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흐름에 올라타는 법
한국 외식 산업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속도전'이다.
갑작스레 만들어진 트렌드의 흐름을 누가 먼저 선점하고 이어나가는가가 매우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의 경쟁도 치열하다. 뭐 하나가 확 뜨면 우후죽순 새로 생겨나는 가게들과 갈아치워 지는 간판들만 보아도 체감할 수 있다.
더 무서운 것은 그렇게 마구잡이로 생겨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퀄리티가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프랜차이즈가 만들어놓은 평균을 상회하고자 개개인들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고, 경쟁도 높은 수준에서 벌어지게 된다. 그럼 이렇게 치열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내 가게를 꾸려야 할까.
핵심은 내 가게 방문이 '희소성 있는 경험'이라는 이미지를 남기는 것이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다 포괄할 수 있다. '한정'과 '팝업'이라는 시간적 희소성과 '색다른 콘셉트의 인테리어'와 '직접 가야만 먹을 수 있는' 공간적 희소성을 통해서 가게 자체가 색다른 경험으로 작용할 수 있으면 사람들에게 긍정적 인식을 심을 수 있다.
그러한 이미지를 선점하면 다른 곳에 아무리 비슷한 제품들이 생겨나더라도 오히려 그 장소를 상기시키도록 만든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색다름을 소비자들 스스로가 미화시켜 재방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부분들이 일명 '욕쟁이 할머니'와 같이 소비자들에 색다르게 다가오는 방식으로 그 장소만의 희소성과 친근함을 생성하였다. 최근에는 그러한 친밀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소비자도 대폭 늘어나서 많이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전통시장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전통시장만의 매력'으로 받아들여졌던 시끌벅적함, 나쁘게 말하면 정돈되어있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었던 것들이 빛바래지고 있다 볼 수 있다. 또한 그런 부분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이 생기면서 그런 전통적 모습이 갖던 매력을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렇게 경험의 희소성을 높이는 방향은 최근 소비 방식의 모듈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자신의 경험을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재화하고 자체적으로 가공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구매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구매한 것을 나만의 레시피로 조리를 한다거나 하는 방식이다. 김난도 교수님의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이를 토핑 경제라는 용어로 규정하였는데, 이러한 소비 성향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유행했던 '두바이 초콜릿'이나 '밤 티라미수'를 보면, 그 흐름이 커졌던 것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개인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와 그걸 구현하고 대중의 흥미를 자극했던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이었다.
이러한 특성들을 잘 이해하여야 탄력성이 높은 국내 외식산업 소비자들을 끌어낼 수 있다.
트렌드가 매우 단기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그로 인해 언제나 외식 산업 종사자는 그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매우 힘든 작업처럼 보이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소비자들의 소비력이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며, 흐름을 잘 알면 탄력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활성화된 흐름을 어떻게 분석하고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런 부분들을 일개 자영업자가 전부 구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정 메뉴를 출시한다고 해도 단순 SNS홍보에는 한계가 있고 입소문에 의지해야 하며, 자기만의 레시피라는 것도 결국 그런 흐름에 탑승해야만 한다. 인테리어도 사실 자신이 어느 정도 그런 부분에 관심이 깊이 가지고 몇 년 간의 경험으로 쌓지 않는 이상 쉽게 구현하기란 어렵다. 길을 지나다니다가 이제 막 생긴 가게들 중에 뭐가 이 가게의 핵심일까 생각이 드는 가게들이 종종 있는 걸 생각하면, 현실성 측면에서 모든 것을 다 두루 갖춘 개개인의 자영업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사의 기본은 '근본'과 '곁들임'이다.
근본과 곁들임 전략은 자신의 가게를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근본'을 확실하게 채택하고, '곁들임'을 통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근본 상품의 홍보전략으로 삼는 것이다. '근본'을 구성하는 것은 매우 다양하다.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고, 위치한 상권이나 독특한 인테리어가 될 수도 있고, 마주하는 친근한 사장님일 수도 있고, 소비자의 선택 방향성이 될 수도 있다. 이것 중 하나만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조합하여 내 가게의 '근본'을 형성한다. '그 골목에 가면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맛있는 그 음식' 자신의 가게만의 특정성을 강하게 심어주는 것이 바로 근본이 된다. 일단 내가 당장 구현할 수 없는 부분들은 버리고, 내가 확실하게 잘할 수 있는 부분인데 손님들도 좋아할 수 있는 것들로 근본을 정착시켜야 한다. 상권 분석과 메뉴 선정도 이 과정에서 잘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초창기부터의 완벽주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내가 상권을 죽어라 분석한다고 해도 실제로 장사를 해보면 사람들의 소비성향은 다를 때가 많고, 그 상권 자체가 언제 어떻게 변화를 겪을지도 알 수 없다. 메뉴 선정도 보통은 자기관점에 갇혀 선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부딪혀보면 또 다를 때가 많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내가 모르는 것마저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 잘해 보이는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게 된다. 이러면 그럴 듯 해지지만 자기만족에 그치는 수준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럴듯하게 준비했는데 왜 장사가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고 돌아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우리 가게가 아니어도 되겠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초창기에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시작하여야만 더 공부를 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 마음이 있어야 나만의 색깔, 근본이 완성된다.
