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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피 Oct 24. 2022

영상과 실제는 다르다

탁구도 여행도 실제 접해보면 다른 느낌




탁구장에서 실제 옆에서 볼 때는 그리 잘하는 거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아주머니들과 게임해보면 말도 안 되게 깨진다. 보는 것과 실제 하는 것에도 차이가 있다. 한 세트 이기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이상하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왜 응용이 안되지? 유튜브를 그렇게나 봤는데? 영상에서 선수는 너무 쉽게 드라이브를 거는데 나는 왜 안 되는 거야? 대체 왜? 똑같이 하회전 공인데, 탁구대 밖으로 흘러나오는 거잖아?


이제 서브를 넣는다. 

대개 그렇듯 짧은 서브다. 짧은 서브라 덩달아 짧게 리시브한다. 서로가 짧게 짧게 놓는다. 선뜻 휘두르지 못한다. 누가 선제를 잡을 것인가. 누가 먼저 공격할 것인가. 일단 눈치싸움이다. 짧게 짧게 한 발을 탁구대 밑으로 쭉 넣어 최대한 얼굴 가까이에서 커트를 넣는다. 짧게 짧게, 가 기술이다. 일명 스톱이라고 한다. 라켓을 미리 집어넣어서 탁구공이 오다가 맞고 팅기는 거다. 빠른 박자로 찍는다. 라켓으로 공을 치는 게 아니라 공이 라켓을 치는 거. 그러면 공은 반발력이 팍 죽어서 시무룩 아주 살짝 네트를 넘어간다. 시무룩한 공을 상대가 또다시 스톱시키면 안 그래도 시무룩한데 한층 더 시무룩해져서는 말한다. "얘들아 아침 안 먹었니?"라고 공은 저를 좀 때려 달라고 읍소하지만 선수들은 입장이 다르다. 바운드가 조금만 길거나 높아도 그대로 선제를 얻어맞는다. 따라서 결코 때리지 않는다. 네놈이 아무리 까불어도 소용없어. 안 때릴 거야. 만약 때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파요" 소리치면서 달려들 테니까. 때린 만큼 돌아온다. 다 알고 있어. 속지 않는다. 네가 실연당한 여인처럼 훌쩍훌쩍 울어도 나는 미동하지 않는다. 혹여 툭 건드리면 "어딜 만져요" 하면서 내 뺨을 갈길 테니까. 손톱으로 팍~ 얼굴도 긋겠지. 흥, 난 이미 몇 번이나 당했다고. 건든 만큼 돌아오는 법. 내 얼굴 좀 봐. 수많은 상처 자국과 흉터들. 엇! 상대가 여인의 손을 잡아버렸다. 불쌍한 놈. 놈은 여인의 눈물을 보고 흔들린 거다. 공은 네트 위로 떠올랐고 나는 왔구나 하고 세계 3위 리앙징쿤처럼 철썩 때렸다.


그리고 또다시 커트, 커트가 반복된다. 

짧게 짧게 공을 약 올리면서 애만 태운다. 애가 탄 공이 "제발 죽이든 살리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원하게 때리라고요"라고 하소연하자 상대가 깜짝 놀라 건드리는데 공이 다소 길게 바운드된다. 나는 옳다구나 하고 스텝을 밟고 길게 백스윙해서 세계 2위 마롱처럼 다가가 감아 때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가 그걸 받아 내는 바람에 곧바로 랠리에 들어갔다. 우리는 탁구대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때리고 때리기를 시작했다. 드라이브에 드라이브. 타악 타악~ 공 여인은 신나서 치마를 부여잡고 괴성을 내지른다. "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따악 따악~ 그러다 나는 세계 1위 판젠동처럼 방향 째는 직선타를 날렸다. 순간 판젠동처럼 두꺼운 허벅지 근육이 꿈틀거렸다. 상대는 백에서 멀리 포핸드로 빠지는 공을 차마 따라잡지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미 엉덩이가 뒤로 빠졌기에 달려가기엔 늦었다. 역동작에 걸린 것이다.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공 여인은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고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저 오빠가 나를 이리로 밀어낸 거예요. 저도 여전히 오빠한테 갈 줄 알았죠. 자주 만났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딴 총각에게 시집을 가라고 등 떠미니 어쩌겠어요. 미안해요. 이미 늦었어요. 저 오빠의 선택이 옳았어요. 보세요. 저 오빠의 점수판에 점수가 올라가잖아요. 다음 생엔 속지 마세요. 제가 아무리 울어도 흔들리지 마세요. 매번 만난 곳에서만 기다리지 마세요. 저도 제가 어디로 튈지 몰라요. 바보.


