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전 MBC 사장 아들은 왜 우파가 됐을까'라는 기사를 보니 문득 지난 연말 <마왕 신해철 송년파티>를 하러 찾아갔던 북카페 '오티움'이 떠오른다.
가수 신해철을 추억하려고 찾아간 오티움에서 주인장이 어디서 낯이 익어 누군가 했다가 그가 박성제 전 MBC 사장임을 뒤늦게서야 알게 되어 깜짝 놀랐었다.
내가 윤석열 정부 들어 공영방송 개혁운동에 함께하며 퇴출 1호로 꼽았던 언론인이었던 까닭이었다.
결국 그는 우리들의 바램대로 물러나 모두 환희작약했었지만 역시 민주노총 운동권 출신답게 퇴진하면서도 자신의 '꼬봉' 안형준을 심어놓아 모두를 실망 분노케 했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그를 그렇게 만났으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조금 있다 서빙을 하러 나온 여성이 역시 문재인 정권 시절 언론계, 특히 SNS분야를 사실상 관리했던 그 유명한 정혜승 씨로 박성제 씨의 배우자였다.
퇴직 후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북카페 오티움 인테리어처럼 아릅답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추억 속으로 잊혀져 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들의 아들 박준영 연세대 학생으로 다시 내 기억 속으로 소환되고 있다.
박준영 학생은 자유대학 부대표이자 지난달 10일 전국 대학 최초로 연세대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주최해 대학생 시국선언의 물꼬를 튼 주역이라고 한다.
좌파 부모 밑에서 우파 아들이 나왔다는 그 사실만이 아니라, 그것이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의 “정치적 의미에서 특정 세대가 주목받게 된 것은 ’86세대' 이후 사실상 처음”이라며 “86세대가 이념 지향적이고 진보적이라면 현 2030세대는 보수화라는 특징이 있다”는 분석대로 86세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정치적 세대의 출연 그 선두에 그가 서 있다는 사실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박준영 학생만이 아니라 2030세대가 내가 최근에 꿈꾸고 있는 "명실상부한 선진대국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도록 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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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전 MBC 사장 아들은 왜 우파가 됐을까 [최훈민의 심연]
지난 5일 조선일보 1면에는 "2030 우린 86세대 부모와 달라"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좌파 부모와 달리 우파로 성장한 2030 인터뷰였다. 첫 화두를 연 건 대학생 박준영(24) 씨였다. 박 씨는 2023년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86세대' 부모와 정치 현안으로 자주 부딪쳐서 집을 나왔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아들은 집을 나올 정도로 사상을 강요 당한 걸까. 취재 결과 박 씨는 박성제(58) 전 MBC 사장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뉴미디어비서관이었던 정혜승(54) 씨 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와 늘 대립각을 세우는 MBC의 전직 사장 아들이 조선일보 1면에 "나는 우파요"하고 공언했으니 박 전 사장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박 전 사장은 "난 아들을 존중한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각자 생각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닌가. 아들이 어린 사람도 아니고 20대 중반인데 아버지가 뭘 어떻게 하겠나"라며 "논쟁하고 토론도 하고 했는데 생각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폭력적인 것만 하지 않으면 (우파) 활동하는 걸 막지는 않겠다'고 했다. 가정 내에서도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박성제 전 MBC 사장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뉴미디어비서관이었던 정혜승 씨 아들 박준영 씨. 조선일보 1면
언뜻 보면 아들의 사상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박 사장의 온도와 아들의 온도는 많이 달랐다. 박 씨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두고 "개인 판단이나 자유를 국가가 강요할 수 없다"고 말하자 박 전 사장과 정 전 비서관이 한 말은 "네가 배운 게 없어서 그렇다"였다고 한다. 서부지법 사태 때는 "거기 모인 애들 다 바보고 신천지"라고 해서 박 씨는 집을 나갔다.
스물넷 먹은 대학생 자녀에게도 "배운 게 없어서 그렇다"는 부모들은 대체 어렸을 때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박 전 사장이 더 이상의 인터뷰를 거절해 캐물을 수 없었다.
자유대학 부대표이자 지난달 10일 전국 대학 최초로 연세대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주최해 대학생 시국선언의 물꼬를 튼 주역인 연세대 3학년 박준영 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수당패컬티하우스에서 열린 '자유대학생과 교수님의 만남'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서성진 기자
하지만 지난 1월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권정민(49) 서울교대 교수의 교육 방식을 보면 좌파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들이 왜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우파가 되는가 어렴풋이 유추해볼 수 있다.
권 교수는 1월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아들을 극우 유튜버에서 구출해 왔다"는 글을 썼다. 아들이 중2 때쯤 "여자는 왜 군대 안 가? 여자도 똑같이 가야지" "우리 사회는 남자를 너무 차별하는 것 같아" "남자가 왜 자기를 she로 불러달라고 해?" "여성부는 폐지해야 해"라는 말을 해서 '극우 유튜버'가 심어놓은 사상에서 때문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권 교수에 따르면 아들은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 조던 피터슨 유튜브 등을 주로 봤다.
