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해피엔딩이다.
A형인 여자와 O형인 남자가,
isfj인 여자와 esfj인 남자가 만나 어느덧 가족이 되어 서로의 안정감을 든든히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신랑과 나는 캠퍼스 커플이다.
처음 대학교에 들어간 나에게 유난히 단결력 있는 과의 분위기,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띠고 참여해야 했던 선배들과의 술자리와 같은 상황들이 상당히 낯설고 어려웠다.
이렇게 내향적이던 나에게 활발한 성격에 어디에나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장난스레 말을 거는 선배였던 신랑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보였더랬다.
그래서 우리가 사귀게 되었다고 동기들에게 처음 말을 꺼냈을 때 모두가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그럴 줄 몰랐다고.
외향적인 남자를 만나고 싶은 욕망은 언제나 있었다. 무뚝뚝하고 쑥스러움 많은 나의 성격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나 같은 남자를 만나면 정말로 재미없을 것이라고.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낯도 안 가리고, 싹싹하고, 마당발인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했던 신랑은 첫눈에 내 마음에 들었다.
이제 와서 냉정히 돌이켜보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교 신입생 여자애가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성의 범주 내에 지금의 신랑이 우연히 들어와 있었던 것뿐이었지만.
어쨌거나 당시에는 운명이라 생각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반대인 점이 나를 끌리게 했으니까.
그런데 이상했다.
지금 십수 년째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신랑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나의 분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이 기분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신랑은 여전히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직장 내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인 반면,
나는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들과 소수의 모임을 갖는 것을 좋아하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있어 아직도 낯이 설고 조심스러워하는 타입인데.
이토록 달라 보이는 외면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상외로 많은 것들이 닮아있기도 했다.
허투루 처리하는 것을 가만 두고 보지 못하는 꼼꼼한 성향, 어느 정도 계획이 세워져 있어야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준비성,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이 옳다고 판단하면 일단 실행하고 보는 고집까지.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어서 좋아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나 도리어 그 사람의 내면에 비친 나와 비슷한 모습을 보고 안정적인 동질감을 느꼈던 모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나는 이 오랜 시간 동안 우리에게 특별히 위기였다고 부를 만한 마찰이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각각 엇갈리기엔 너무나도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 내적인 공통성 덕분에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닮아간다. 야외에서의 활기찬 레저활동을 즐기는 신랑을 따라 나도 조금씩 도전을 다짐하고, 조용히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화창한 경치를 보는 여유를 즐기는 나를 따라 신랑의 시간도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 심지어는 전혀 다르게 생겼던 둘의 외적인 인상도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해 닮아 보인다,라고 듣는 중이고.
겸손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저 운이 좀 좋았을 뿐이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 걸려 만나야 했을 그런 인연을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운 좋게 빨리 만났던 것뿐이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좀 머쓱하고 발가락 끝이 간질거리듯 쑥스러운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