이것은 영상을 보고 마냥 따라 해 보는 나만의 바람직한 그림, 이상적인 풍경이다. 

반복해서 보고 또 보며 플레이를 연마해본다. 세계적인 선수가 드라이브를 걸 때의 자세. 그 폼을 보라. 공이 상대의 라켓에 닿자마자 즉시 준비, 반응한다. 스텝이 들어가고 온몸을 비틀어 백스윙한다. 그러고는 보다 크고 길게 거침없이 휘두른다. 약속된 동작. 마치 온몸을 던져 때리듯 혼을 실어 스윙한다. 그래야 공이 반응한다. 혼이 담긴 스윙에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진다. 멋지다. 입이 떡 벌어진다. 정말 못 받을 거야. 너무 빨라서 사람이라면 절대 못 받을 거야, 하는데 쉬신(작년까지 세계 2위)이 따라가 기어이 받아낸다. 와아아 하고 탄성이 쏟아진다. 사람인가 싶다. 포핸드 끝에서 포핸드로 받았는데 다음 타구를 백으로 물러나 역시 포핸드로 연속 드라이브. 그것은 횡으로 움직이는 축지법이다. 스텝으로 치는 탁구. 나도 따라 해 보았는데 미끌, 하마터면 발목이 꺾일 뻔했다. 운동화 바닥 생고무의 접지력이 낯설어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겨우 한 세트 끝났는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이건 아니다. 절대 못해. 이건 중년의 남자가 감당할 바가 아니라는 결론.


그 어떤 타입을 상대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제 갈길을 가는 선수. 세계 3위 마롱이다. 오랜 세월 톱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선수. 치우치지 않은 체격. 치우치지 않은 스킬. 치우치지 않은 외모. 그는 특출 나지 않음을 특출화하여 얼마 전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한 가지 기술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기술을 때맞춰 쓰고 구사한다. 상대가 백으로 걸면 백으로 승부하고 포핸드로 걸면 포핸드로 승부한다. 기습을 걸면 기습에 맞서고 회전을 걸면 회전으로 맞선다. 결코 자신의 패턴을 고집하지 않는다. 어쩌면 탁구의 모든 기술을 적시에 구사할 줄 아는 남자. 어떤 구질의 공이 와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하회전에다 횡회전만 약간 섞여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상대의 기습적인 서브에 놀라 "누구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하면서 친절히 손 내밀어 본다. 그러면 공은 "너랑 급이 다르다" 하면서 손을 팩 뿌려 치고는 테이블 밖으로 아웃된다. 나는 좀 둔한 데가 있어서 그런 공 여인에게 몇 번이고 뺨을 맞아야 정신 차린다. "아직도 모르겠니?" 라면서 내 뺨을 때리고는 아웃되고. "여자 맘을 모르네" 하면서 내 옆구리를 박차고는 아웃된다. 아니 대체 어떻게 받아야 하는 거냐고. 나는 마롱처럼 처음 본 여자의 속성을 다 알지 못한다. 죽을 만큼 맞아야겠지. 머리가 나쁘니 맞아야 해. 아프다. 아아, 또 얻어맞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싶을 때 비로소 그녀의 특성을 짐작한다. 그만 좀 때리세요. 이쪽으로 그러니까 반대쪽으로 세워서 살짝 밀어야 하나? 아하, 이 부위였군요. "그래요, 이제야 아셨어요? 바로 거기, 그곳이라고요, 까르르~" 웃으며 그녀는 그제야 얼굴을 살짝 붉히며 네트를 사뿐히 넘어가 준다. 그래 이거였어. 공 여인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바로 여기를 건드려주어야 하는구나. 나는 깨닫고 깨닫는다.  


너 손가락에 빚 맛은 거 아니니? 얼핏 그런 느낌이 들었다. 상대와 백에서 주고받는 쇼트 릴레이. 공은 탁구대에 대각선을 그으며 왕복한다. 멀찍이 서서 파워 쇼트를 주고받는다. 주고받던 중 상대의 때리는 임팩트가 어딘가 특이하다 싶었는데, 순간 나의 포핸드 방향으로 공이 확 트는 게 아닌가. 어라,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 처음부터 백스윙이 이쪽을 노렸으면 아마도 예상했으리라. 아, 이제 방향을 바꾸려나 보다 하고. 코너로 째는구나. 내가 몰랐을 줄 알았지? 하면서 포핸드 드라이브로 맞받아칠 준비를 했을 터다. 그런데 백스윙의 변화가 없이 마치 손가락에 맞은 것처럼 공이 방향을 확 바꾸는 것. 실수처럼 보이는 역방향. 세계 1위 판젠동의 직선타. 마롱도 따라가지 못하고 쉬신도 쳐다만 보는 공이다. 막상 맞닥뜨리니 이건 정말 반응할 수가 없다. 이것도 수없이 얻어맞고 패턴을 익히고 예측하면 대응할 수 있으리라, 여기고 패턴을 익히던 중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열심히 따라가는데 불쑥 무릎이 지끈거린다.




