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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Feb 22. 2021

장애인의 여가활동

현대사회에서 여가란 그 어원인 라틴 어 ‘licere’나 그리스 어 ‘Schol'e’의 고전적 의미처럼 노동이나 직무를 다하고서 허용된 자유시간 정도로 보던 종래의 소극적 의미에서 벗어나 오히려 ‘지금 여기’의 순간에 몰입해 즐기며 창조적 미래를 준비하고 재충전하는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의미가 있는 시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소수 특권층의 고급문화활동으로 여겼던 여가는 시민적 일상생활의 문화활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특히 ‘주5일근무제’와 맞물려 ‘전 국민의 여가 행복주의화’로까지 치닫는 추세이다. 심지어 지금 정치권에서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주 4일근무제'까지 논의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삶의 질은 여가 시간을 얼마나 의미있게 보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여가문화 향유가 시민적 권리로 인식되면서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여가활동 참여율에 있어선 아직도 계층별로 크나큰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장애나 질병 또는 가난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엔 극도로 제약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57% 이상이 여가활동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한 것’ 다음으로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에 높게 응답하였다. 하지만 높은 관심과는 달리 장애인들은 경제적 문제와 심리적 위축, 편의시설과 교통편 및 장애인이용 여가시설의 부족 등으로 말미암아 여가활동을 만족하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여가활동은 단순히 기본적 인권보장과 문화향유에 대한 기회균등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 향상을 꾀하는 재활적 관점, 궁극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주류화 실현에 중요한 까닭에 그들의 여가 욕구를 파악하고 합당한 여가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장애인복지법’ 25조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문화생활과 체육 활동의 증진을 위하여 관련시설 및 설비 기타 환경을 정비하고 문화생활, 체육 활동 등을 지원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의 여가활동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경제적 뒷받침, 여가시설의 확충, 욕구에 따른 여가프로그램의 개발, 여가활동 지원을 위한 인적자원의 확충 등,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하는 연유이다.




21세기는 문화시대로 그 어느 때보다 문화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높다. 문화는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일 뿐 아니라 경제사회적으로도 산업의 주요 분야로 자리 잡을 전망이며, 이미 선진국에선 물질 위주의 복지에서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측면까지 배려한 문화복지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문화복지는 열악한 복지환경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있으며, 특히 장애인과 관련해선 낯설기만 하다. 장애인과 문화라는 두 어휘가 장애인복지를 증진시키는데 별 연관이 없다고 흔히 생각하는 까닭이다.




교육철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생리와 안전, 소속과 사랑, 존중과 자아실현의 단계로 나누었다. 이제까지의 복지가 생리와 안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수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소속과 사랑, 존중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화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문화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요소로서, 인간은 문화를 매개체로 한 심정적인 만남을 통해 인간 혼의 가장 깊은 곳에서만 일어나는 진정한 일치를 이룰 수 있기에, 편견과 차별의 벽을 허무는 장애인들의 사회통합 과정은 먼저 문화의 옷을 입고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장애인의 여가생활을 통한 문화적 삶의 확보는 문화복지의 중추적 핵심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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