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함께하는 검사와 치료
매일 아침 나의 루틴 중 하나는 우리 의원에서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들을 쭉 보는 것이다. 이것은 혈액검사 해주는 업체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정상인 경우는 아무 표시도 나오지 않고, 정상치보다 높은 경우 붉은색, 낮을 경우 푸른색의 화살표가 뜬다. 그러면 화살표가 있는 부분만 클릭해서 본다.
보통의 경우 정상치보다 약간 벗어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크게 높거나 낮은 경우에는 꼭 확인하고, 다른 원장님 환자이면 전달하고 내 환자이면 내원하라고 문자나 전화를 한다. 대장암 분변검사에서 양성, 즉 대변에서 피가 나온 경우는 대장내시경 예약을 잡기도 한다.
어떤 수치가 크게 떠있으면, 그때부터 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빈혈이 나왔을 때, 이 빈혈이 왜 나왔을까? 철분의 문제일까, 영양소의 문제일까, 혈액 생성의 심각한 문제일까(이 때는 큰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한다), 아니면 단순히 기질적인 것일까? 이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검사를 추가적으로 실시해야 할까? 또한, 환자가 오면 물어본다. 오랫동안 빈혈이 있었는지, 다른 느끼는 증상들은 없는지 등 문진을 하면서 원인이 뭘까 생각을 한다.
의학은 확률 게임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며, 무언가의 원인을 100% 확신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기에 확률 싸움을 한다. 지금 증상이 위험한 증상일까? 여기에서 추가검사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 이득일까? 추가검사를 해도 뭔가가 안 나오면? 물론, 필요한 모든 검사를 해야 한다라고 답을 내릴 수도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모든 검사를 할 수는 없다. 비용 대비 효과성이 너무 떨어지며, 실제로 환자들을 진료할 때 환자가 원치 않는 경우도 많다.
의학에서, 정해진 답은 없다. 환자가 질병으로 오면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알고리즘은 비슷하지만 (표준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다.), 그 가이드라인의 세세한 부분은 의사가 정한다. 예를 들면 당뇨가 그렇다. 당뇨약은 종류도 많고, 용량도 다양하다.
한 환자에게 어떤 당뇨약 조합을 쓸지는 나이와 합병증에 따라 대략적으로는 정해져 있지만, 이 환자가 혈당 조절이 잘 안 될 때 추가적인 약을 쓸지, 생활요법으로 더 낮춰볼지, 아니면 인슐린을 주사투여 할지는 환자마다 다르며, 의사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의사는 환자랑 같이 이야기를 하며 이 분이 건강적 측면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한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환자가 자신이 무언가를 더 하길 원하면, 더 많은 생활습관적 부분을 알려드리기도 한다. 반면, 생활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처지의 환자들도 있다. 그런 경우 무조건 탓하기보다는, 약으로라도 조정을 하고,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한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 환자도 그렇고, 의사 또한 그렇다. 의사도 가끔씩 판단에 대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의사의 잘못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실이 그러할 뿐이다. 환자 또한, 만성질환의 경우 완벽하게 생활습관을 지키는 환자는 드물다. 오히려 그렇지 못한 환자들이 더 많고, 변화를 위해 노력할 수는 있되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와 환자는 단지 한 팀이 되어 건강에 대해 고민하고, 최선의 방안을 고민한다. 그렇게 또 병원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