7부의 서브는 어떤가? 

짧거나 길거나 회전량이 그리 많지 않다. 길면 결대로 때리면 되고 짧으면 방향 맞춰서 들면 된다. 6부의 서브는 어떤가. 짧은 서브는 너무 짧고, 긴 서브는 하회전이 섞여서 혼돈을 준다. 짧은 서브는 정성 들여 짧게 받아야 하고 긴 서브는 슬며시 들어주어야 한다. 정직하게 플레이하는 게 해법이다. 그러면 5부의 서브는 어떤가. 어라, 이건 처음 보는 하회전이네. 그냥 밀면 다 네트행이야. 와, 코치님 5부 서브 어떻게 받아요? 그건 번쩍 들어야지. 따닥 박자에 확실히 들어줘야 넘어가. 커트량이 어마어마하다. 어마어마한 공이 싱긋 미소 지으며 길게 오는데 그마저도 죄다 네트행이다. 자꾸만 속는다. 그냥 주는 서브가 하나도 없다.


자, 이제 4부 서브는 어떤가. 

세상에 처음 보는 구질의 공이 온다. 왠지 징그럽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고 아시아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원주민인가. 아니다. 뭔가 섞였다. 혼혈이다. 혼혈인데 백인에 가까운지 흑인에 가까운지 분간되지 않는다. 히스패닉인가. 뭔가 '푸에르토리코'스러운 느낌. 그래, 아마야구 세계 최강 쿠바가 떠오른다. 그들이 던지는 공. 그들이 때리는 홈런. 그을음이 묻은 파워. 원초적인 힘. 나는 전통의 동양인인데, 통뼈인 그들과는 다른데, 다른 공을 결에 맞게 받아야 할 텐데, 라고 고민하는 중 벌써 서브 공이 성큼 가까이 다가왔다. 어떻게든 리시브해야 한다. 살며시 공에 라켓을 갖다 대자 공이 팍 죽어버린다. 뭐야? 내가 뭘 어쨌다고? 왜 이래?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라켓을 완전히 열어서 퍼올리는 타법으로 리시브를 했다. 그러다 연신 3구 스매싱을 얻어맞고는 온몸을 짜내 드라이브를 걸었다. 모 아니면 도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전술인데, 일명 승리 아니면 죽음의 기술이다. 나는 선수처럼 편하게 가벼이 리시브하지 못한다. 이거 아니면 죽음이라는 심정으로 도박해야 한다.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그래야 겨우 살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나마 올라간다. 대충 눈감고 스매싱 날리는 게 아니라, 내 딴에 계산된 전략으로 올인을 한다. 적당히 하회전이 걸렸고 아까 몇 번이고 네트에 처박혔으니, 적당히 들어 올리되 상대의 몸 쪽으로 틀어서, 때리는 게 아니라 쭉 감아올리는 타법. 영상에서는 그랬다. 온몸을 날려서 받는다. 그래야 얼추 비벼볼 수가 있다. 그게 4부다.


그럼 3부의 서브는? 

3부는 외려 쉽다. 그냥 준다. 쉽게 치라한다. 달리 기술을 걸지 않는다. 칠 테면 쳐 보라 하고 가벼이 서브 넣는다. 나는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면서 냅다 스매싱이나 드라이브를 건다. 내 딴엔 득점타로 한방을 날리는데 그것을 가벼이 받아 낸다. 어라, 이게 아닌데. 상대는 "공 오는데 빨리 안 돌아오고 뭐해요?"라며 꾸짖는다. 나는 아직 끝스윙 중이다. 설마, 하면서 내 테이블에 꽂히는 공을 돌아본다.


2부는? 

신의 영역이다. 2부는 막 장난치면서 공이 온다. 하회전이네 싶으면 상회전이고 횡회전이네 싶으면 반대 횡회전이다. 막 이상한 스윙에 이상한 곡선으로 공이 날아온다.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계 비행선 같다. 비행선은 내가 아는 상식에 정반대로 날아다닌다. 급기야 나는 반대로 짐작한다. 그래, 이 공은 하회전처럼 보이는데 실제는 상회전이겠지? 내가 속을 줄 알았지, 하면서 상회전을 때리듯 치면, 젠장 하회전이다. 이런 식이다. 두 번 더 꼬아야 한다. 좌 횡회전인 거처럼 보이는데 우 횡회전 볼이라 넘겨짚을 줄 알았지, 하면서 죄 횡회전 때리듯 때리면 실제 좌 횡회전인 경우가 있다. 얻어걸린다. 그러면 왕왕 2부 상대가 당황한다. 어떻게 알았지? 라면서 한번 더 꼰다. 꼬고 더 꼬고 덜 꼬으면서 수를 읽는다. 아무튼 머리가 좋아야 2부의 서브를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운이 좋으면 받고 아니면 못 받는 단계라 할 수 있다.


