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4·3간담회에서 영모원을 얘기했다 / 정중규

우리는 왜 제주4·3을 말하는가

by 정중규

우리는 왜 제주4·3을 말하는가

대담 : 현기영 '순이삼촌' 작가,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김종민 4·3위원회 중앙위원, 한상희 교육학 박사

2023.4.1. 오후3시. 서강대학교 예수회센터

- 나는 오늘 대담 자리에서 제주 애월읍 하귀1리 영모원(英慕園) 이야기를 했다.

지난해 5월 4일 내가 직접 방문해 참배한 곳인데, 제주4·3 후손들이 손수 자발적으로 조성한 묘원으로 거기엔 특이하게도 이른바 피해자와 가해자(그것도 군경 토벌군과 무장빨찌산)의 영혼을 함께 모시고 있었다.

비유를 하자면 5·18광주국립묘지에 진압군을 함께 모시는 것과 같은 것이니 얼마나 이색진 것인가.

제주4·3 후손들 곧 제주도민들이 그렇게 한 이유 그 마음이 무엇이었을까.

우두머리 몇몇을 제외하곤 민중들은 그가 가해자든 피해자든 모두 역사의 사건에 동원된 희생자로 여긴 것은 아닌가.

사실 내가 누누이 얘기하지만 적대적 공생 그 진영정치 이념전쟁에서 양민학살의 피해 등 막상 가장 큰 희생자였던 민중은 오히려 탈진영 비이념적이었다.

한국전쟁 때도 국군이 내려오면 태극기 흔들고, 인민군이 오면 인공기 흔들던 그들 아닌가.

오로지 살아남으려 하는 그 몸짓에 누가 윤리적 잣대를 갖다댈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좌우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상호간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정치'놀음'을 거기 희생 당하는 민중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지금 바로 여기'의 시대정신으로 '사회통합'을 꼽고 있고 결국 우리 사회가 '합의제 민주주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고 믿고 있는 내게 영모원은 감동 그 자체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 참석자들에게 해방공간에서부터 시작된 동서냉전의 산물인 이념갈등이 빚은 70년간의 역사적 비극 사건들은 이제 모두 치유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이 위령단을 내게 소개한 이는 박명림 연세대학교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로, 그는 시대정신을 통찰하는 그 '마음' 때문에 내가 존경하는 학자다.

3년 전 제주4·3 관련 학술대회에서, 제주4·3을 처음으로 '민중항쟁'으로 규정했던 그가 제주4·3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면서, 제주4·3의 이른바 피해자와 가해자의 영혼을 함께 모시는 제주도민들의 그 본심을 깨달았다고 밝히며 영모원을 소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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