니? 수요와 공급, 진화심리학, 부족한 남성성, 인간관계, 이 모든 것들이 남성과 여성은 다르게 진화했다.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실전에 적용한 사람들은 전부 결혼했다. 그러나 지금 처참한 출산율과 결혼율을 보면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병들었다. 무너졌다. 신뢰가 부족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평등은 남자들을 심리적 거세를 시켰다. 우리는 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을. 그러나 주입식 교육이 팽배한 우리나라 학교는 이상한 방향으로 평등을 가르친다. ‘남자라서 당연히 해야지.’ vs ‘우리는 평등해.’ 이건 어린 남자들에게 혼란을 주기 충분했다.


  사업을 하기 전에는 국어, 논술, 입시, 면접 과외를 해왔다. 나는 특이하게 남학생만 가르친다. 외동도 많고 동네에 형이 없는 요즘 세대에게 나는 형이자 스승이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수능이 끝나고 1월에 성인이 된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가치관 사회의 올바른 남자의 모습을 몸소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는 대한민국이 걱정되어서 성인이 된 남자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있다. 쉽지 않다. 30세가 넘어간 남자들의 왜곡된 심리를 고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연애를 가르친다고 오해받기 좋으나, 나는 인생을 가르치고 있다. ‘노예가 되지 않는 법‘, ‘상대에게 공감하는 법’, ‘사랑스러운 자식들에게 주어야 할 것’ 등등 쓸쓸하고 상처받은 남자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힘듦을 받아들이는 걸 상담하고 있다.


  ‘남자 인생은 원래 개 같아.’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인지를 해야 한다. ‘남자에게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이걸 진짜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사회에서 가르치는 도덕은 ‘당신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세요.’라는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다. 인간 사회는 남성의 희생으로 세워졌다. 그런데 평등? 사랑? 나는 특별하니까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어느 누가 그러는가? 아마 모든 인간에게 돈이 무한하게 주어진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더욱 발전할 게 없는 세상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완벽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사회에서 가치가 없는 남자는 쓸모가 없다. 쟁취하지 못하는 남자는 당연하게 여자에게 인기가 없다. 남자다우면서 평등과 사랑을 위하라? 이게 쉬우면 나의 사업은 망한다.


  ‘여자는 이러니까, 남자는 이러니까.’ 같은 진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당신은 1만 년 역사를 지닌 본성을 지울 수 있는가?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지 알 수 없는 교육으로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이라면서 노예가 되라니? 인지부조화는 당연하고 남자들은 모든 걸 포기해 버린다. SNS 발달과 미디어의 그릇된 홍보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들과 싸워야 하는 일반 남자들은 버겁다. 괴롭다. 아프다. 찌질해진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한다면 사람들이 웃는다. 너무 당연하다. 연애를 가르치는 게 사회적 기업이라고? 연애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사회는 개인이 모여 만들어진다. 그리고 지금은 개인이 무너지고 있다.


  그다음은 사회가 무너질 것이다.


  나는 그걸 막고 싶다.


  모두에게 사랑의 아름다운과 진정한 가치를 보는 시야를 주고 싶다.


  나는 세상을 사랑한다.


  나는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모두를 사랑한다.


  우리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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