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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Sep 03. 2023

2023년 가장 주목할 10대 미래 기술 / 정중규

MIT 테크놀로지 리뷰

120년 전통의 세계적인 IT·테크 미디어 <MIT 테크놀로지 리뷰>, 2023년 가장 주목할 10대 미래 기술(Breakthrough Technologies) 발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CRISPR 기술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주문형 장기이식

원격진료를 통한 임신중절

개방형 표준의 반도체 칩 설계

고대 유전자의 분석

배터리 재활용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된 전기차

군사용 드론의 대중화


올해 리스트에는 2023년 우주에서부터 인공지능, 바이오테크, 반도체, 에너지 분야에서의 판도를 바꿀 혁신 기술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정밀 공학이 만들어낸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망원경이 보내오는 데이터는 초기 우주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다.


수십 년간의 작업 끝에 2021년 12월에 발사된 미국 항공우주국의 100억 달러 상당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은 미국, 유럽 및 캐나다와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지금까지 우주로 보내진 망원경 중 가장 크고 이전 모델인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보다 약 100배 더 강력하다. 또한 이는 적외선을 감지하도록 특별 설계되어 먼지를 뚫고 우주 최초로 별과 은하계가 형성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이런 천문학적 시간 여행을 위해 맞춤 제작되었다. 반사경의 직경은 6.5미터로 허블의 직경보다 3배 더 커서 훨씬 더 높은 분해 능력을 선사한다. 여기에는 태양의 열과 빛으로부터 거울과 기구를 보호하기 위한 테니스장 크기의 차폐막이 달려있다. 엔지니어들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무사히 우주에 도달하도록 거울과 차폐막을 접어 로켓 페어링 내부에 넣을 수 있게 설계하였다. 이는 망원경이 지구에서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최종 목표 궤도로 이동하는 발사 후 펼쳐진다.


천문학자들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빅뱅 이후 우주 최초의 은하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퍼즐을 맞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것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유일한 목표는 아니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천문학의 여러 범위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다른 태양계의 행성에 대한 전례 없는 통찰력을 제공하여 대기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이는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목격하고, 성운의 웅장한 이미지를 찍고, 은하계의 구조를 조사하는 등 많은 일을 해낼 것이다.


거의 매일 새로운 발견이 쏟아질 것이며 이러한 발견은 2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망원경의 수명 동안 계속될 것이다.

2.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CRISPR 기술


새로운 형태의 유전자 편집 기술은 환자들의 정상적인 상태 회복을 위한 치료에 기여할 것이다.


지난해 최초로 크리스퍼 치료법이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희소병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보편화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 뉴질랜드 여성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영구적인 감소를 위해 최초로 유전자 편집 치료를 받았다. 이 여성은 심장병을 가지고 있었고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할 위험성이 높았다. 이 실험적인 치료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를 위한 치료는 유전자 편집(CRISPR 기술의 잠재적 전환점이 되었다. 약 10년 전 유전체(genome)를 편집하도록 첫 프로그래밍 된 크리스퍼 기술은 점차 실험실을 벗어나 환자의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처음에는 희귀한 유전적 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위한 실험적 치료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의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를 위한 크리스퍼 치료는 이 기술이 더 넓게 활용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건강한 삶을 사는 비결은 잘 알려져 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이다.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인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만약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맞을 수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일반적인 백신과 달리 주사 한 번으로 접종자의 DNA를 영구적으로 바꿔 평생 예방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학계에서는 이러한 일이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특히 크리스퍼(CRISPR) 기술을 비롯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진보한 덕분에 곧 가능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초창기의 크리스퍼는 단순히 DNA를 절단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제 크리스퍼는 사람 유전체에 완전히 새로운 DNA 절편이나 유전자 전체를 삽입하여 기존의 유전정보를 다른 것으로 바꾸기 위한 기술로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

3.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AI 기반의 ‘생성 혁명’이 일어났다. 이제는 그 무엇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오픈AI는 2021년에 출시한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생성(text-to-image)하는 인공지능 모델 DALL-E를 통해 이상함과 놀라움이 혼합된 세계를 선보였다.

