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첫줄에 언급된데로 ‘정치인 윤석열’의 첫 행보는 2021년 6월 9일 남산예장공원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모습을 드러낸 보훈(報勳) 행사였고, 바로 그 자리에 내가 그가 대통령으로 과연 합당할 사람인지를 직접 확인해보고자 참석해, 행사 내내 애써 그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의 인상(관상)에서 드러나는 굳건한 심지(心志)를 확인하고서 대선후보로 지지하기로 결심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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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윤석열’의 첫 행보는 보훈(報勳·공훈에 보답함)이었다.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윤 대통령은 3개월간 잠행을 하다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사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로 기자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우당 선생 가족 가운데 항일 무장 투쟁을 펼친 6형제 중 살아 귀국하신 분은 다섯째인 이시영 선생 한 분”이라며 “한 나라가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주 뒤 윤 대통령은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치 출마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2년 전 그때와 똑같은 말을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품격은 국가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며 “국민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최원일 전 천안함장과 유족, 생존 장병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의 오른쪽 양복깃엔 6·25전쟁 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 12만1879명을 뜻하는 ‘1218179’가 적힌 태극기 모양의 배지가 달려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가의 부름에 응답한 분들을 어떤 경우에도 잊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마음은 정치를 처음 결심했을 때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유독 보여주기식의 ‘쇼’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보훈 행사만큼은 연일 파격과 최초가 쏟아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진심을 담는다는 점에서, 보훈 행사만큼은 새로운 시도에 너그러운 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일 국가유공자를 대통령실로 초대한 자리에서 국가보훈부 승격 정부조직법안에 직접 서명했다. 부처 신설과 관련해 전자결재가 아닌 대통령 서명식이 열린 건 국가보훈부가 처음이다.
3월 24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맞서다 전사한 55명 장병의 이름을 모두 호명하는 ‘롤 콜(roll-call·이름 부르기)을 했다. 이 역시 최초로 윤 대통령은 전사자의 이름을 부르다 울먹이며 25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뒤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것은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라며 희생 장병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불러나갔다.
윤 대통령은 보수 대통령으론 최초로 5·18 기념식에도 2회 연속 참석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유족의 모임인 ‘오월의 어머니회’ 소속 어머니들과 함께 기념식에 입장했다. 비를 맞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번 현충일에도 윤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베트남전 및 대간첩 작전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다. 유족들은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오네요”라며 윤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숨진 이들로 대부분이 20대였다”며 “찾아올 사람도 많지 않은 현실을 윤 대통령은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같은 윤 대통령의 ‘보훈 행보’에 대해 “윤 대통령의 소신이자 국가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보훈을 “나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일각에선 천안함 막말 등 역사 인식과 관련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야당과의 차별화 행보란 해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20·30세대는 국가 안보를 중시한다”며 “민주당의 천안함 막말 논란과 대비되며 윤 대통령의 보훈 행보가 더 주목을 받는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