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고 없이 무탈한 삶의 지루함과 감사함에 대하여
‘책방 무사’ 요조가 제주와 서울에서 운영하는 책방 이름이다. ‘무사’라는 말이 참 좋다는 것을 이 책방의 이름을 접하고 깨달았다. ‘무사하다.’는 것은 ‘아무런 일 없다.’ 혹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책방은 후자의 의미겠지.
2년 간의 꿈같은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다시 현업으로 돌아온 지 1년이 되었다. 대학원 시절의 내 삶은 단편 소설을 쓸 수 도 있을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전문 상담 선생님께 상담을 받으며 내가 모르던(혹은 깊숙이 묻어두었던) 나를 알게 되었고, 질적 연구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추가되고, 좋아하는 팟캐스트가 늘었고 같은 팟캐를 듣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결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새로운 혹은 다시 친해진 인연을 만들고, 다양한 경험과 일탈을 했다. 벌써 아득한 그 시간이 그립기도 하고 그게 모두 2년 사이 일어난 일이라니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23년 2월 졸업과 동시에 복귀한 학교에서의 삶은 숨 돌릴 틈이 없었다. 겨울방학을 하고 나서야 지난 1년을 복기하며 숨을 돌린다.
매우 바쁘고 때때로 무사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견뎌내고 무탈, 안녕, 안온한 시간이 왔다.
2024년 1월, 요즘의 내 삶은 조금은 바쁘고 대체로 무사하다. 그 바쁨도 나를 돌보느라, 나를 발전시키느라 생긴 분주함이기에 감사하다.
그런데 건강한 시간은 다른 말로는 지루한 시간이다. 지루함을 견뎌 스스로가 대견하고 감사한 뒤엉킨 감정의 시간들이 흐르고 있다.
고3 사물함에 인생의 모토를 적어야 했었다. 나는 ‘苦 = 樂‘이라고 적었다. ‘지금의 고통이 곧 나중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라는 의미로.
그래서 그 나중의 나, 지금의 나는 즐거운가(樂)? 그런 것 같다. 그때 힘들어서 지금 안정적 직장을 얻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현재의 고통(苦)이 없다고도 볼 수는 없다. 나는 고통을 기쁨(즐거움)이라고 여기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매일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헬스도, 매일 지키려는 클린한 식단도 누군가에게는 큰 고통이지만 나는 그것이 기쁨이다.
무탈함은 지루하게도 분주하고 빼곡한 일상으로 이뤄진다. 그러니 지루해하지 말자.
너 그 지루한 거 사실은 좋아하잖아. 무탈하고 건강한 삶이 잠깐 지루해진 스스로에 쓰는 편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