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해서 경험 사기
학교 졸업 후, 오랜만에 다시 전업 학생이 되었다. 매일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는 나날이 반복됐고, 좀 더 평온한 대학생활을 경험했다. 입학 때 나의 목표는 대학 생활 재정립으로, 이전에 힘들었던 대학 생활을 대학원의 새로운 추억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학생임원도 해보고,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우호적인 환경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 그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했지 싶다.
동시에, ‘공부하기 싫다’는 마음이 여러 번 들기도 했다.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왔지만, 일하던 때가 그립기도 했다. 학생임원 선거운동 후 번아웃이 세게 오면서 영어 글이 아예 안 읽히기도 했고, 그 증상이 나아진 후에도 길고 복잡한 영어 논문과 교과서를 읽기는 쉽지 않았다. 하기 싫어 미루기도 하고 회피도 하며 내가 탐구심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가,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쏟아지는 공부량에 허우적거리면서 주어진 과제를 해내기에 급급했던 기억도 난다.
그냥 내가 공부랑 맞지 않는 걸까? 생각도 많이 들었다. 무언가 탐구하고 학문을 파내려가는 것보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해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내 성향을 알 수 있었다. 그 점에서 학생임원을 한 건 잘한 선택이라 생각이 든다. 공부만 하는 상황이었으면 좀 더 기운이 빠졌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대강의실 강의였다. 150명-200명의 학생으로 가득 찬 강의실에서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기만 하는 것은 내 적성에 영 맞지 않았다. 온라인 강의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강의마다 소규모로 모여 강의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세미나 시간이 있어 다행이었다. 강의를 잘 듣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했다. 세미나 리더, 친구들과 내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고, 수업 전 수업자료 복습 그리고 강의자료와 내가 토론을 한다는 마인드셋을 가져봤다.
오히려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인 것 같기도 하다. 각 과목마다, 그리고 강의마다 더 흥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Health Economics 보건경제학은 크게 재미가 없었고, 마찬가지로 Issues in Public Health, 보건경제학의 주요 이슈 과목도 이론 부분에서 크게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Health Services, 의료서비스 부분은 내 관심사여서 더 재밌게 들었다. Principles of Social Research 사회연구의 원칙 과목은 유용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게 쉽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래도 석사 과정이 기본적으로 연구를 시작하는 과정이기에, 중요한 과목이라 생각한다. (과목 설명은 아래 첨부되어있다) 앞으로 질적 연구 및 문헌 고찰 위주로 2, 3학기 과목을 선택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좀 된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살고 학습하는 것도 큰 배움이었다. 전반적으로 진보적인 학교 분위기, 젠더 프리 화장실 및 퀴어 프렌들리한 학교 환경에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교수와 학생 사이가 수평적이었다. 한국의 아무리 적더라도 미묘하게 있는 권위주의, 특히 나에게도 뿌리깊이 박혀 있는 그러한 태도를 돌아볼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좀 더 열린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동시에, 여기도 Far right, 극우, 영국 및 잉글랜드 국기 부대, 트랜스젠더 혐오(해리포터로 유명한 J.K. 롤링도 트랜스젠더 혐오를 주도하고 있다)도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이 시간은 사서 고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시에 나에게 귀한 경험, 나를 바꿀 수 있는 경험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내가 하는 바에 따라 바뀌지 않을까?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학교 생활을 해봐야겠다. 지치지 않는 선에서,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 모든 지식을 흡수하지는 못하더라도, 내 앎의 뿌리를 강화하고 시야를 넓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1학기 과목 총평
통계와 STATA 프로그램을 배우는 Basic Statistics for Public Health Practice(보건통계수업)과 Basic Epidemiology(기본역학수업)부터, 조금 더 사회학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Issues in Public Health (보건 이슈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등 사회와 건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업)과 Principles of Social Research(사회연구의 원칙)이 있다. 선택과목은 Introduction to Health Economics(보건경제학 개론) 과 Health Services(의료 서비스) 를 배운다.
Basic Statistics for Public Health Practice : STATA 라는 통계 프로그램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보건학에 있어 기본 통계를 가르친다. 정말 기초적인 수업이기에, 통계 마스터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했고, 바꿔달라는 피드백도 가장 많은 수업이었다. 다행히 나는 통계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세미나 할 때 같이 하는 친구랑 협업이 잘 돼 생각보다 할 만 했다.
Basic Epidemiology: 역학. 질병 관련 연구의 기본 개념과 연구의 해석을 배운다. 단면 연구, 코호트 연구, 환자-대조군 연구, 무작위 대조 연구 등 연구 방법론, Confounding Factor 교란 요인, Bias 편향 등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배운다. 무엇보다 연구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각을 기를 수 있어 좋았다.
Issues in Public Health: 앞 두 과목이 정량적인 과목이라면, 이 과목은 좀 더 보건에 관련된 이슈를 배우는 질적인 강의 내용이 많았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뿐만 아니라 정치적/기업의 결정 요인도 배운다. 나중에는 건강을 보는 사회 총체적인 시각을 배웠는데, 이 부분이 좋았다.
Principles of Social Research: 사회 연구방법론을 배운다. 관찰, 인터뷰 등 질적 연구부터 설문조사, 실험 등 양적 연구, 문헌 연구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질적 연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중요하다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제일 어려운 과목이었다.
Introduction to Health Economics: 기본경제학. 수요와 공급 곡선, 독점 등 여러 경제 요인에 대해 배우고, 보편적 의료 보장, 건강 평등, 의료의 경제적 평가를 다룬다. 앞에 경제학은 정말 재미없었는데(학생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뒤에 의료에 더 관련된 부분은 흥미롭게 들었다.
Health Services: 의료체계에 환자들의 수요, 의사 및 의료 공급자들의 행동 등 의료체계의 주체들의 관계를 배운다. 기억에 남는 점은, 모든 의료 지불 체계는 어떻게든 의사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완벽한 의료체계는 없지만, 여러 방법으로 최선의 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