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회식을 떠난 신랑의 부재

by 무던한

신랑은 직업 특성상 활동반경이 넓다. 낮 시간에 가끔 안부를 물으면 어디론가 멀리 출장나가 있을 때가 대다수다.(라고 해도 보통은 차로 2-3시간 이내지만.)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해야 하는 만큼 업무가 끝난 뒤 이루어지는 저녁 회식도 원정으로 떠날 때가 종종 있다. 이른바 1박 2일짜리 회식.


신랑은 술을 좋아한다. 도 좋아하고. 그래서 신랑이 가끔씩 다른 지역으로 가 술을 마시고 다음날 돌아올 거라고 알려주는 날이면 나도 일부러 약속을 잡을 때도 있었다. 모인 지인들에게 자랑스레 말 적도 있고.

우리 신랑 1박으로 회식 갔는데? 지금 한창 마시고 있겠지, 뭐. 연락을 굳이 뭐하러 해. 내일 아침에 만나면 들어왔는가 보다 하는 거지.

쓰고 보니 이거, 쿨한 아내로 보이고픈 허영심이 아주 없었다고는 못하겠만.

사소하고도 아주 단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연애 후 결혼한 부부에게 이 정도 배려쯤은.


어디에서 누구랑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느 동네에 어느 술집에서 어떤 메뉴로 어떤 소재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미친 듯이 궁금하고 집착하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연애 극 초반쯤. 그리고 너무나도 어리던 20대 초반쯤.


나는 나의 개인 시간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업무에 시달리던 직장에서 벗어나 퇴근 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맞이하는 일상을.

혼자 반찬을 꺼내 밥을 먹고 널어둔 빨래를 주섬주섬 개고 난 뒤 홀로 맥주를 마시며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며 마무리하는 루를.

조그마한 원룸에서 홀로 지내다 신혼집으로 이사 온 널따란 신축 아파트에서 마치 성공한 30대 여성인양 온전히 모든 공간을 차지하며 즐기는 고독의 시간을.


물론 신랑이 있으면 집안이 따뜻하고 안락하며 북적거린다. 외로이 있는 오랜 부재가 아닌 가끔의 부재도는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돌아오는 집순이 아내로서 대환영인바.


오늘 저녁도 특별히 서로 연락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간섭, 이라 불리는 것이 서로에게 독이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체득했으므로. 내일 아침이나 되어서야 (술을 그렇게 마시고) 살아있냐,라고 안부를 물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