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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피 Mar 16. 2022

좋은 생각 '생활문예대상'에게서 기적을 들었다.

서울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운전 중 전화가 왔다.

힐끗 보니 02가 보였다.


급한 전환가 싶어 번호를 보니 02로 시작된 번호다. 당연 광고인가 싶어 받지 않았다. 이놈의 홍보 전화는 끝이 없네. 주식, 광고, 선거, 귀찮은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는 시대. 필요한 전화는 안 오고, 그러고 보니 요즘 대체로 우울한 나날이다. 뭘 해도 재미가 없다. 시동을 끄고 다시 핸드폰을 집었다. 동시에 문자 한 통이 왔다. 그 역시 발신자는 02인데 내용이 심상찮다.


[월간 좋은 생각입니다. 생활문예대상 관련하여 연락을 드렸어요. 전화가 끊어져 문자메시지를 남깁니다~]


번쩍 생각이 스쳤다. 그랬지. 1월인가? 에세이공모전. 써두었던 글을 한편 보냈다. 그뿐이었다. 보내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래저래 복잡한 일들에 글쓰기를 멀리 하였다.  


별 기대 없이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어떤 분이 받았다.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입상했다고 했다. 직원 분은 "금상입니다"라고 말했다. 순간 금상이면 최고상인가? 아, 대상 아래구나. 그래도 장려상 아닌 게 어딘가 싶었다. (그동안 나는 장려상만 받았다.)(장려상도 너무 소중해 거실장에 전시해 두었다.)


"상금이 있습니다"라고 직원 분이 덧붙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입상했으니 좋은 생각 책 한 권이나, 기념품 정도를 보내줄 줄 알았다. 상금이라면 어디 보자 5만 원이나 10만 정도의 상품권을 주려나? 싶었다. 직원 분은 "세금으로 8.8프로를 뗀다"라고 안내해주었다. 10만 원에서 8.8프로를 빼면 얼마나 될까? 5만 원에서 8.8프로를 떼면 너무한 거 아냐? 생각하는데 "백만 원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가슴이 철렁, 귀를 의심했다.


뭐?


"네? 백만 원요?"


나는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이거 피싱 전화? 별의별 의심이 생겼다. 그러자 차분한 직원 분의 목소리.

"네, 백만 원입니다."

"..."


백만 원은 내가 글 써서 받은 상금중 최고액이다. (그동안 상품권이나 10만 원 정도만 받은 것 같다)

속으로 '우와, 미친, 기적이다!'라는 외마디가 터져 나왔다. 갑자기 목소리까지 떨리며 "저, 정말이에요? 저, 저, 저, 정말 가, 가, 가,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직원 분은 웃으며 "네, 계좌랑 주소 불러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떨리는 음성으로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려 애썼다. "노, 노, 노 농협이구요..."


4월 초에 상금이 입금된다고 했다. 좋은 생각 5월호에 글이 실린다고 했다. 분명 금상이라고 했다. 나는 금상이 어디쯤 위치인가 싶어 폭풍 검색했다. 검색하니 작년 16회 생활문예대상에서는 무려 6천여 사람들이 도전했다고 한다. 그중에 총 100편이 입상하는데 1등이 대상, 2등이 금상, 3등이 은상, 4등이 장려상, 그다음 입선작까지 해서 도합 100편이 뽑히는 시스템이다. 일단 6천 명 중에 100명이다. 그러면 나는 6천 명 중에 서, 서, 서, 설마 2등? 내가? 나 따위가? 이런 미친... 기적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나는 즉각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자기야, 대박!]

[나 좋은 생각 생활문예대상이라는 곳에서 금상 먹었다]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내가

[상금도 있는데 백만 원]

이라고 보내자,

곧장 답장이 왔다.

[ㅜㅜㅜㅜㅜㅜㅜㅜ]

[야호!!!]

[우헤헤헿 ㅎㅎ]

[상금 모두 내 거]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아내에게 세금으로 8.8프로 뗀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덮어두고 백만 원을 보내라고 한다. (아직 말하지 못했다) 아무튼 어쨌거나 나는 내가 보낸 글을 되새겨 보았다. 아주 짤막한 글인데, 실제 겪었던 일이고 잊어먹지 않기 위해 후다닥 써둔 글인데 그게 당첨되다니...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제 생에 이보다 더 큰 상은 없었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세월에 부대껴 겨우 살아가는 중 나쁜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는데, 좋은 생각이 좋은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게끔 따끔한 선물을 주신 것만 같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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