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몰락이 ‘중국 자본 침투의 신호탄’이라는 음모론

쿠팡 옹호하는 극우 공작과 C-커머스 침략이라는 근거없는 음모론

by 무딘날


최근 쿠팡을 둘러싼 사회적 비판과 정보 유출 리스크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를 특정 정치 세력이 중국 이커머스 업체(Ali, Temu)를 성장시키기 위해 기획한 공작이라는 음모론이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음모론적 접근은 시장의 자정 작용과 소비자 선택의 합리성을 간과한 결과다. 최근 집계된 이커머스 이용 지표는 오히려 해당 음모론의 전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음을 통계로 증명하고 있다.


우선 '쿠팡의 위기가 중국 업체의 이득으로 이어진다'는 가설부터가 사실과 다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와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 등의 결제 빅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쿠팡의 이용자 수(-4.15%)와 결제액(-7.13%)이 감소하는 동안, 이른바 'C-커머스'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하락폭은 훨씬 치명적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결제액은 무려 32.53% 폭락했으며, 이용자 수 역시 17.41% 급감했다. 테무 또한 결제액이 22.24% 줄어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만약 특정 세력이 중국 자본을 키우기 위해 쿠팡을 공격했다면, 그 결과로 중국 업체들이 쿠팡보다 3~4배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현 상황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시장은 '리스크에 따른 국내 대안으로의 회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쿠팡 이탈자의 수요를 흡수한 곳은 중국 플랫폼이 아닌 네이버(이용자 +11.06%), 컬리(이용자 +14.26%, 결제액 +15.71%), G마켓(+3.38%) 등 검증된 국내 플랫폼들이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선택할 때 가격 효율성만큼이나 '개인정보 보안'과 '서비스 신뢰도'를 중요한 가치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쿠팡의 정보 유출 리스크에 실망한 소비자가 보안 우려가 더 큰 중국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발상은 시장의 기본 생리를 무시한 비논리적 추측에 불과하다.


또한, 쿠팡이 직면한 위기를 '외부의 기획된 공격'으로 규정하는 것은 기업이 직면한 본질적인 과오를 희석시킬 위험이 있다. 현재의 지각변동은 정보 유출 사고와 사회적 책임 회피라는 기업 내부의 리스크 관리가 임계점을 넘으며 발생한 '시장 점유율의 재배분' 과정이다. 이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치환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와 시장의 비판 기능을 '공작'으로 폄훼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음모론을 지지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핵심 논거들에 대해 각각 점검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부의 규제가 쿠팡에만 가혹하다"는 주장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는 쿠팡뿐만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대해서도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유해 성분 검출 사태와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오히려 쿠팡은 최근 하도급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동의의결(자진 시정안 수용)' 절차를 밟으며 형사 처벌을 면할 기회를 얻는 등, 일각에서는 '특혜성 봐주기' 논란이 일 정도로 제도적 보호를 받고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쿠팡이 중국 자본에 맞서는 유일한 방파제"라는 프레임


쿠팡은 뉴욕증시(NYSE)에 상장된 글로벌 법인으로, 소프트뱅크 등 다국적 자본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다. 또한 쿠팡 내부적으로도 대규모 중국인 개발 인력을 운용하며 기술적 토대를 닦아온 '글로벌 테크 기업'이지, 순수한 국가주의적 보루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쿠팡의 보안 리스크 중 상당 부분이 중국 내 개발 조직 운영 과정에서 파생되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쿠팡을 지키는 것이 반중(反中)이라는 논리는 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외면한 아전인수격 해석에 가깝다.


“미디어가 의도적으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한다"


노동환경 문제나 개인정보 유출은 실재하는 팩트다. 이를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감시 기능이지 특정 기업을 침몰시키기 위한 공작이 아니다. 실제 소비자들은 이러한 보도를 접한 뒤 중국 업체가 아닌 네이버(이용자 +11.06%)나 컬리(이용자 +14.26%) 등 보안과 서비스 질이 검증된 국내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시장은 '애국심'이 아닌 '안전'과 '효용'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데이터는 현재의 상황이 '중국 업체의 약진'이 아니라,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의 다각화'로 흐르고 있음을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 음모론은 복잡한 시장 구조를 '선악의 대결'로 단순화하여 대중의 눈을 가리지만, 숫자는 그 방향성만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배후설 유포가 아니라, 국내 플랫폼들이 어떻게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보안 체계를 강화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다. 시장의 원리는 정치적 수사보다 훨씬 더 냉정하고 정직하게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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