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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핵심리더 대한민국 전략과 비전 세미나 / 정중규

by 정중규

'2045, 광복 100주년,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선진국 핵심리더 대한민국, 전략과 비전' 세미나

주제 발제 특강 :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2023.11.15. 오전9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산업자원부 장관과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선진국 시대 한국의 외교 안보 역량 확대 방안', '인구감소 억제의 필요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정 이사장은 지난 100년의 역사가 갖는 의미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1845년부터 1945년까지 100년간 우리나라는 서세동점 시대의 패자로 전락해 국제상황과 환경부적응증을 앓았고, 대륙에 막혀 좌절한 축소불균형 국가였고, 창조적 파괴와 기득권 파괴에 실패했다. 신흥세력의 등장을 가로막은 기득권 세력은 국권을 상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1945년부터 2045년까지 100년은 과거 100년의 흑역사로부터 회복의 시대이며, 세계 주류국가로 등장한 기적의 역사이며, 지속적 창조적 파괴의 시대, 압축 근대화 시대다. 기적을 이뤘지만 기쁨을 잃은 시대이며, 경제적 성취를 국민행복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으며, 고속열차가 지나치는 중간지대의 중간역 현상으로 창조적 소수와 비창조적 다수의 양극단화, 분단의 고착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같은 근현대사가 주는 5가지 교훈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자강력을 키웠을 때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고, 역사는 순항 발전했다는 점이다. 국가리더쉽이 확고히 서서 국론을 통일하고 갈등을 해소할 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우리 민족 특유의 끼와 기, 그리고 생존본능이 국가발전의 기본 에너지로 작용했지만 개성과 자존감이 강해 쉽게 분열되는 특징도 있다. 그래서 위기와 고난을 겪을 때도 항상 적 앞에서 갈라져 싸웠다. 이런 악순환 고리를 잘라 위기 앞에서 단결하고 국론통합을 이뤄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압축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치유하지 않고 방치해왔으며, 생태계는 파괴단계에 있다. 이같은 문제는 끊임없는 혁신과 노력을 지속해야 치유가 가능하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성취했나. 1945년 독립한 150여개 제3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근대화 혁명에 성공했고, 식민상태에서 자유국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빈국에서 부국으로 도약했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러 세계 5대 강국의 꿈을 갖게 된 성취를 이뤘고, 정치민주화, 시민과 언론의 자유, 경제근대화, 교육과학기술의 고등화, 사회와 문화 다원성, 개방화, 국제화를 이뤘다. 이제 동북아시아 반도의 한국에서 세계의 주류국가로 지위가 바뀌었다. 이제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벗고, 일본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미국과의 신뢰자산을 확충할 시대다.


성취의 뒤안길에 반성과 회한도 많다. 무엇보다 성취 뒤에 도사린 허영, 천박성과 품격상실로 문화적 허영, 사회적 무책임, 정치적 팬덤화, 여론의 경망, 수치심 소멸 등이 만연해있다. 한국의 선진화는 지체와 조숙, 극단의 성공과 조숙 현상이자 단절 분열 속에서 이룬 성취라는 평가다. 이념, 계층, 세대, 젠더, 교육, 노사, 지역갈등이 극에 이른 갈등선진국이기도 하다. 불만을 거쳐, 분노, 그리고 다시 냉소로의 확대를 막지 못해 국가사회의 문제해결능력을 상실한 '한국 문제군'고착화로 민주정치 성숙의 실패를 겪고 있다.


국가 이중구조 속에 사회단층화, 양극화가 심각하다. 자살율, 존속살인, 저출산율, 낙태율 세계 1위국이자 고아수출대국이란 부끄러운 오명도 있다. 관계형 사회와 시장형 경제의 공존 속에 소외감과 한계의식 확산으로 국민 정신세계의 파탄현상을 초래했고, 민족분단의 고착화가 염려스럽다.


우리가 안고 있는 3가지 불편한 진실은 첫째 산업화, 민주화, 선진국화에 성공한 나라인 한국의 국민은 왜 행복하지 않은가. 둘째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인가, 아니면 선진 도상국인가, 셋째 한국은 왜 갈갈이 찢겨져 분열하는가 라는 문제다.


