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무안공항 참사"가 아닌 "제주항공 참사"..호남은 참사의 희생자 유가족마저 호남을, 호남의 정치인들을 신성시하며 감싸는가.
어찌하여 세월호-이태원 참사 경우 당시 유가족 대변자인양 나서 떼로 몰려다니며 박근혜-윤석열 탄핵을 외치던 민주당 의원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경우 그것도 민주당 본거지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참사인데도 어찌하여 1년이 넘도록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는가.
그것이 전남지역 민주당 정치인들이 정치적 법적 책임질 사안이라 덮어두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따른 이런 정파적 편가르기 불공정 행태를 고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부족사회 마인드에서 머물러 있다면 진정으로 비극을 희망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길인 '호남의 산업화'는 기대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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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마대자루 속에 아버지가···"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족의 절규 [하상윤의 멈칫]
99% 수습했다더니··· 유해·유류품 무더기 방치
쥐똥과 곰팡내 속에 묻힌 가족 흔적
활주로 흙바닥서 유족이 맨손으로 백골 줍는 비극
2월 2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공항소방대 뒤편 야적장에서 진행된 기체 잔해물 재조사에서 확인한 대형 마대자루(톤백) 내부.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지만 모두 희생자들의 유류품이다. 무안=하상윤 기자
2월 26일 기체 잔해물 재조사에서 발견된 25cm 크기의 유해. 국과수 감식 결과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 아버지의 정강이뼈로 확인됐다. 독자 제공
“썩은 마대자루를 열 때마다 그 안에서 가족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와 자식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일 년 넘게 방치돼 있었던 겁니다. 너무 억울해요. 너무 억울해요.”
지난 1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공항소방대 뒤편 통제구역 야적장.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의 울분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참사 여객기(7C2216편)의 잔해가 1년 넘게 보관되어 온 장소다. 지난 2월 중순, 유가족의 끈질긴 요구 끝에 잔해 보관 상태 개선 작업과 더불어 본격적인 잔해물 재조사가 시작됐다. 유가족들은 혹시나 유류품 한 점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현장을 지켜왔다. 재조사가 시작된 2월 12일부터 5주 동안 6차례에 걸쳐 그 과정을 기록했다.
6주에 걸쳐 기체 잔해물 재조사 현장의 변화 과정을 기록했다(위부터 아래 순서). 검은 천막이 점차 걷히며, 15개월간 쓰레기처럼 방치됐던 기체 잔해와 희생자들의 흔적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안=하상윤 기자
참사로 남편을 떠나보낸 유족 심정덕(68)씨가 2월 2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공항소방대 뒤편 야적장에서 기체 잔해물 재조사를 참관하던 중, 유류품과 유해를 확인한 뒤 오열하고 있다. 무안=하상윤 기자
검은 천막이 걷히고 굳게 닫혀 있던 톤백(대형 마대 자루)들이 하나둘 열릴 때마다 참혹한 실상이 드러났다. 작업을 위해 톤백을 들어 옮기자 바닥으로는 쥐똥이 후두두 떨어졌고, 곧이어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포대 안은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다. 하지만 흙먼지를 털어내고 살펴보니, 그것들은 다름 아닌 희생자들의 유류품이었다.
2월 27일 기체 잔해물 재조사에서 확인한 유류품 모습. 불에 다 타고 없다며 유족들을 돌려세웠던 당국의 당초 설명과는 상반되게, 마대 자루 속 물품들은 15개월 전 희생자들의 흔적을 뚜렷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무안=하상윤 기자
‘조ㅇㅇ’라고 적힌 알약 봉지부터 주인 잃은 어린이용 핑크색 크록스와 찢어진 기저귀, 고열에 눌어붙은 회색 캐리어, 토이스토리 티셔츠, 남색 수영팬츠, 스타벅스 비치타월, 잎새주, 부러진 뿔테 안경, 아이언 헤드, 쿨민트 리스테린, 후시딘 연고, 랑콤 에센스, 말린 망고, 나이키 운동화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짐작게 하는 방대한 유류품이 쏟아져 나왔다. 고열에 소실됐다며 유족들을 돌려세웠던 당국의 당초 설명과는 상반되게, 마대 자루 속 물품들은 15개월 전 희생자들의 흔적을 뚜렷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3월 19일 분류를 마친 수천 점의 유류품 가운데서 동생의 옷가지를 발견하고서 오열하고 있다. 무안=하상윤 기자
아내와 두 아들까지 온 가족을 잃은 유족 김영헌(53)씨는 쏟아진 물품들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엔 이름 붙은 신발 하나만 나와도 그리 감사했습니다. 작은 거 하나도 가족의 일부라고 여겨 소중했어요. '김정희(아내)'라고 쓰인 손가락만 한 케이스까지 찾아주길래 정말 열심히 수색해 준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를 보십시오. 온전한 유류품이 이렇게나 널려 있습니다. 고열에 다 타버렸다고, 기체 잔해만 남았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는데..."
