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치 뷰의 독점’이 아닌 ‘정보 생산의 질’

조회수 독점 프레임의 허구와 국민일보의 과욕

by 무딘날

새해 첫날 국민일보가 낸 심층기사이길래 조금은 기대하면서 봤으나, 수준은 정말 형편없었다. 주간경향의 유튜브 저널리즘 비판 집중보도가 주목을 받으니 본인들도 욕심이 났는지는 모르겠다만, 대체 리드는 누가 짰으며 개요는 누가 잡았는지, 또 데스킹 최종 담당자는 누군지 궁금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모든 프로세스를 거치면서도 해당 기사의 오류지점을 못 잡아냈다는 사실이 기성언론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디서 대충 숫자만 긁어온다고 ‘데이터 저널리즘’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자료를 취합하여 ‘숫자들이 갖는 의미’와 그 숫자들 간의 ‘인과 및 상관관계’에 대해 합리적 근거를 들어 ’독자를 납득시키는 것‘이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본이다. 저널리즘을 떠나서 ‘이성적 분석’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측면에서 보면 이 기사는 매우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변수 설정의 합리적 근거도 없고,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연결되어있는 숫자들의 층위가 모조리 다 어긋나있다. 대표적으로 조회수라는 양적 지표를 근거로 공론장의 오염을 주장하면서, 정작 정보가 생성되고 유통되는 질적 과정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무지를 드러내는 지점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일보가 보도한 유튜브 정치 생태계에 관한 기획 기사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그 실체는 기성 언론이 상실한 의제 설정 주도권에 대한 열등감과 특정 진영을 향한 확증 편향으로 가득 찬 변명문에 불과하다.


본 기사에서는 상위 1퍼센트 채널이 전체 조회수의 63.8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는 통계를 근거로 이를 뷰의 독점이라 규정하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운운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집중 현상을 마치 왜곡된 권력 구조인 양 오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시민들이 사법 및 검찰 개혁과 같은 특정 의제에 폭발적으로 반응한 것은 기성 미디어가 대중의 갈증과 의구심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결과이지, 단순히 거대 유튜버들이 깃발을 꽂았기 때문이 아니다. 기성 언론은 자신들이 독점하던 공론장의 주도권이 유튜브로 넘어간 현상에 대해 성찰하기보다 이를 ‘나팔수들의 선동‘이라는 유치한 워딩까지 붙여가며 열등감을 표출하고 있다.


기사의 가장 치명적인 논리적 패착은 ‘매불쇼’나 ‘김어준의 뉴스공장’처럼 독자적인 제작 역량을 갖춘 채널을 단순 화면 짜깁기 위주의 바이럴 채널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판한 점이다. 진보 진영의 최상위 채널들은 현직 의원이나 법률 전문가 등 책임 있는 인사들을 직접 출연시켜 정보를 생산하며, 이는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검증받는 게이트키핑 공정을 거친다. 기성언론들이 국회에서 흘러나오는 문장 하나 갖고 따옴표 따며 기사 쓰는 것과 이것이 크게 다른 것인가? 오히려 그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들이 생산한 담론을 요약하여 확산시키는 행위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새로 제조하여 유포하는 행위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왜냐하면 그 담론의 책임은 발언한 주체에게 존재하며, 그들이 다 그럴만한 위치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사는 정보의 생산 원가와 책임의 무게가 극명히 다른 두 집단을 피인용 횟수라는 단일 지표로 묶어 전문가의 비평조차 저급한 소음인 것처럼 호도한다.


특히 기사가 공론장 오염의 사례로 든 지귀연 판사 의혹 보도는 단순한 유튜버의 창작물이 아니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라는 공식적인 장소에서 제기된 사안을 바탕으로 한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 판사의 유흥업소 출입 의혹을 언급했고, 비판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 국회 질의 장면을 그대로 재생하며 사안을 다루었다. 당시 방송에는 현직 의원이 출연하여 해당 제보의 신빙성을 함께 논의하는 등 고도의 정치적 비평 과정이 수반되었다. 시청자들이 남긴 원색적인 반응은 공식적인 의혹 제기에 따른 부수적인 반응일 뿐, 콘텐츠 자체가 근거 없는 비난을 생산한 것이 아니다. 즉, 지귀연 판사 보도는 공직자의 윤리와 재판의 공정성이라는 합리적 지적점을 가진 전문가 담론의 영역에 속한다. (심지어 지귀연 판사 술자리 의혹은 현 시점에서 감사결과 ‘술자리를 1-2차 가졌느나, 징계 수준은 아니다’라고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 상태다. 징계 수준이 아니었으니 술자리 가진 것을 비판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대체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반면, 기사가 상위 1퍼센트 내 보수 성향 바이럴 채널로 꼽은 (국민일보가 칭하기를) 보수 매체라는 ‘뉴스피드’의 행태는 이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뉴스피드’는 기사의 설명처럼 이슈를 빠르게 정리해 해설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게이트키핑을 거치지 않은 가짜뉴스 제조에 가깝다. 지귀연 판사 사례가 국회라는 공식적인 출처를 기반으로 전문가의 언어를 통해 확산된 것과 달리, 뉴스피드와 같은 채널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출처와 책임질 발언 주체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자극적인 자막으로 꾸며내어 유포한다. 국민일보는 이처럼 명확한 근거와 책임 주체를 가진 비판 보도와 근거 없는 가짜뉴스 제조를 단순히 조회수가 높다는 이유로 ‘나팔수’라는 단어 아래 평면 비교하는 무책임함을 보였다.


국민일보의 이번 보도는 유튜브라는 특정 플랫폼, 그중에서도 진보 진영의 응집력에만 현미경을 들이대며 선택적인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나 쓰레드 등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우익 성향의 혐오 표현과 원색적인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전수 조사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점이 그 증거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거대 공론장만을 타격하여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라고 명명하는 행태는 기득권 언론이 가진 비겁한 이중잣대를 여실히 드러낸다. 진짜 위기는 유튜브의 조회수 독점이 아니라 가짜뉴스와 전문가의 논평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골라 보도하는 기성 언론의 지적 태만에서 기인한다.


수익 구조에 대한 비난 역시 기성 언론의 오만한 엘리트 의식을 보여준다. 기사는 바이럴 채널들이 멤버십과 후원을 유도하는 것을 상업성에 기반한 권력화 구조라며 폄훼한다. 이는 기성 언론이 대기업 광고주와 정부 구독료에 의존하는 구조는 정상이라 믿으면서 수용자가 직접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여 지불하는 독자 후원 모델은 불량이라 낙인찍는 행위다. 수익 창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수익을 위해 가짜뉴스를 제조하느냐가 본질적인 문제임에도 기사는 구체적인 팩트체크 대신 수익 구조만을 부각해 대안 언론의 싹을 자르려 한다. 결국 이 기사는 기성 언론이 상실한 의제 설정 권력에 대한 질투를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으로 포장한 변명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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