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문재인 평양 주석궁 방문 때 그 시설 수준이 남한 청와대에 비해 훨씬 낮음을 인정하기도 하는 등 생각보다 성격에서 솔직한 면이 있다.
작금에 대남 관련해서 죄다 문을 걸어잠그는 것도 남북체제경쟁공공의 패배를 공공연하게 또 솔직하게 인정한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지난 집권 15년동안 아무리 갖가지 몸부림을 쳐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북한경제 곧 남북체제경쟁에서 북한이 남한에게 패배한 이유와 원인이 대해 오랜 시간 골똘히 생각했을 것이다.
결론은 그것이 '자력갱생'에 있었음을 깨달았던 것이고, 그것은 북한판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의 포기라고 보면 될 것이다.
최근 주체 연호를 포기하는 등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선대의 흔적을 하나둘 지워가는 것에서 그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두 가지 키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이승만식 동맹 모델'과 '박정희식 경제발전 모델'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로 작심한 듯 보여진다.
그 첫번째 실행이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연상시키는 지난 6월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북러 조약'이었고, 그 두번째 실행이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의 월남 파병을 답습하는 것 같은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보인다.
둘 다 러시아와 관련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미국의 혈맹국가로 70년을 함께 하면서 끝내 번영을 이루었듯이, 러시아를 혈맹국가로 삼아 자력갱생이 아닌 개방경제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포부인 듯하다.
김정은이 러시아가 아닌 중국을 혈맹국으로 삼지 않는 것이, 중국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김정은이 아니라 그 형인 김정남을 삼았던 것에 대한 원초적 불만 불신감 때문임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 대신 중국과의 시장 개방과 교류는 장마당의 활성화로 이미 이뤄지고 있다.
또 미국을 포기한 것도 트럼프 집권 때 미국 정부에 잔뜩 기대를 했었다가 하노이에서 처절하게 버림받고 빈 손으로 전용열차를 타고서 평양으로 돌아왔을 때의 그 상처 때문이다.
결국 김정은은 북한 경제 살리기 그 지름길을 이승만-박정희 모델에서 찾았던 것 같다.
어쩌면 김정은이 이번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빈슨과 애쓰모글루가 지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정책을 칭송한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은는지도 모른다.
흔히 북한 전문가들이 북러 동맹 관계 구축을 한미일 동맹 관계 구축의 반작용으로 분석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중러 동맹 구축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지금 거기 중국이 빠져있다는 사실에서 그 분석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앞에서 얘기한대로 북러 동맹으로 한미 동맹의 그 길을 김정은이 따라가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미국과 한짝이 되었듯이 북한이 러시아와 한짝이 되어, 이제까지의 자력갱생 기조는 포기하고 대한민국이 미국과 그러했듯이 러시아와 혈맹을 맺어 정치적 군사적 뒷배로 삼고서 거래를 하고 원조를 받고 교역을 하는 그런 식으로 개방하며 생존의 길을 모색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