권 교수는 아이를 극우 사상에서 빼오는데 쓴 방법은 권 교수식 '토론'이었다. 권 교수가 말한 토론은 이랬다. 왜 여성부 폐지가 남자인 아들한테도 손해인지, 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차별이 심한지, 왜 사람을 부를 때 그 사람이 원하는 방식대로 불러줘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얘기하는 '페미'와 진짜 페미니즘은 어떻게 다른지를 수 개월에 걸쳐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글을 읽다 보니 권 교수의 가정 교육 방식도 눈에 들어왔다. 권 교수는 "아들을 깨어있는, 진보적인, 인권감수성이 높은 남자로 키우기 위해 교육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시켰겠나. 어릴 때부터 매일 2~3시간 토론을 하고, 전세계를 데리고 여행 다니며 다양한 사회와 문화를 보여주고, 시사 문제를 아이와 이야기했다. 예술과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클래식음악 공연, 발레공연, 뮤지컬공연, 국악공연, 미술관과 박물관을 섭렵했다"고 썼다.
1월23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권정민 교수. 유튜브
권 교수 페이스북을 살펴 보다 그가 누구보다 '폭력'에 민감하다는 것에 의아해졌다. 한창 놀고 싶어하는 중학생을 발레 공연, 국악 공연에 데려가고 다녀와서는 날마다 2~3시간 토론하는 건 폭력이 아닌가. 그는 "극우는 폭력적이다. 극우는 폭력을 약자에게 휘두른다. 이들은 약자에 대한 폭력을 통해 계급화를 추구한다"고 했다.
현재 고교생인 권 교수 아들은 동급생들에게 '빨갱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아들이 학교에서 빨갱이라고 불리는 걸 아는 권 교수는 이 글을 쓴 직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아들 구출기를 또 다시 설파했다. 이게 또 다른 폭력인 걸 권 교수는 모르는 걸까. 물리적 폭력만 폭력이라고 한정짓는다면 자신의 아이를 진보적인 남자로 키우고 싶어하는 권 교수는 2005년 시위대를 때려잡던 노무현 정부가 '진보 정권'이었다고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1월 시위대를 공격하는 경찰과 경찰을 공격하는 시위대. MBC 캡처
갑자기 권 교수에게 "아들이 혹시 최근 '공부하느라 바쁘다'며 좀처럼 방에서 나오지 않는지요?"라고 묻고 싶어졌다. 박 전 사장 아들이 부모와의 논쟁을 피하려고 했던 행동이 기억에 남아서다.
"한동안 탄핵을 찬성한다는 식으로 연기를 했어요. 안 그러면 제가 힘드니까요. 여의도 탄핵 찬성 집회에 같이 가자 할 때는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둘러댔어요."
매일신문 최훈민 기자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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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우린 86세대 부모와 달라”...4050보다 ‘보수 성향’ 지수 높았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본지 기획
[한국 2030 리포트] [1]
계엄·탄핵 관련 견해도 온도차
본지는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다는 청년 4명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뮤지컬 배우 차강석(35)씨, ‘탄핵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청년들’ 대표 권예영(27)씨, 대학생 박준영(24)씨, 영어 강사 전은영(32)씨. /고운호 기자
대학생 박준영(24)씨는 2023년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86세대’인 아버지와는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이 달라 자주 부딪쳤다. 진보 성향인 부모는 생각이 다른 아들에게 “네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놓고 박씨는 부모와 크게 충돌했다. 부모는 탄핵 반대 세력을 싸잡아 비난했고, ‘반탄 집회’에 참석하던 박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집을 나왔다고 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본지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6일 실시한 정치 인식 조사 결과, 2030세대의 보수화 현상이 확인됐다. 박씨도 그런 2030세대 중 한 명이다. 국가미래전략원은 2030세대가 부모뻘인 86세대가 보이는 이념적 진보성과 대비되는 이념적 보수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치 인식 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이념 성향 지수는 각각 5.04점과 5.24점이었다. 10점에 가까워질수록 보수 성향이 더욱 강하다는 뜻으로 40대가 4.83점, 50대 4.72점인 것과 대비됐다.
그래픽=김성규
2030세대는 현재의 정치 체제에도 부정적이었다. 20대의 33%, 30대의 32%만이 현재 한국 정치 체제가 민주적이라고 답했다. 40대는 43%, 50대는 44%가 한국 정치 체제는 민주적이라고 했는데 이보다 10%포인트가량 낮은 것이다.
2030세대에서 반중(反中) 성향도 두드러졌다. 이들의 70%가량이 중국을 ‘적대·경계' 대상이라고 답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70대 이상(50%)보다도 반중 의식이 강했다.
2030의 보수화 경향은 최근 몇 년 새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의 2020년 1월 조사에서 본인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20대는 18%였는데, 올해 1월 조사에서는 28%로 10%포인트 증가했다. 30대 보수 역시 20%에서 33%로 13%포인트 늘었다.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정치적 의미에서 특정 세대가 주목받게 된 것은 ’86세대' 이후 사실상 처음”이라며 “86세대가 이념 지향적이고 진보적이라면 현 2030세대는 보수화라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