우선 한국국민은 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네팔이나 방글라데시는 국민소득이 1천~2천불에 불과한 데, 행복지수는 우리나라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는 경제는 빨리 발전해서 앞서가는데, 뒤처진 사회문제를 정치가 처리하지 못해서 오는 문제라는 게 정 이사장의 설명이다. 미국인이 분노가 냉소가 되었을 때 총기로 묻지마 난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그런 분노가 쌓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둘째,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인가, 선진도상국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은 선진국 체감지표로는 선진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조건은 1인당 GDP 2만불 이상, IMF 정의 선진경제국, 세계은행 고소득 OECD국가군,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 HDI(인간개발지수) 0.8이상, 파리클럽 회원 등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같은 객관적 요건은 모두 충족했다. 하지만 국민의 삶과 사회안정, 안보적 위험도, 국민의 삶의 질, 미래의 희망지수 등 객관적 지표에 가려진 선진국 체감지표로는 선진국이 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즉, 우리나라는 선진도상국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선진도상국 증후군은 경제는 빠르게 선진화했지만 영혼세계는 혼탁하게 뒤처져 있고, 사회 생태계 등 국가생태계 파괴현상이 심화한 것을 말한다. 이 증후군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짚어 볼 수 있는 것은 종합국력 7위인 우리나라가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선 20위인데서 찾아볼 수 있다. 7위와 20위의 괴리가 선진도상국 증후군의 방증이라는 진단이다.


선진도상국 증후군의 원인은 다양하다. 도덕적 윤리적 품격상실, 과정과 절차 경시, 법치 문란, 황금 만능사상, 창조적 소수와 비창조적 다수의 공존체제 미비, 선진 정치 인프라 및 의사결정 메카니즘의 후진성, 패거리 붕당정치 속 의회 정치 문란, 분열 정치, 두 나라 현상, 국가 사회 이중구조, 공동체와 개체의 관계 방정식 해체 등이다.


정 이사장은 "선진도상국 증후군을 벗어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빨리 발전한 부문과 뒤떨어진 부문이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며,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 창조적 소수와 비창조적 다수가 기본적 균형관계를 회복하고, 물질과 영혼의 관계, 지구와 인간의 관계, 이웃과 나의 관계,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가족과 나의 관계 등 관계방정식의 회복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국가생태계가 건강하게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분열 공화국이 되고, 두 나라 현상이 생긴 이유에 대해 "국민적 기질이 기와 끼, 생존본능이 강하나 자주 분열하는 특징이 있는 데다, 민족주의 세력과 현대화 추진세력의 근현대사 인식이 극명하게 다르고, 소아적 정치리더들이 기득권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큰 바위 얼굴의 등장, 세대교체가 필요하며, 다당제 협치기반을 조성하고, 계파정치에서 시장형 정치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개헌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한국의 생태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게 정 이사장의 진단이다. 극단과 대립, 과잉 이념과 포퓰리즘, 팬덤화로 병든 정치생태계, 가계 부채, 주거불안, 연금 등 미래안심 설계 부족, 기초생계비의 과다 등 4각의 링에 갇혀 단절 침하되는 가계 생태계, 관계형 사회와 시장형 경제의 충돌현상을 보이는 사회 생태계, 경망한 가짜뉴스로 사회 역기능을 하고 있는 언론 생태계, 다민족 국가를 강요받는 인구생태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인물생태계 등 7개의 한국 생태계 회복이 절실하다.


이 병든 생태계는 국가 전체를 망가뜨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은 창조적 파괴로 전면적 체제를 개선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울러 이해관계자,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이겨내고 국민적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결국 정치의 몫이다.


국제사회에서는 2045년의 한국을 낙관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미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A Brief History of the Future'(2011)에서 "한국은 경제, 세계 문화, 과학기술 발전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했고, 하버드대 니얼 퍼거슨은 '코로나 이후의 세상'(2021)에서 "팬데믹 이후 가장 회복력 있고, 견고한 국가가 한국"이라고 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2040년경에 세계를 이끌 4개국으로 GUTS(Germany, US, Turky, South Korea)에 한국을 꼽으며 미래를 높이 평가"했고, 미 브루킹스 연구소는 "사실상 미국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인 한국은 강력한 서방(West)에 포함돼야 함"이라고 평가했다.