DALL-E는 이용자가 짧은 설명 문구를 텍스트로 입력하기만 하면 몇 초 안에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2022년 4월에 공개된 DALL-E 2는 엄청난 발전을 보였다. 구글도 이마젠(Imagen)이라는 자체 이미지 생성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여러 가지의 이미지 생성용 인공지능 모델들 가운데 신의 한 수라고 부를만한 모델은 바로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이다. 8월에 영국의 스타트업 스태빌리티AI가 무료로 출시한 오픈소스 기반의 텍스트-이미지 모델 스테이블 디퓨전은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정용 컴퓨터에서도 충분히 실행되도록 설계되었다.


모두가 텍스트-이미지 모델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스태빌리티AI는 이미 타오르고 있었던 독창성과 혁신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단 몇 달 만에 수천만 개의 이미지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었다. 예술가들은 10년 동안 일어난 가장 큰 격변 가운데 하나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리고 언어 모델과 마찬가지로 텍스트-이미지 생성 모델 역시 인터넷에서 대량으로 긁어온 훈련용 데이터에 포함된 편향되고 독성 있는 콘텐츠와의 연관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오픈AI(OpenAI)가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 분명했다. 2021년 말 오픈AI의 소규모 연구팀은 회사의 샌프란시스코 본사 사무실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고 있었다. 이들은 자사의 ‘텍스트-이미지(text-to-image)’ 모델 ‘DALL-E’의 새로운 버전을 제작한 상황이었다. DALL-E는 이를테면 ‘반 고흐(Van Gogh)가 그린 여우 한 마리’, ‘피자로 만든 강아지’ 같은 짧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를 이미지로 변환하여 생성하는 AI 모델이다. 이제 연구팀은 DALL-E의 새 버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내야 했다.


오픈AI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거의 항상 우리는 무언가를 새로 제작하면 한동안 직원 모두가 그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해당 제품이 어떤 제품이 될지,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 파악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달랐다. DALL-E의 새 버전을 조작해 보던 연구원들은 이번 모델이 무언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트먼은 “우리가 대단한 무엇을 만들어낸 것이 분명했다. DALL-E 2는 우리가 바라던 바로 그 제품이었다. 논쟁이 필요 없었고 회의조차 연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4. 주문형 장기이식


인공장기가 개발된다면 장기이식을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


생명공학 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의 CEO 마틴 로스블랫은 환자의 생명 연장을 위해 이식할 수 있는 신체 장기와 3D 프린팅 장기를 쉽게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인공장기는 그녀의 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지난해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57세의 데이비드 버넷(David Bennett)은 두 달 동안 생존해 있었다. 메릴랜드 대학(University of Maryland)의 외과의들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버넷을 대상으로 실험적인 수술을 시행했고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심장이 사람에게 적합한지 규명하고자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장기이식 수술을 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3만 명에게 장기이식 수술이 진행되지만 이보다 많은 사람이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오르지도 못하고 기다리다가 사망한다.


동물의 장기는 잠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체는 동물의 장기에 자연적인 거부반응을 보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돼지 조직 표면의 당류는 인체의 면역 체계에 공격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거부반응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을 투입하면 어느 정도는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생명공학 기업들은 유전자 편집(CRISPR) 기술을 사용한다. 돼지의 장기를 인간의 장기와 더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장기 조직 표면의 당 분자를 제거하고 다른 유전자들을 추가하는 식이다.


내가 사업가 마틴 로스블랫(Martine Rothblatt)과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미국 웨스트포인트에서 열린 한 회의였다. 이 회의는 장기이식 수술에 사용되는 장기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기술을 찾기 위해 열린 것이었다.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에는 미국에서만 약 10만 명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2021년 미국에서는 41,356건의 장기이식 수술이 진행되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지만 6,897명은 기다림 끝에 사망했다. 장기 이식이 필요한 수천 명이 더 있었지만, 그들은 대기자 명단에 오르지도 못했다.


회의가 열렸던 날 로스블랫은 헬리콥터를 타고 허드슨강을 넘어 웨스트포인트에 도착했다. 마치 대통령의 등장에 어울릴 법한 모습이었다. 또한 헬리콥터의 도착은 드라이아이스에 담긴 장기가 시간에 맞추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긴급히 운송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로스블랫은 그녀의 비행 기록이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열정적인 파일럿으로 그날도 직접 헬리콥터를 조종했다.

5. 원격의료를 통한 임신중절


약물을 통한 임신중절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Roe V. Wade)을 뒤집는 판결을 하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었다.