3월 12일 기체 잔해물 재조사 현장에서 국과수 요원과 유족들이 뜯겨나간 여객기 동체 파편을 수색하고 있다. 이날 하루에만 희생자 유해 추정 물체 24점과 유류품 48묶음이 쏟아져 나왔다. 무안=하상윤 기자
3월 12일과 13일 기체 잔해물 재조사 현장에서 수습된 희생자 유해 추정 물체들. 이틀간 총 55점이 무더기로 발견됐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 1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현장 실사를 앞두고, 유족 동의 없이 참사 현장인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앞 잔해를 수거해 담아놓았던 마대자루에서 나왔다. 무안=하상윤 기자
쓰레기처럼 방치돼 있던 그 포대 안에서는 유해마저 줄지어 발견됐다. 지난 2월 26일 한 포대 안에서 무려 25cm에 달하는 뼛조각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이번 참사로 부모님과 남동생을 잃은 김유진 대표 아버지의 정강이뼈로 확인됐다. 김 대표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부모가 나오고 있다"며 절규한 이유다. 그는 "처음부터 저렇게 백골 상태는 아니었을 텐데, 그걸 생각하면 너무 참담하다"며 "아직 못 찾은 나머지 다리 하나도 저 쓰레기 무더기 어딘가에 있지 않겠느냐"며 오열했다. 가족의 흔적을 찾으려 쓰레기 더미를 뒤지면서도, 정작 유족들은 매주 목요일쯤 국과수에서 걸려 오는 신원 확인 전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찾길 원하면서도 막상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마음이 무너져 미쳐버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3월 13일 진행된 기체 잔해물 재조사 현장에서 유족들이 작은 뼛조각 하나라도 놓칠세라 방수포 바닥에 흩어진 잔해와 흙먼지를 샅샅이 살피고 있다. 무안=하상윤 기자
참사 직후 "현장 수습이 99% 완료됐다"는 당국의 발표와 달리, 1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희생자의 흔적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초기 수습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당시 잔해물을 세밀하게 분류하지 않고 대형 자루에 담아 야적장에 보관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유해와 유류품이 뒤섞여 방치됐다. 특히 지난 12일 재조사에서는 희생자 유해 추정 물체 24점과 유류품 48묶음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 중 상당수는 지난 1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현장 실사를 앞두고, 유족 동의 없이 참사 현장인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앞 잔해를 수거해 담아놓았던 마대자루에서 나왔다. 유가족협의회는 이 같은 정황을 들어 조사 당국의 현장 훼손과 조직적 은폐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3월 19일 기체 잔해물 재조사 현장. 유족들이 바닥에 끝없이 늘어선 수천 점의 희생자 유류품 사이를 걸으며 가족의 흔적을 찾고 있다. 무안=하상윤 기자
26일 유가족협의회가 발표한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진행된 재조사에서 수습된 유해 추정 물체는 총 80점에 달한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8점은 이미 참사 희생자의 유해로 최종 확정됐고, 2점은 비유해로 판정됐으며, 나머지 40점은 국과수에서 분석 중이다. 유류품은 대형 김장용 봉투 크기로 757묶음이 수거됐고, 희생자들의 휴대폰도 5대가 발견됐다. 봉투 한 묶음에 여러 점의 유류품이 들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1년 넘게 마대자루 속에 방치됐던 희생자들의 물품은 수천 점이 훌쩍 넘는 규모다.
