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스타트업 초기멤버

유럽에서 다니던 회사가 미국에 팔렸다.

by 먹셀로나


나는 스페인에서 살고 네덜란드 회사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이 회사에 근무한지는 4년이 되었고, 회사에서 시니어 타이틀도 달게 되었다.


회사는 꽤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다들 꽤 괜찮은 연봉을 받았고, 넉넉한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전직원 원격으로 근무했고, 매년 20%정도의 성장률을 가진 회사였다.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 리스크를 높이기보다 현재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비지니스를 운영하자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근무한지 3년을 넘긴 어느날,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공지가 올라왔다. 전 직원 참석을 요청하는 미팅의 공지였다. 이렇게 전직원이 의무로 참석하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직원들은 무슨 일인지 의아해했다. 테크 업계라면 피할 수 없는 레이오프 소식인가, 아니면 투자를 받았나, 아니면 창업자가 그만두나, 온갖 소문들이 퍼지게 되었다.


다음날 우리는 회사가 시리즈 A 펀딩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미 결정된 일이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직원들은 근무한 햇수에 따라 배당된 보너스를 받게 되었고 하루 안에 모든 문서에 사인을 진행해야 했다.


약 6개월만에 회사는 완전히 다른 곳이 되었다. 미국에서 각종 C-level이 고용되었다. 매주 새로운 사람들이 고용되어 이름을 외우기에도 벅찼다. 너무 많은 리더십이 고용되어 누구에게 어떤 컨펌을 받아야하는지도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했던 CPO (이자 기존 창업자 중 1인)는 해고를 당했다. 그가 평생 일구어온 회사였다. 그는 모든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사람이었지만, 회사 경험이 없어 모든 일에 병목 현상을 일으키던 사람이기도 했다. 기존의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한 회사는 그것을 빠른 시일내에 제거했다.


회사는 몇년 안에 회사를 몇배로 불릴지 목표를 세웠다. OKR 시스템이 들어와 팀별 목표가 세워지고, 시스템이 변하고, 사용하는 툴도 변하고, 일하는 방식도 변하기 시작했다. 기존 멤버들은 끊임없이 피드백을 전달했고 새로운 CEO는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회사는 워크샵을 진행해 기존 멤버들과 새 멤버들의 통합을 시도했다. 포르투갈의 예쁜 도시에서, 바다를 보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만난 c-level들은 훨씬 더 인간적이었고, 유쾌했고, 상식적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던 워크샵이었지만, 직원들에 대해서 뒤에서 끊임없이 평가가 이루어졌다. 쟤를 데려간다고? 하던 직원까지 끌고가던 이전의 회사는 없었다.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여기까지“ 라는게 명확했다. 왜 그런 결정을 냈는지 이해는 하더라도 감정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내게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직원들은 혼란스러워했지만 동시에 빠르게 적응했다. 자신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했고, 신뢰를 얻어야했고, 이해할수 없지만 이해를 해야만 했다. 긍정적이어야했고, 비판적이어야 했고, 유능해야했다.


나는?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이렇게 웃다가도 언제 해고를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스페인에서 해고 당하면 꽤 큰 보상을 받는다고 “차라리 해고 당하는게 낫겠어“ 농담을 했지만 사실 그게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일을 잘하는 직원에게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 성실히 성과를 내고 재빠르게 움직이여야 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성과를 어필해야 한다. 아니 사실 내가 그걸 원했나? 잘한다고 살아남을수는 있는거야? 하는 생각을 수십번도 한다.


대혼란의 시대다. 이직해서 큰 회사에 가려던 계획은 어쩌다 스타트업 초기 멤버가 되어버려 회사 성장에 동참하는 계획이 되었다.


하지만 값진 경험이다. 많은 사람들이 겪어보지 않은 길이다. 절벽을 맞닥뜨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때, 뛰어내리는 것만이 유일한 길일때, 그제서야 내게도 날개가 있었디는 사실을 알았다는 어느 유명한 말처럼 나도 그렇게 훨훨 날 수 있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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