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정산
2025년 상반기를 정산해 보았다. 오늘이 7월 12일이니, 6월이 지나가고 하반기가 시작된 지 12일이 지나고 있는 시점이다. 방콕에서의 삶이 0.5년 지났고, 1.5년 남았다. 뭐든 미룰 때가 아니었다. 이곳에서의 매 순간을 더 즐겨야 했다. 방앗간처럼 가는 KIF에서 상반기 결산과 하반기 계획 페이지를 다 채웠으니, 최선의 선택은 이 근처에서 가장 차분하고 멋진 밤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저장해 둔 장소를 뒤졌다. Rhodes는 인스타 스토리를 보니 디제잉 들으며 춤을 추러 가는 곳이었다. 노래도 신나고 재밌어 보였지만, 오늘의 무드는 아니니 방학 중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혼자도 가봐야지.‘ 생각만 했던 2463 speak easy로 발을 옮겼다. 이 글은 그 바에서 쓰고 있다. 아이패드를 열어서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타이핑을 하는 일도 오랜만이고, 토요일 밤 혼자 바에서 술 대신 목테일(mocktail)을 마시는 일도 처음이다. 동네 바에서 이런 토요일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일이 감사하다. 방금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기를 (정말) 잘했다.
상반기의 내 삶은 처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첫 비즈니스석, 첫 BTS, 첫 해외은행 계좌 개설, 처음 먹는 다양한 태국 음식들, 첫 외국에서 콘도 렌털 계약. 한국에서도 치앙마이에서도 혼자 바를 간 적이 있지만 도수 높은 술만 찾아 마셨지 목테일을 마시는 일도 처음. 인생의 반을 지나는 지금도 이렇게 처음 하는 일이 많다는 게 설렜다. 새롭지 않은 일도 새롭게 느껴졌다. 프라이팬을 사서 달걀 프라이를 만들거나 닭가슴살을 굽는 일조차 생소하게 감각했다. 뿌듯하지 않을 일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빅씨, 로터스, 맥스밸류와 같은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일도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 결제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내 핸드폰 번호를 태국어로 말해서 적립하는 순간도 잊지 못한다.
상반기를 돌아보기 위해 1월부터의 일기를 읽어보았다. 한국에서 모든 짐을 정리하고 방콕에 도착한 첫날, 한숨 자고 일어나 방콕현대미술관(MOCA)에 에어컨 없는 8밧 버스를 타고 갔다. 2일 차에는 숙소 근처 대학의 학생 식당에서 55밧 뷔페를 먹고, 그 동네에서 네일 아트를 받았다. 3일 차에는 라인으로 연락해 온 중개인을 만나 통러 근처 콘도 한 곳을 갔다가 헬스장에서 무료 PT까지 받았다. 새로운 장소를 발로 코로 눈으로 탐색했다. 헬스장을 매일 가지 못하니 걷는 것으로 운동량을 채웠다. 방콕에서는 관광객과 개만 낮의 거리를 걷는다고 했는데, 한낮에 땀 흘리며 양산을 쓰고 걷는 외국인이 나였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택시는 가장 마지막 선택지였다.
최소 걸음 수 이상 걷기와 같은 루틴은 지켰다. 루틴을 지키는 한, 어디에 있든 나는 나였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일기를 쓰고 운동을 했다. 일일권, 일주권, 한 달 권을 끊어서 헬스장에 갔다. 러닝이 하고 싶을 때는 해를 피해 새벽에 동네나 공원을 뛰었다. 지금은 다섯 곳의 체육관을 체험한 뒤 한 곳에 정착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프로틴 파우더가 떨어져서 태국 라자다에서 새로운 프로틴 파우더를 주문했다. 에어프라이어, 블렌더도 주문했다. 태국의 그릭 요거트, 계란, 스테비아를 이용해 케이크를 만들고 프로틴 빵을 구워 먹었다. 재료와 도구만 태국산이지, 먹는 음식과 요리하는 행동은 한국에서와 같다. 새로운 익숙함 속에서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고 설렘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