참사로 아내와 딸을 잃은 김성철(54)씨가 3월 20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로컬라이저 인근에서 직접 유해 추정 물체를 발견하고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무안=하상윤 기자
3월 19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담장 밖에서 국과수 요원들이 유해 추정 물체를 수습하고 있다. 이 역시 유족들이 최초 발견했다. 무안=하상윤 기자
3월 20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로컬라이저 인근에서 유족들에 의해 발견된 유해 추정 물체. 무안=하상윤 기자
한편, 지난 14, 15일에는 유가족들이 무안공항 담장 외곽에서 직접 수색을 벌여 인체 유해 추정 물체 7점을 발견했다. 국과수 감식 결과 해당 유해는 모두 참사 희생자 6명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만난 유족 오정순(56)씨는 "이제는 함부로 흙을 밟을 수도 없게 됐다"며 "혹시나 어딘가에 가족이 떨어져 있지 않을까 바닥을 쳐다보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고 전했다. 국가가 수색 종료를 선언한 지 15개월이 넘었지만, 유가족들이 직접 현장에서 맨손으로 유해를 수습하는 비극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3월 19일 유족 오정순(56)씨가 유해 추정 물체 수습이 이뤄지고 있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담장 밖에서 철조망을 부여잡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 무안=하상윤 기자
편집자주
인디언에겐 말을 타고 달리다 '멈칫' 말을 세우고 내려 뒤를 돌아보는 오래된 의식이 있었습니다. 발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하상윤의 멈칫]은 치열한 속보 경쟁 속에서 생략되거나 소외된 것들을 잠시 되돌아보는 멈춤의 시간입니다.
한국일보 무안=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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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채 방치된 유해에 또 무너졌다... 무안공항 못 떠나는 유족들
[제주항공 참사 15개월, 유가족들 만나 보니]
잔해물 더미서 최근 유해·유류품 무더기 발견
흙먼지·쥐 배설물 등 뒤덮여… "미칠 듯 분노"
정부, 작년 1월 "99% 완료"… 부실 수습 들통
"31년 전 삼풍백화점 참사 때와 판박이" 질타
"최소한의 예우 없어"… 李 "책임자 엄중 문책"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딸을 잃은 정현경씨가 2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2024년 12월 발생한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무안=최현빈 기자
엄마가 마지막으로 만져 본 딸은 차디찬 왼손이 전부였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일어난 2024년 12월 29일, 정현경(56)씨는 남편의 급박한 연락을 받고 공항으로 향했다. 곡소리만 가득한 그곳에서,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살필 겨를도 없었다.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다음 날 새벽 '시신 수습' 안내를 받고 마주한 둘째 딸 이민주(사망·당시 24세)씨의 얼굴과 몸은 헝겊으로 덮여 있었다. 그나마 형태가 온전했던, 그래서 헝겊 바깥으로 나와 있는 왼손만 부여잡고 정씨는 밤새워 울었다.
생때같던 딸의 흔적을 그러모아 이듬해 1월 7일 장례식을 치렀다. 그로부터 열흘 뒤, 국토교통부는 "잔해 수습이 99%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해가 또 발견됐다. 정씨는 추가 수습된 유해를 거둬 같은 해 2월 합동 장례식을 통해 다시 딸의 넋을 기렸다. 이제는 정말 안녕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민주씨를 떠나보냈다. 슬픔은 가슴에 묻은 채, 딸의 안식을 바랄 뿐이었다.
2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 '합동 분향소'에 정현경씨 딸인 고 이민주씨의 영정과 위패가 놓여 있다. 왼쪽의 상장은 이씨가 숨진 뒤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무안=최현빈 기자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최근 정씨의 가슴에는 세 번째 대못이 박혔다. 정부의 잘못이었다. 국토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달 12일부터 진행 중인 '잔해물 보관 개선 작업'에서 노트북 가방 등 딸의 유류품과 유해를 뒤늦게 찾은 것이다. 게다가 온갖 흙먼지와 곰팡이, 쥐 배설물에 뒤덮여 오염된 상태였다. 공항 바깥, 실외에 오랜 기간 방치돼 있었던 탓이다. 24일 무안공항 청사 2층에 설치돼 있는 천막, 이른바 '셸터(Shlter·유가족 쉼터)'에서 만난 정씨는 "처음으로 미쳐 버릴 것 같은 분노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참사 이후) 1년을 하루하루 어떻게든 버텨서 이때까지 견뎌 왔는데…. 우리 딸 것을 하나라도 더 챙기고 싶었거든요. 지금껏 한 번도 안 보여 줬던 그 유류품들이 다 거기 있었던 거예요. 그 시궁창 같은 쓰레기 더미 안에."
