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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Sep 04. 2023

호남의 산업화, 세속화 그리고 ‘한국의희망’ / 정중규

산업화 길을 통해 민생 살리는 진정한 민주화로 나아가야

호남의 탈이념화, 산업화, 세속화 그리고 ‘한국의희망’

- 산업화 길을 통해 민생 살리는 진정한 민주화로 나아가야


인간의 예측 욕망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호사가들에 의한 총선 전망이 그야말로 백가쟁명(百花齊放: 1956년부터 1957년까지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전개된 정치 운동)이다. 한때 월드컵에서 참가국들의 승패 여부를 족집게처럼 맞춰 유명해졌던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센터(Sea Life Centre)’ 점쟁이 문어 파울(Paul)이라도 부활시켜 다들 모시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번 총선도 지난 대선처럼 양대 거대정당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50% vs 50%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있어선 대체적으로 전망이 모아지는 것 같다.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제3지대 정당은 존재감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양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으로 무당층이 30~40%에 이른다는 여론조사만 믿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신당들의 성공 가능성을 다들 낮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이 지난 대선의 연장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50% vs 50%의 그 한쪽 50%가 0.73% 차이로 석패한 대선 결과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고 대선 불복의 심사로 아직도 버티고 있는 까닭이다. ‘총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의 내전 상태’였던 지난 1년은, 소수 집권 여당 국민의힘도 힘들었지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심지어 탄핵까지 외치는 반(反)윤석열 세력의 ‘준동’으로 국민들 역시 힘든 시기였다. 어쩌면 총선은, 대통령이란 자리를 두고 겨뤘던 두 후보가 대통령과 야당 대표로 다시 맞서는 최후의 결전장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추세에서 제3지대 정당들이 운신할 공간이 좁을 것은 당연하지만, 양향자 국회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 ‘한국의희망’ 만큼은 호남에서 일고 있는 ‘탈이념’의 새로운 변화 그 흐름 속에서 안착할 가능성 있음을 전망해본다. 마침 지난 8월 2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의희망’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새로운 정당의 탄생을 축하해주려고 찾아갔다.

아마 호남을 근거지로 삼아 탄생한 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내세우지 않고 시작하는 정당일 것이다. 이 점이 호남의 탈이념화, 더 정확히는 호남이 ‘민주 성지’라는 이념에서 탈피하지 않고는 적대적 진영정치 늪에 빠져있는 대한민국 정치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이들에게 각별한 기대하게 만들었다(물론 ‘한국의희망’은 당연히 전국정당을 표방할 것이지만, 일단 여기서는 호남만 관련해 논의하고자 한다).


“호남이 ‘민주화의 성지’나 ‘진보의 뿌리’라는 ‘신성’에 갇히지 말고 세속적 욕망을 표출하라”는 김욱 전 서남대 교수의 ‘호남의 세속화’ 실현 그 첫걸음으로 여겨지기에 지지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래서 ‘한국의희망’ 창당 두 주역 양향자 국회의원과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께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이러한 ‘한국의희망’의 창당 정신은 윤석열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두 번씩이나 참석해 호남의 미래 그 비전 곧 “오월의 정신을 구현하고 민주영령들께 보답하는 길”을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와 창의와 혁신의 정신으로 산업의 고도화, 경제의 번영을 이루는 것”으로 거듭 제시한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글로벌 첨단기업 삼성전자의 히어로 출신 정치인 양향자의 도전을 응원하는 것이다.

■ 5·18공법단체들이 주도하는 광주에서 일어난 두 가지 의미 있는 사건들


총선을 앞두고 호남의 탈이념화가 지금 조심스레 일어나고 있다. 김욱 교수가 말한 ‘세속화’이며 궁극적으로는 ‘산업화’로 나아가는 과정인데, 작금에 일어난 두 가지 의미 있는 사건들이 그러하다.


5·18민주화운동 공법단체들(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이 “처절한 상흔들이 명예로운 자부심으로 바뀌고, 나눔과 연대를 바탕으로 민주, 인권, 평화의 오월 정신이 위대한 정신적 가치로 자리매김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동안 진보연대가 주축이 되어 이념 중심으로 행사를 치른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에서 탈퇴했다. 심지어 5·18기념재단 역시 “5월 단체 없는 행사위원회에는 들어갈 수 없다”며 탈퇴를 고민하고 있다.