1부는? 

서브를 넣으면서 알려준다. "이거 들어 올려야 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들어 올려 본다. 어라, 들어 올리니 잘 들어가네, 하는 식이다. "이거는 민 볼이에요." 그 말에 그냥 때리면 또 잘 넘어간다. 나는 친절한 1부의 설명을 들으며 탁구를 친다. "아, 잠깐만요, 우리 게임 중이잖아요." 내가 말하자 "네, 열심히 하세요"라고 응답한다. 내가 "아니, 방금 이 서브는 어떻게 받아야 해요?" 묻자 "그거는 제가 없는 쪽을 보면서 그러니까 이 쪽을 보면서 쳐야죠"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그렇게 탁구를 치다가 "지금 음료수 내기인 거 잊지 않으셨죠?"라고 내가 묻는다. 아아, 에지나 네트라도 제발 생겨라. 손가락에 맞춰 볼까? 별 거지 같은 생각이 다 떠오른다.


게다가 특 1부도 있다. 구장 리그전이었던가? 나는 특 1부랑 치면서 우리가 치는 공이 탁구공이 맞나, 고민하다가 아닌 것 같다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정녕 탁구공이 맞나? 새로 나온 건가? 중국산인가? 골똘히 생각하는데 심판이 3대 0이라고 말해서 그제야 게임이 끝난 줄을 알았다.   




보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은 다르다. 


티브이 영상을 보면서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하는 기분. 그것은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계가 있다. 실제는 공기 자체가 다를 터.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세계적인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미세하게 움직이는 공의 회전, 무게, 압박까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탁구장에 아마추어 부수별로도 그 차이가 확연한데 선수들이란, 어쩌면 차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여행도 그렇지 않을까. 티브이나 유튜브로 보는 여행기란 각기 다르다. 다른데 알 법도 하다. 알 법도 해서 부럽다거나 저기 꼭 가고 싶다, 저기에는 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뉴스를 보면, 왜 저곳에 가서 저런 행동을 해, 하기도 한다. 왜 혼자 가, 외롭게, 라고도 한다. 직접 라켓을 들고서 공을 쳐 보면 그 느낌, 그 감각이 몸으로 전해온다. 영상 속 현지의 땅을 밟아야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는 것처럼, 공이 닿은 울림이 전해져 파르르 피부 위 털들이 흔들린다. 흔들림은 진동처럼 온몸 구석구석에 전해진다. 이 촉감이야. 기억했지? 그렇게 치는 거라고. 몸은 기억을 저장해둔다. 저장해둔 감각을 느끼기 위해 살며시 휘두른다. 휘두르자 둔탁한 촉감이 반사된다. 다시 저장한다. 몇 번이고 몇 만 번이고.


탁구처럼 각 부수별 실력을 갖추고 세상사 여행하기에 적용해보면 어떤 느낌일까. 7부가 십 대의 세상살이, 6부는 이십 대, 5부는 삼십 대, 4부는 사십 대, 불혹, 사십대라고 인생살이 다 알 것 같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야, 라고 3부 오십 대 어르신이 말한다. 그러자 2부가 난 아직 청년이라고, 라며 육십 대의 정정함을 부르짖는다. 그 옆에서 1부가 이제 시작이지 뭐, 라면서 칠십 대의 활력을 온화한 미소로 비춘다. 칠십 대는 정갈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갖가지 약을 먹는다. 천천히 운동 나가서 세상사 굴러감을 점잖게 둘러본다. 그러자 저 멀리 산 위에서 특 1부가, 팔십 대가 되니 이제야 인생이 보인다, 하면서 야호! 를 외친다. 아이고, 징그러 사실 난 구십이 넘었다오, 사는 게 곧 여행이지, 라며 옆에서 선수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어쨌거나 나는 영상을 보며 연습한다. 준비한다. 그려본다. 미리 닥쳐올 그 상황. 그만큼 당했으면 됐다. 한 단계 전진하기 위해. 선제를 잡기 위해. 부수를 올리기 위해. 조금씩이지만, 죽을 만큼 아팠고 설레기도 했다. 간절히 성장하고프다. 실제로, 정말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탁구도, 여행도, 세상사 인생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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