미국에서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성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다른 방향으로 한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집에서 임신중절 처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팬데믹 기간에 일시적으로 의료진이 환자에게 두 알의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우편으로 보내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같이 복용할 시 임신중절을 유발할 수 있는 약이다. 몇 년 전, FDA는 이 알약이 임신 초기인 3개월 이내의 임신중절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 방법은 2020년까지 미국 전체 임신중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2021년 말, FDA는 원격의료를 통해 임신중절약을 처방하는 절차를 영구적으로 허용했다.

6. 개방형 표준의 반도체 칩 설계


컴퓨터 안에 내장된 칩을 설계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허가받기 어렵다. 하지만 이는 리스크 파이브(RISC-V)라는 유명한 개방형 표준으로 인해 바뀔 전망이다.


단순한 설계 규칙을 갖춘 개방형 표준인 리스크 파이브(RISC-V)가 반도체 칩 설계 시장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며 기술업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는 제조사는 다르지만 연결고리가 있다. 블루투스는 개방형 표준으로 요청 주파수나 데이터 인코딩 프로토콜과 같은 설계 사양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다. 개방형 표준을 기반으로 하는 이더넷(Ethernet), Wi-Fi, PDF와 같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이미 모두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리스크 파이브(RISC-V)로 알려진 개방형 표준이 등장하면서 앞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컴퓨터 칩 제조 방법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인텔, 암(ARM)과 같은 반도체 칩 제조사들은 장기간에 걸쳐 반도체 칩의 설계와 관련한 특허권을 보유해왔다. 그 결과?소비자들은 제품과 관련 없는 기능들이 추가되어 있을 수도 있는 규격화된 반도체 칩을 구입하거나, 불필요하게 많은 비용을 지불해가며 맞춤형 설계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리스크 파이브는 개방형 표준이므로 반도체 칩을 설계하려는 사람 누구나 무료로 이를 사용할 수 있다. 리스크 파이브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CPU 구조와 설계용 지적재산권(IP)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파이썬, 자바, C++, R 등 컴퓨터의 발명 이후 지난 70년 동안 인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래밍 언어를 고안했다. 사람들은 영어 단어와 수학 기호가 난무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트랜지스터에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 속에 있는 실리콘 부품이 ‘for’ 혹은 ‘=’와 같은 단어나 기호들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입력한 파이썬 코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어와 기호들을 반도체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엔지니어는 하드웨어가 무언가를 실행하도록 명령할 때 특정한 이진 시퀀스(binary sequence)를 지정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에서 ‘100000’이라는 코드는 두 숫자를 더하라는 명령이고, ‘100100’은 데이터 일부를 복사하라는 지시다. ‘컴퓨터의 명령어 집합(instruction set)’이라고 불리는 반도체의 기본적인 어휘들은 이러한 이진 시퀀스로 구성된다.

7. 고대 유전자의 분석


손상된 DNA를 상용화된 유전자 서열 분석기로 해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다. 이것은 먼 과거에 대한 놀라운 발견을 이끌어내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고대인의 치아와 뼈를 연구하는 더 나은 수단을 찾고 있었다. 과거에는 분석이 가능한, 잘 보존된 표본들을 찾기 위해서 고대 유적들을 샅샅이 훑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연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과 손상된 DNA를 상용화된 유전자 서열 분석기(sequencer)로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면서 고대 DNA 연구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치아나 뼈가 없어도 소변이 포함된 흙에서 DNA의 미세한 흔적을 분석할 수 있다. 2022년 11월, 독일의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Svante Paabo)가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으면서 고유전학(paleogenetics)으로 알려진 이 분야가 학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고대 DNA 분석의 결과 멸종된 인류인 호모 루소넨시스(Homo luzonensis)와 데니소바인(Denisovans)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현생 인류가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상당 부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전체 유전체(genome) 데이터가 밝혀진 고대인의 수는 2010년 5명에서 2020년 5,55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8. 배터리 재활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금속 소재를 회수하는 새로운 재활용 방법이 실용화된다면 전기차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


배터리 재활용, 배터리 수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레드우드 머터리얼스 같은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여 핵심 소재의 부족을 해결하고 더 지속 가능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래된 노트북, 부식된 전동 드릴, 전기차에서 회수된 고부가가치 금속을 통해 미래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폐배터리를 새 배터리로 만드는 재활용 기술의 진보 덕분이다.