더 나아가 4·19민주혁명회·4·19혁명희생자유족회·4·19혁명공로자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총 5개 공법단체가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라면서 지난달 28일 공동으로 일간지에 ‘광주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 반대’ 광고를 냈다. 4·19혁명은 물론 광주민주화운동 공법단체가 광주시가 추진하는 정율성 사업에 반대 의견을 공개 표명한 것은 처음인데,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지금이라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 ‘한국의희망’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스웨덴 패러독스; 대한민국 대전환’의 저자인 ‘한국의희망’ 최연혁 정치학교장은 “지금의 선진국들은 모두 산업화를 이루고 이어서 민주화 과정을 거쳐서 선진국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역순이 될 순 없다”라고 했다. 대한민국도 산업화의 바탕 위에서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호남의 경우는 5·18 비극을 겪으며 산업화 과정을 거치기 전에 민주화의 깃발이 먼저 내세워지는 역순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구호만 난무하는 민주화, ‘민주 성지’라는 간판만 화려한, 실질적인 민생과는 무관한, 허구적이고 허위적인 삶에 와닿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일 따름인 ‘민주화 시대’를 호남인들은 오랜 세월 견디어왔었다.


2010년이었다.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평생을 보낸 골수영남 사람인 필자가, 민족작가회의 회원들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려고 88고속도로를 타고서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하고 거기서 1박2일 동안 갖가지 행사를 치르며 광주시를 돌아다녀 보면서 깨우친 것이 그것이었다.


국도 수준의 고속도로, 광주 시가지의 낙후, 겉으로만 봐도 너무나 확연했던 영호남의 경제적 격차를 재확인하면서 근본 해결책은 ‘호남의 산업화’ 곧 김욱 교수가 말한 ‘호남의 세속화’뿐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 창당에 함께 하면서까지 영호남 통합을 위해 애쓴 필자가 진심으로 하는 쓴소리이지만, 번번이 정치적 고립을 자초하는 호남의 열악한 현실을 궁극적으로 개선하는 첩경은 ‘민주 성지’를 고수하는 것보단 대기업 공장 유치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 김욱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호남의 세속화’다.


호남인들이 선거 때마다 몰표를 던지는 친문 세력, 더 나아가 민주당이 과연 그리했던가? ‘민주 성지’를 노래하며 정치적 ‘표밭’으로 여길 뿐, 그들이 호남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적이 있던가. 어쩌면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호남인들이 경제적으로 나아지면 ‘영구적이고 불변하는 표밭’을 잃어버릴까 싶은 얄팍한 두려움 때문은 아닌가. 호남인들이 호남의 살림살이를 위해 손잡을 상대는, 시장의 작동원리조차 모르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보다는 경제전문가들 아닌가. 민생도 살리는 실질적인 민주화를 이룰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영남, 특히 대구에서도 그대로 이뤄졌다. 대구는 해방공간에서 ‘동양의 모스크바’로 불릴 만큼 이념 갈등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고, 그에 따라 ‘1947년 10월 대구사태’나 5.18광주민주화운동 이상의 좌우진영간 대규모 양민학살 등 비극적인 사건들이 다수 발생했다. 모든 이념 갈등이 그러하듯 그 모든 것 역시 외형적으론 좌우 대립인 것으로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 더 깊이는 절대빈곤이 빚은 참사였다. 대구사태 역시 식량 배급 문제에서 비롯되었지 않았던가.

하지만 박정희라는 대구 출신 대통령이 배출되고, 그의 경제성장 드라이브 정치의 중심지로 고향 대구(를 비롯한 영남)가 선택받아 대한민국 어느 지역보다 산업화를 먼저 겪으면서 경제발전의 최대 수혜지가 되자, 이념에 빙의 들렸던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오히려 해방공간에선 지금의 광주와 비슷하게 정치적으로 게토화되었던 대구가, 어느덧 대한민국 정치경제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 호남이 그리될 차례다. 호남이 산업화 이전 시대의 그 풍요로운 땅으로 다시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과거의 풍요가 농업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이젠 신성장산업으로 호남지역의 경제를 살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호남이 5.18 트라우마를 온전히 치유 받고서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발돋움하는 데 역할을 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거기에 글로벌 첨단기업 삼성전자의 히어로 출신 정치인 양향자의 신당 ‘한국의희망’이 의미 있는 역할 하기를, 그것이 대한민국 정치가 적대적 진영정치에서 벗어나는 단초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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