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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Jul 01. 2023

이권 쫓는 부나비 아닌 국민 섬기는 국회의원을/정중규

국회의원의 조건과 품격 토론회 발제문


1995년 중국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이 던졌던 화두 기업 2, 관료 3, 정치 4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정치현실입니다. ‘2라 스스로 칭했던 삼성을 비롯한 기업은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초일류가 되었는데 대한민국 정치권은 오히려 바닥 밑 지하실이라고 4류를 지나 56류로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느낌입니다.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는 적대적 진영정치, 특히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 전체를 몸살 앓게 하는 전쟁이었습니다. 특히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결정된 지난 대통령 선거, 선거는 끝났지만 패배한 민주당 측과 야권은 대선불복의 심사로 아직도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촛불모임이 열리는 등 총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내전 상태입니다.

이러한 정치 현실이 사회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지난 20216, 영국 명문대 킹스 컬리지(King's College)에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갈등지수 세계 1위 국가로 명시되었습니다. 전세계 28개국의 시민 28천여 명을 대상으로 빈부격차, 지지정당, 정치 이념 등 12개 갈등 항목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는지를 조사했는데, 우리나라 경우 이념·정당·빈부·세대·성별·학력·종교 등 7개 갈등 항목에서 심각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데, 오히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의 정점에 정치가 자리 잡고 있으며 여의도 국회는 갈등을 조장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 등 국민들이 오히려 이전투구 싸움판에서 늘 뒹굴고 있는 정치권 향해 제발 그만 싸우라고 호소하는 지경입니다.

극악한 사회갈등지수를 낮추려면 적대적 진영정치에 갇힌 정치권의 갈등지수부터 낮추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입니다. ‘다수제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에 입각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계속 되는 것도, 사회적 이슈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모여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내면서 사회갈등지수를 낮추고 사회갈등비용을 줄여나가는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al Democracy)’를 하루빨리 도입하자는 주장도 모두 그런 고민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시일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루면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이른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지만, 극도에 달한 사회 갈등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진정한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멈칫하고 있는데, 거기 ‘적대적 진영정치’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헌법 제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했고, 민주주의 정치란 ‘공존의 기술’인데, 특히 공화정을 표방하는 공화국에서 오히려 지금 우리 정치권은 정치를 반대편을 궤멸시키는 것으로만 다들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거짓과 술수와 계략과 꼼수가 판을 치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 달성하려 덤비는 이전투구 현장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공황’에 빗대어 ‘정치공황’으로까지 칭하는 적대적 진영정치 속에서 사회 전체가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적대적 진영정치의 뿌리를 저는, 1945년 해방 후 미소냉전의 첨예한 대치선의 한 가운데 하필 한반도가 위치해 남북분단 시대가 열리면서 시작된 좌우진영 이념 대립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적대적 진영정치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영호남 지역주의인데, 밑바닥 서민들의 삶과는 전혀 무관하게(그것은 대구와 광주의 경제지수 GRDP가 전국 최하위인 것에서 드러납니다) 정치인들이 그를 통해 반세기 넘게 정파적 사익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펼쳐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대변되는 진보-보수 좌우진영간 대립도 마찬가지로, 브라만 좌파(Brahmin left)와 상인 우파(merchant right)로 규정되듯 두 세력 모두 기득권화되어 이해관계에 있어선 한 몸이면서 겉으로만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기 위해 영호남 정치세력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바른미래당 창당에 함께 했지만, 정파간 이합집산 움직임 속에 그 꿈도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적대적 공생관계를 해체해 달라며 진영을 넘어서는 사회통합 향한 민심의 갈망은 선거 때마다 거대양당이 아닌 제3지대 무당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정치는 ‘바닥 밑 지하’에서 헤매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 State)로 우뚝 서 있습니다. 지난달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정상회담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데 이어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릴 NATO정상회의에도 2년 연속 참석할 예정입니다.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강대국의 일원으로 대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인데, 사실상 대한민국은 G8 국가입니다. 심지어 미국 US뉴스앤월드리포트(USNWR)가 경제, 정치, 군사, 외교,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2022년(the planet’s most powerful countries)’에서 한국은 일본,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을 제치고 독일과 영국 다음으로 6위에 올랐습니다. 사실 G7 국가가 아니면서 5000만 이상 인구에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국가는 한국뿐입니다. 세계 6위의 수출 대국에 군사력도 세계 6위입니다.