비관적 시각도 있다.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 데이비드 풀먼 교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는 한국"이라며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면 2750년에 대한민국이 사라질 것"이라고 인구감소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사피엔스(2011)'에서 "한국은 다른 어느 지적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를 더욱 압축해서 보여주는 곳"이라며 "한국은 선진경제국가이자 가장 앞선 기술력 보유국으로 첨단기술의 전도유망함과 더불어 위험도 두 배로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어 "GDP와 생활수준이 극적으로 올라가는 동안 자살률도 치솟았다"며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주제 발제에서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의 지향점으로 '지속가능한 세계 핵심 주류국가'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30/50클럽에서 70/50클럽을 거쳐 100/50클럽으로 가기,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점 찾기, 잠재성장력 3% 지키기, 국민행복지수 10위(현재 59위), 사회통합지수 10위(현재 26위) 달성, 정치포용지수 10위 이내 만들기(현재 32위), 미국, 중국 등 주변 강국에게 모두 필수국가 되기 등의 목표가 주어졌다.


30/50클럽이란 국민소득 3만불에 인구 5천만명을 말하며, 70/50클럽은 국민소득 7만불에 인구 5천만명을 가리킨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달러 약세 전제 아래 환율의 정상화, 정치사회 비용이 감소하고, 국가리더십, 개헌, 정치혁신, 창조적 파괴와 기술혁신, 공공부문의 생산성 현대화 등으로 오는 2037년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7만6천불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는 100/50클럽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음 22년간 많은 것을 바꾸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국가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한편 큰 바위얼굴을 찾고, 파괴된 국가 생태계를 복구하고, 산업화 민주화 세력을 퇴진시키고, 과감한 세대교체를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외교안보 역량의 획기적 확장, 87년 헌정 체제의 전면 재검토, 미래 안심설계 재설계 vs 높은 조세 부담률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과학기술, 교육체제의 획기적 업그레이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한국 정치사회의 분열상은 산업화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후예들 사이의 기득권 쟁탈전으로 번져가고 있다'면서 "다음 세대의 상위 10%가 갖는 월드클래스 인력을 조기에 국가발전을 위해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쌓은 정치사회비용을 걷어내기 위한 창조적 파괴를 젊은 세대에게 맡겨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선진국 시대 한국의 외교안보 역량의 확충도 절실하다고 했다. 미국과 동맹으로 신뢰를 축적하고, 일본과 연합해 자신감을 강화하며, 중국과 공존으로 두려움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변방국가에서 주류국가, 핵심국가가 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교의 인적 물적 인프라가 지금의 2~3배 이상 대폭 확충해야 하며, 외교 네트워크를 촘촘히 건설하고, 외교관을 생활인이 아니라 전략전투요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잠재성장력을 3%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제시했다. 정치사회 안보비용을 절감하고, 인구감소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노동제도와 관행을 노동의 한계생산성 향상에 맞춰야 한다. 교육과 과학기술 역량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리고, 첨단 고기술의 메카로 기술 인프라를 확충하고, 외국인 및 국내 투자환경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리는 등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가소멸의 위기를 불러오는 인구감소 억제를 위한 방책도 내놨다. 해외 이민자를 적극 추진하고, 더 나은 자녀 양육환경을 조성하고, 자녀 양육 노동자에 대한 유연한 근무환경 제공 및 제도 강화, 가족 윤리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 젊은 층의 '미래희망 인자' 증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자녀출산 및 양육이 갖는 소중한 의미를 젊은 국민들이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무엇보다 2045년 G3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정치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 이사장은 "2045년에 초우량 선진국이 될 경우 그 나라를 끌고 나갈 정치 리더가 필요하며, 정치 체제가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은 '가치형 인물'이어야 하고, '협치'를 최고 품위의 정치로 삼아야 하며, 다툼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놓고 다투는 정치인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노화하면서 벌어진 여러 문제들을 정치분야가 문제해결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하고, 목숨을 걸고 미국의 오바마같은 큰 바위얼굴을 찾아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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