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 1. 대선 토론
지난 대선 때, 토론이 한창 화제가 됐었죠. 저도 재밌게 봤는데요, 쪼끔 눈쌀이 찌뿌려지는 장면들도 있지만, 대부분 서로 매너를 지키면서 사회 문제들을 다뤘던 것 같습니다.
이 대선토론이 실제 투표율에는 3% ~ 5% 정도의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지지율을 결정적으로 바꾸지는 않지만 대선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들 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대선 토론을 보는 자세, 그리고 왜 토론을 하면 감정적이게 되는지, 토론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점, 그러면 왜 하는건가 공부해봤습니다.
# 2. 유동층
대선 토론이 시작되는 시점에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유권자들이 있고 아직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있겠죠.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유권자들은 정치에 관심이 높고, 본인의 정치성향이 있으며, 후보들의 정책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대선 토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고, 정치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느낌으로 토론을 봅니다. 이 대선토론이 크게 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아직 정하지 못한 유동층은 이 대선토론이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유동층은 바쁘거나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가 적을 수도 있구요. 아니면 후보들이 다 싫어서 아직 결정하지 못했을 수 있겠죠. 이 대선토론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그나마 나은 ‘차악’ 후보를 고를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대선토론을 어떻게 임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대통령이 되면,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관점의 주장을 모두 다 수렴해서 가장 좋은 방향이 뭔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타인의 주장도 귀담아 듣고, 감정적으로 토론하지 않는 게 중요하겠죠. 다른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자극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구요. 상대에게 무례하게 공격하거나 일반화하거나 논점을 흐리거나 상대를 이겨먹으려고 하면 안됩니다.
대통령은 국민을 이겨 먹어야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를 듣고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감정적으로 공격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그런 후보가 유동층에게 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3. 토론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정말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토론은 이기려고 한다는 겁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학생 때 토론하면 꼭 목소리가 커지고, 흥분해서 토론이 끝났던 것 같은데요.. 상대를 반박하고 공격해서 아무말도 못하게 만들어서 내가 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 대회, 토론 평가, 잘못된 교육의 결과인데요.
토론은 기본적으로 3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1번. 공통 전제 찾기
2번. 다양한 관점 듣기
3번. 더 나은 결론 도출하기
예를 들어 '기본소득' 토론이라면, 1번, 공통 전제를 찾습니다. 기본소득을 반대하기도 하고, 찬성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국민 모두의 빈부격차를 줄이려고 하는 것,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살게 하는 것, 노동의 가치가 약해지지 않는 것 이 가치들에 대해서는 양쪽 다 동의를 하겠죠. 이렇게 공통의 전제를 찾고 출발점을 맞춥니다.
2번,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듣습니다. 선별적 복지가 보호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약자들이 도움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소비가 진작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알바생들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노동의 가치가 낮아져서 사회 전체가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 각계각층의 관점에서 의견을 수렴합니다.
3번, 더 나은 결론 도출하기 그러면 기본소득의 장점으로 빈부격차를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장점은 가져가되, 노동의 가치가 상실될 수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더 나은 결론을 찾아봅니다.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줘서 소비를 진작한다거나 식음료에만 돈을 쓸 수 있게 쿠폰으로 지급한다거나
결론은 우리가 토론은 꼭 이겨야 한다! 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토론은 공통전제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관점을 듣고,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함이다. 라는 걸 이해해야한다는 겁니다.
# 4. 감정적 반응
토론을 하면 우리가 왜 감정적이게 될까요? 우선 상대가 내 의견에 반박을 하고 부정하면 나 자신을 부정 당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은 내 정체성으로 연결이 되는데, 반박을 들으면, 내가 틀리고, 내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방어적으로 감정적인 반응이 툭 나오는 거죠.
그리고 이기고 싶다는 욕구가 앞서면,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내가 이 사람을 논리에서 이겨먹어서 아무말도 못하게 해야하는데! 자꾸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니까.. 억지를 부리고 싶고 기선을 제압하고 싶어지는 거죠. 그래서 이런 감정적인 뇌, 편도체가 이성적인 뇌, 전전두엽을 압도해버리면 자존심이 상했다고 느끼고, 무시당했다고 느끼면서 목소리가 커지고.. 말을 끊어버리고.. 논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토론을 잘하는 것은 토론의 목적을 바로 아는 겁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여유. 다른 관점들도 골고루 듣는 자세가 필요하구요. "그러니까 이런 말인거지?" 상대의 말도 요약해줄 수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만약에 감정이 올라와버린다면, "잠시만 이건 생각을 정리하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자기 감정을 객관화하고 논리로 돌아와서 신중하게 토론을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5. 토론은 더 나은 결과 찾기
이제 대선토론이나 사회적 토론을 보시면서 "아, 저 사람은 저런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감정을 유지하는 게, 신뢰감이 가네.”, “아, 저 사람은 토론 태도가 좋은 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듣고 좋은 결론을 내기 위해서 노력하는구나.”, “아, 저 사람은 남들 얘기도 잘 안 듣고 토론을 이겨먹으려고 하네? 토론은 이기는 게 아닌데.."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정말 사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결론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이런 관점으로 토론을 보실 수가 있겠죠. 그리고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토론을 할 때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상대를 이겨먹으려고 하는 거 보다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더 좋은 결론을 찾아나가는 게 대화와 토론의 목적이다.'
이렇게 마음을 먹어주시면 좀 더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