전기차의 대중화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사용 증가는 기후변화에 좋은 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배터리 셀 제작에 필요한 금속의 공급이 이미 부족한 상황이고,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요는 2050년까지 2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황에서 재활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기존의 재활용 방식은 금속 소재를 개별적으로 분류하여 안정적으로 회수하기가 어려워 경제적이지 못했다. 그렇지만 재활용 업계가 폐배터리로부터 더 효과적으로 금속 소재를 용해시키고 개별 금속으로 분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상황은 반전되고 있다.


이제 재활용 시설에서 코발트와 니켈을 거의 그대로 회수할 수 있다. 알루미늄, 구리, 흑연도 종종 회수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80% 이상이 폐배터리 및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스크랩에서 얻어진다. 재활용 기업들은 광산에서 채굴된 재료들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희토류를 재판매할 수 있다.


레드우드가 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강화하자 한 배터리 회사가 대형 창고에 폐배터리와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남은 소재들을 보관하고 있다.

REDWOOD MATERIALS

레드우드 머터리얼스(Redwood Materials)의 주차장에 깔려 있는 자갈 위에 줄지어 늘어선 종이 상자들은 전기차의 과거와 미래를 상징한다. 미국 네바다 주 리노 외곽에 위치한 레드우드의 새로운 배터리 재활용 부지는 10에이커(40,468m2) 규모의 임시 저장 공간이다. 상자들 대부분은 세탁기 정도의 크기이며 하얀 플라스틱 포장재로 싸여 있다. 상자에는 무선 키보드, 버려진 장난감, 혼다 시빅의 폐 배터리 더미 등이 담겨있다.


쓰레기와는 거리가 먼 이 물건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로 사용된다. 재활용 공정에서 회수된 금속들은 폭발적인 전기차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소중한 재료가 될 것이다.

9.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된 전기차


전기차는 지난 수십 년간 사용되어 왔지만, 드디어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레드우드 머터리얼스 같은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여 핵심 소재의 부족을 해결하고 더 지속 가능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 몇 년 간 느린 증가세를 보였던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신차 판매량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emissions-free) 승용차 및 트럭의 비중은 1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과 2년 전에 기록된 4%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2030년 말에는 약 30% 수준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차가 틈새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변화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힘의 작용이 있었다. 미국의 주정부들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조 과정을 재정비하도록 강제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전기차 구입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로,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는 2035년까지 모든 승용차, 트럭, SUV를 탄소 배출이 없는 제로 에미션(zero-emissions) 차량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같은 시기에 유사한 규정을 확립했다.


정부의 규제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급망을 구축하고, 제조 역량을 증가시키고, 가격과 모델 타입 전반에 걸쳐 향상된 성능을 갖춘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10. 군사용 드론의 대중화


TB2와 같은 튀르키예산 무인기는 전쟁에서 드론이 수행하는 역할을 크게 확장시켰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드론 전쟁은 프레데터(Predator) 및 리퍼(Reaper)와 같은 미국의 첨단 정밀타격 항공기가 지배해 왔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중국, 이란, 또는 튀르키예에서 만든 저가 드론 모델이 사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여러 종류의 드론들을 사용하며 어떻게 드론 전투를 벌여야 하고, 누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바꾸어 놓았다.


대량 생산 군용 드론이 전쟁 방식 바꿨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론이 표적 살상뿐 아니라 대량 학살에도 사용된다는 사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러났다.


2001년 11월 1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무장 프레데터(Predator) 드론이 알카에다 지도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순간부터 전쟁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후 20년 동안 드론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상징적인 무기가 되었다.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 상당의 고도로 정교한 미국산 드론들이 표적 살해 군사 작전에 반복적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드론의 사용은 강대국에 국한되었다.


그 후 취미용 드론 및 가전제품 분야에서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무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또 다른 군용 드론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번에는 워싱턴이 아닌 이스탄불이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이 드론은 지구상 가장 막강한 군대로 손꼽히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튀르키예의 무인기 제조사 바이카르(Baykar)가 제작한 바이락타르(Bayraktar) TB2 드론은 아직 생소한 드론 전쟁 시대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드론들은 약소국이 현대전을 치르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최근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대중들 사이에서 드론이라는 새로운 무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그들에게는 수많은 알려지지 않은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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