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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과수 Aug 13. 2020

요즘, 삶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숨을 고르기 딱 좋은 타이밍

불안한 감정을 넘어 일상 속에 당연하듯 자리 잡아버린, 코로나 19. 마스크는 대체 언제까지 쓰면 되는 것인지 아무도 아는 이 없고, 이제는 불평할 수 없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 19로 인해 물리적으로는 생활 반경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생각의 크기도 덩달아 작아지기 시작했다. 어딘가를 갈 수는 있지만 떠나는 즐거움 보다, 걱정과 조심스러움을 동반해야 하니 마음 어딘가가 조금 찜찜하다. 더군다나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장마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우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요즘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지겹다'.


원래도 알 수 없던 미래가 더욱 불확실해졌다. 매번 그리던 '미래'가 사라진 진 것이다. 당연한 듯 계획했던 앞날이 사라지니 그걸 계획하던 시간과 함께 텅 빈 채로 나에게 주어졌다. 미친 듯이 일을 하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둘 중 하나였던 삶에, 그 무엇도 아닌 '시간'이 생겼는데 나는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했다. 항상 바쁜 시간과 자극 속에 숨어 있는 아무것도 아닌 진짜 평범한 시간들을 이제야 마주한 것인데, 나는 기뻐하는 대신 당황스러워한 것이다. 


'아.. 안녕..! 근데 너라는 시간은 또 어떻게 써야 하는 거지?'


항상 '바쁘다', '정신없다'라는 말을 입에 다고 살아왔던 나는 정작 제대로 흐르는 시간을 마주 했을 때 '여유롭다'가 아니라 낯설고 지루하다고 느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전력질주를 하고 달려왔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제야 내 페이스에 맞게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다.


그러다 4년 전 프라하에서 쓴 글을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는데, 문득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이곳에서 딱히 대단한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아요. 오히려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우체국에 들러 편지도 보내고.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고, 강가를 따라 걷고, 무언가에 쫓기는 것 없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고 있어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저에게는 해야 할 일들이 주어지고, 견뎌야 할 일들이 생기겠죠? 하지만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서 한국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일상을 만들어 보려고요. 여행만을 통해 자유를 얻기엔 가까이에 있는 행복도 분명 많을 테니까요.'

<무과수의 기록 프라하 편> p36



바쁜 일상 속에서 겨우 틈을 내 맛봤던 '자극적인 행복'. 우리는 그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행복마저도 더 큰 자극이 아니면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을 아닐까. 행복을 자극이 아닌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평온이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이 그러한 자극적인 것들에서 무뎌지는 인고의 시간을 지나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받아들이니 무엇을 해야 할 것만 같던 조급함과 별 일 없어 허무하던 감정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 시간을 오로지 나에게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속도로 살아가면 좋을지, 내 일상에서 꼭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것은 무엇 일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지금이 바로, 숨을 한번 골라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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