곁들임이란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외식산업은 앞서도 말했듯이 워낙 변화무쌍하여 그 흐름을 자신의 근본으로 삼아버리면 일순간 망한다. 꼭 망하지 않더라도 성장이 매우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장사를 하고자 한다면 나의 근본은 반드시 명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 곁들임은 그 근본을 홍보하는 데에 아주 좋은 도구가 된다. 소비자들은 매 순간 변하는 트렌드를 가장 잘 누릴 수 있는 놀이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가게 자체가 익숙한 경험을 새롭게 주는 계기가 된다.
이 부분의 대표적 사례로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이 '성심당'과 '노티드'다.
성심당은 '튀김 고로케'를 위시하여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고, 그 덕에 엄청난 성장세를 타며 지금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노티드는 '도넛'이 주목받고 그에 이어 '키치함'을 내세우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탔다. 이 두 업체의 큰 차이는 뭘까?
이 두 업체의 향방은 곁들임이 근본을 잡아먹었느냐 아니냐로 갈린다.
고로케와 도넛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은 없다. 기본적으로 노티드가 내세우는 도넛은 가끔 생각나면 먹는 아주 달달한 디저트이다. 그런데 그 도넛이 인기를 끌자 모든 메뉴를 다 버리고 도넛 일변도를 택하며 전문점이 되고자 하였다. 여기 까지라면 괜찮았을 것이다. 노티드가 키치 한 도넛의 근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더해 과도한 확장으로 자신들이 갖고 있던 공간적 특색마저 내다 버렸다. 그 순간부터 그들의 키치함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키치함이 되었고, 그것은 더 이상 스스로가 키치 하지 못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 더 이상 키치하고 맛있는 도넛을 생각하면 노티드로 연상되지 않는다. 그렇게 그냥 빅 프랜차이즈 도넛 브랜드 중 하나로 전락하며 매출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변화가 없는 한 큰 자본에 브랜드를 팔아서 그 자본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창업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며 창업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얻은 큰 자본으로 새로운 창업을 이어나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역상권의 측면이나 사업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독점적 기술력이 강점인 IT산업이 아니라, 이러한 외식 산업은 지역 상권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트렌드 변화에 편승하는 측면이 크기에 더욱 그렇다.
그에 비해 성심당의 경우 곁들임의 상승세에 근본이 잡아먹히지 않았다. 성심당은 여전히 저렴하며 맛있는 빵집이라는 근본을 지키고 있다. 그걸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그들의 희소성을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전이라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은 사업의 집중도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있지만, 성심당의 근본이 희소성 있는 근본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빵집 하면 성심당이 그중 하나로 꼭 떠오르는 이유는 아무 곳에서나 성심당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원래 사람들은 눈에 익으면 금방 익숙해져 버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특별함을 느낀다. 그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다. 특히나 서울에 인구가 대부분 집중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 그러한 지역 특색이 희소성으로 아주 강력하게 작용한다.
또한 곁들임을 십분 활용하여 그러한 희소성을 더욱 부각했다. 꼭 튀김 고로케를 먹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연상작용이 가게로 발걸음을 이끌고, 다른 빵이라도 소비하게 만든다. 그러한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는 그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더 크게 형성된다. 또한 이러한 인식에 더해 지역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브랜드 색깔의 농도를 계속 높였고, 이제는 '대전하면 성심당'이라는 하나의 밈으로 정착하였다. 근본을 지키고 자신만의 희소성을 제대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성심당이 위치하는 공간 자체가 특수하게 작용을 하게 되고, 그 부분은 최근 지역소멸의 위기가 심각하게 두드러진 한국에서 더욱 소중한 자원이 된다. 결국 지속가능성이 하나의 사업체에서 지역 전반으로 영향력을 뻗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장사를 하면서 누구는 노티드가 되고 싶어 하고, 누구는 성심당이 되고 싶을 것이며, 또 다른 누구는 뭔들 안 좋겠나 그냥 돈만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사실 속 좋은 고민이다. 경제 침체와 내수 위축으로 자영업 폐업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엄청 잘 되기를 바라기보다는 망하지만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근본을 잃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욕심이 날 것이다. 조급할 것이다. 확 떠오르는 수많은 외식업계의 트렌드에 편승하여서 나도 저렇게 한 번 하면 일확천금, 가능하지 않을까? 나도 좀 편하게, 빠르게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준비되어 있는 욕심은 비전이지만, 그렇지 못한 탐욕은 나락이다. 인생의 큰 부분을 희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자영업 도전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과신한다. 트렌드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함이 실패로 이어진다. 내가 중심으로 삼은 것이 명확하다면, 그 중심을 더욱 고품질로 제공하는 걸 목표로 나만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주변에서 일확천금을 했다느니, 다른 뭔가를 해서 성공했다느니 하는 소리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결국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사라지는 법이다. 이런 때인 만큼 침착하게, 지금과 같은 침체기를 외적인 성장보다는 내적으로 다지는 기간으로 삼자. 생존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