최근 한 달간 발견된 유해만 '최소 38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5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잔해물 보관 개선 작업을 한 뒤, 삽과 손으로 대형 마대 안에 뒤섞여 있는 유류품들을 뒤적이고 있다. 정현경씨 제공
정씨만 겪은 일이 아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이달 20일 매주 목·금요일에 이뤄진 작업 중 새로 발견된 희생자 유해는 확인된 것만 38점이다. 유해인지 확실치 않아 분석 중인 것도 40점에 이른다. 유류품은 건설 현장 폐기물을 처리할 때 쓰이는 대형 마대에 담기는데, 무려 757묶음에 달한다. 이 중에서 휴대폰도 5개나 발견됐다. 사고 발생 직후의 현장 수습 작업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유족의 '재조사 요구'에도 꿈쩍도 않던 당국은 올해 들어서야 돌연 아무런 협의도 없이 로컬라이저 인근 잔해물 수습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무안공항 방문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부랴부랴 잔해물을 수거해 담아 둔 그 마대 안에서도, 아니나 다를까 유류품과 유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협의회는 이때 함께 찾은 티셔츠와 속옷 등을 항의의 의미로 공항 청사 1층 한편에 모아 놨다.
사고 현장서 '미수습 뼛조각 7점' 나오기도
2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유류품 일부가 놓여 있다. 무안=최현빈 기자
심지어 유족이 직접 희생자 유해를 찾아낸 경우도 있었다. 이달 14, 15일 사고 장소 주변 외벽을 순찰하던 유족들이 사람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유해 7점을 발견한 것이다. 감식 결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망자 6명의 유해가 맞았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해당 구역은 그제서야 출입이 통제됐다. 정씨는 "사고 현장과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 데다가 육안으로도 충분히 유해를 식별해 낼 정도였다. 정부는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실상이 이렇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인근에서 15일 희생자 유족들이 발견한 유해의 모습. 감식 결과 실제 사망자 유해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제공
참사 후 1년 3개월이 흘렀건만, 유족이 여태껏 공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가족의 일부가 언제,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니 현장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들 성호(사망·당시 37세)씨를 잃은 김영필(72)씨는 일주일 중 닷새를 유가족 셸터에서 지낸다. 김씨는 과거 종합병원에 근무하며 환자 이송 업무를 맡았던 덕분에, 아무래도 다른 유족들보다는 마구잡이로 뒤섞인 잔해에서 유해를 골라내는 눈이 더 밝다. 지금까지 잔해물 보관 개선 작업에 빠짐없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애타게 찾고 싶은 아들의 유해는 발견하지 못했다.
성호씨는 생전 결혼 얘기를 좀처럼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엔 달랐다. "아버지, 나 인자 결혼할 것 같아요." 이렇게 곧잘 얘기하곤 했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바로 그 연인과 함께 태국 방콕 여행길에 오른 성호씨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기자의 질문에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답하던 김씨도 아들 얘기가 나올 때면 깊은 한숨을 내쉬기만 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제. 이 나라 정부는 어디 건설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라고 하는디, 무고한 사람 179명이 죽어 부렀는데도 책임지는 사람 한 명이 없잖여."
"1년 넘게 완전히 방치… 책임자 처벌을"
2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건 희생자의 유족들이 생활하는 천막 30여 개가 설치돼 있다. 무안=최현빈 기자
"우리나라 행정은 30여 년 전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로 한 치도 발전하지 못했구나. 그걸 침통하게 깨달았던 것 같아요."
사고 발생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무안공항에서 미수습 유해가 잇따라 발견되는 현실을 두고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센터장은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1995년 6월 28일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서울시대책본부는 사망자 502명 시신을 전부 찾지도 못한 상태에서 잔해물들을 마포구 쓰레기 매립지 '난지도'(현 노을공원)에 내다 버렸다. 결국 유족들이 삽과 호미를 들고 트럭에 실려온 쓰레기 더미를 뒤져야만 했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1년 넘게 방치된 마대를 일일이 살피고 있는 현재 모습은 31년 전 그때와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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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우'의 문제다. 유 센터장은 "(여객기 사고) 현장이 너무 바빠서 (일단) 치워놓을 수는 있겠지만, 다시 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렇게 하지 않고) 완전히 방치해 둔 상태였다는 점에서 유가족들이나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갖추지 않았다고밖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도 "삼풍백화점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직을 걸고 일하겠다'고 말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잔해물 보관 개선 작업 과정 중 사망자 유해와 유류품이 추가 발견된 데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세종=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희생자 유해·유류품 무단 방치' 사태와 관련해 12일 "책임 있는 관계자들을 엄중히 문책하라"고 지시했다. 24일 무안공항에서 직접 만난 유족들은 대통령 지시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정씨는 "나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처벌해야 조금이라도 (가슴속 응어리가) 풀릴 것 같다"고도 했다. 유 센터장 역시 "누가 이런 식으로 현장을 정리하고선 '잘 수습했다'고 (상부에 보고)했는지, 책임자를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무안= 최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