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중요한 것은 ‘의미’..직장에서의 행복

by 정중규

직장의 행복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CHO(Chief Happiness Officer)라는 시도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일을 하며 느끼는 감정과 상태가 생각보다 우리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는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쌓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 속에서 노동의 질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임금 수준이나 고용 안정성처럼 눈에 보이는 조건만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스스로 괜찮다고 느끼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시선입니다. 노동을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존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역으로 바라보려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는 어떤 일일까



‘괜찮은 일(Decent Work)’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관점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같은 조건에서 일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버겁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비교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통계 숫자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노동의 질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그래서 행복이나 삶의 만족과 관련된 지표는 노동시장을 분석하거나 정책을 고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보완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직원의 행복을 조직이 살펴보기 시작하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의 행복과 웰빙을 보다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Chief Happiness Officer, 줄여서 CHO라는 역할입니다. 이 직책은 직원 경험, 조직 문화, 웰빙 프로그램, 참여도와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역할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회사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 경험이 조직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CHO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관련 기사에서는 CHO의 역할로 직원 만족도 조사, 웰빙과 관련된 이슈 파악, 번아웃을 줄이기 위한 환경 조성, 조직 문화 개선 등을 언급합니다. 직원들의 만족과 참여도가 낮아질 경우 이직률이 높아지거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논의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CHO는 개인의 감정을 하나하나 관리하는 역할이라기보다는, 직원들이 일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나 환경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행복은 ‘기분’보다 ‘환경’에 가깝다


직원의 행복을 간식이나 이벤트처럼 단발적인 복지로만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신 일하는 방식, 소통 구조, 조직 문화 전반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유연한 근무 방식,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 같은 요소들이 직원 경험과 웰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함께 언급됩니다. 이는 직원의 행복이 개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어떤 환경을 만들어 두었는지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행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노동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행복과 관련된 지표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우리가 노동을 이야기할 때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일했는가”뿐 아니라, “어떤 상태로 일하고 있는가”를 함께 생각하게 만듭니다.



직장의 행복은 점차 노동과 조직을 이해하는 중요한 관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CHO라는 역할 역시 직원의 행복과 웰빙을 조직 차원에서 바라보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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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보다 중요한 것은 ‘의미’ : 호주 직장인 행복 조사로 본 일의 조건


호주 구직 플랫폼 SEEK가 발표한 「Workplace Happiness Index 2025」에 따르면, 호주 직장인의 57%가 현재 자신의 일에 대해 ‘행복하다’고 응답했으며, 15%는 분명히 불행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치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직장인이 일에서 만족과 의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엿볼 수 있습니다.



호주 직장인이 꼽은 행복의 핵심 키워드, ‘의미’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일관되게 강조된 키워드는 단연 ‘일의 목적(purpose)’입니다. SEEK는 직장인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급여나 복지보다 자신의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그 일이 개인의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호주 직장인이 꼽은 행복의 주요 요인은 ▲일의 목적, ▲하루하루의 업무 내용, ▲경영진과 리더십, ▲조직 문화, ▲스트레스 수준 순이었습니다. 급여는 이 목록에서 하위권에 머물렀으며, 많은 응답자들은 더 높은 연봉보다 일과 삶의 균형, 흥미로운 업무, 존중받는 조직 문화를 더 중요하게 평가했습니다. 이는 직장인의 행복이 단순한 보상 구조가 아니라, 일의 설계 방식과 조직 운영 전반과 깊이 연결돼 있음을 시사합니다.


“언제 가장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



보고서는 직장인들이 언제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지도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응답자들은 ▲업무가 흥미로울 때,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을 때, ▲스스로 생산적이라고 느낄 때 직장에서 가장 큰 만족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일의 목적’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경험과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조직과 리더십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지적합니다. 업무를 어떻게 설계하고, 성과를 어떻게 인정하며, 구성원의 목소리를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따라 직장인의 행복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리더십과 고용 안정, 2025년의 새로운 변수



2025년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리더십과 고용 안정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제 불확실성, 대규모 구조조정, 인공지능 도입 등 환경 변화 속에서 직장인들은 조직의 방향성과 최고경영진의 판단을 이전보다 훨씬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경영진의 리더십’과 ‘고용 안정’은 전년도 조사보다 순위가 크게 상승했으며,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보다는 투명한 소통, 신뢰, 장기적 비전 제시가 직장인의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젊은 세대의 번아웃, 호주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호주 역시 세대 간 격차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Z세대 직장인의 경우,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으며, 출근에 대한 부담감과 자신의 노력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두드러졌습니다. 보고서는 젊은 세대가 ‘의미 있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제 직장에서는 그 의미를 충분히 체감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에 대해 SEEK는 멘토링 강화, 협업 중심의 업무 설계, 성장 경로에 대한 명확한 안내 등 조직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호주는 ‘행복의 조건’을 묻고, 한국은 ‘행복 점수’가 낮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한국노동연구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2023년 직장인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평균 행복 점수는 100점 만점에 41점에 그쳤습니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이 점수는 한 번도 50점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 직장인 다수가 자신의 일과 직장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특히 직무 스트레스, 과도한 업무 부담, 낮은 인정 구조 등이 행복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같은 방향, 다른 단계의 문제


호주와 한국의 조사 결과는 접근 방식과 분석 수준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같은 방향의 문제를 서로 다른 단계에서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호주 조사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일’을 중시함에도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 즉 의미의 결핍을 진단하고 있다면, 한국의 직장인 행복도 조사는 세대별 욕구를 직접적으로 측정하지는 않지만, 의미를 논하기 이전에 소진과 구조적 불만족이 장기간 누적된 노동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가장 최근에 공개된 직장인 행복도 조사가 2023년 자료에 머물러 있어 2025년 현재의 변화를 보여주는 공식적이고 종합적인 지표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직장인의 행복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사회적·정책적 논의로 연결하는 체계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직장인의 행복은 개인의 태도나 일시적인 복지 확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어떻게 일을 설계하고, 관계를 만들며, 의미를 연결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행복한 직장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일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일상 업무에서 성취와 인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조직만이 직장인의 행복을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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