그리하여 서울대 싱크탱크 국가미래전략원 산하의 ‘세계 질서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클러스터’의 연차 보고서는 “한국은 동아시아 주변국에서 세계의 중심국으로 도약했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초강대국(super power)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중강국(middle power)을 넘어 강대국(great power)으로 부상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차세대 3대 산업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인데다 방위산업과 한류로 대표되는 소프트파워도 막강해 강대국 지위를 인정받기 충분하다면서, 이제까지의 미·중·일·러 사이에서 주변국을 자처하며 초강대국에 편승하던 전략 대신 주변국 아닌 ‘중심국’으로 ‘자유’의 원칙 아래 무역과 통상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개방 국가 전략으로 전환하라고 보고서는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 역시 “한국은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은 청소년에 머물러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강대국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국내 정치의 후진성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면 대한민국 현실과 미래 비전에 어울리지 않고 오로지 적대적 진영정치에 매몰되어 있는 정치권의 고질병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까. 바로 정치권력에 따르는 이권 곧 특권을 떼어놓을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마침 지난 531일 장기표 선생이 대표로 있는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주도 하에 국회의원특권폐지 촉구 국회의사당 인간띠 둘러싸기 행사가 여의도에서 펼쳐졌습니다. 궁극적으로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에서 각종 특권을 없이해야 정치가 정상화된다는 요구였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두 가지 이슈로 뜨겁습니다. 곧 선거제도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와 새로운 사람으로 공천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말해 물갈이를 할 것인가. 고기갈이를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두 가지 모두 시급한 과제이지만, 그보다는 앞에서 말한 권력에서 이권을 떼어내는 것처럼 정치구조를 바꾸고 개선시켜 환경을 정화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 아무리 깨끗한 사람도 여의도에만 가면 곧 그 물에만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나물의 그 밥이 되는 것도 이권이 그의 초심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적대적 진영정치를 낳는 근본 요인도,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대선이 목숨을 거는 전쟁이 되는 것도, 승자독식 구조에 의한 이권 때문입니다. 승자독식 그 독식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이권입니다. 어느 정당이나 대통령을 배출하고 집권을 하게 되면 모든 이권을 독식하게 됩니다. 논공행상이라고 수만 개에 이르는 자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국고 보조금조차 권력을 잡은 세력만 끼리끼리 나눠먹습니다. 지금은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니 그 때 그 시절처럼 선거만 하면 패가망신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그토록 정치에 인생 전체를 베팅하며 도전한 까닭도 정치란 것이 돈 놓고 돈 먹는 구조였던 까닭입니다. 정치적 부패도 바로 그 이권 때문에 빚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국회의원의 조건과 품격 그 결론은, 국회의원 자리가 이권에서 자유로운 그런 정치 환경이 될 때 그 모든 것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권력(정확히는 이권)을 쫓는 정치적 불나비들이 아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북유럽국가들의 의원들처럼 오로지 공익정신에 투철한 서번트(섬김) 리더십을 지닌 자들이 정치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길도, 더 나아가 수십 년 고질병인 적대적 진영정치를 극복하는 길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권력에서 이권을 떼어내야 적대적 진영정치가 사라질 것이고, 적대적 진영정치에서 벗어나야 국회의원들의 눈이 맑아질 것입니다.

지난 2010년,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제는 치유의 시간(This is the time to heal in America)”이라며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그런 관습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국민통합을 호소해 감동을 주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적대적 진영정치로 인해 갈라지고 찢겨져 그 어느 때보다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한 상처투성이 대한민국을 다시 회복시킬 ‘치유자’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국민통합이야말로 시대적 과제로 대한민국의 선진화, 그 미래를 결정지을 요인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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