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로 떠나다

달리고, 오르고, 먹고 마시다

by 무화로

여수로 떠나다


원래 목적지는 서울이었다. 한 달 정도 전에 아내는 운 좋게 ‘불수사도북’ 종주 산행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나는 아내를 응원한다는 핑계를 대고 따라가 한강 주변을 달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시골에 내려온 후 가끔 미치게 생각나는 ‘서울 술집 음식’과 하이볼을 먹고 싶었다.


날씨 어플을 보던 아내가 우울하게 말했다.


“주말에 꽤 큰 비가 내릴 것 같아.”


평소 좋아하던 부부 인플루언서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어서 기대가 컸던 아내는 모든 신경이 스마트폰을 향했다.


“띠링”

문자가 왔다. 혹시나 했지만 참가자의 안전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취소한단다.


우울해하던 아내가 말했다.


“남쪽에는 비가 안 온다.”

“남쪽으로 갈까? 어디?”

“여수에 가자. 바다가 있고, 산도 있어.”


우리는 등산과 달리기를 하고, ‘술집음식’을 먹으러 여수로 떠났다.


여수 달리기


집에서 두 시간을 달려 여수에 도착했다. 숙소는 국동에 잡았다. 이번 여수 여행의 첫 번째 목표는 여수 달리기. 여수 바닷가를 달리고 싶었다. 숙소 가까이에 항구(국동항)가 있다. 항구를 지나 무지개해안도로를 거쳐 여수해안도로를 달린 후 되돌아왔다. 그런데 달리기를 할 때 항구는 조금 피해야 한다. 정박한 배들이 내뿜는 매연이 만만치 않다. 매캐한 매연을 맡으면서 달릴 필요는 없으니까.


사람들이 무지개해안도로라고도 하는 서목길은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달린다. 코스가 길지는 않은데 함께 온 친구들이 여행사진을 찍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잡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서목길의 끝에서 만난 히든베이호텔을 지나 신월로로 올라갔다. 오른쪽으로는 자동차들이 달리고, 널찍한 인도가 나타났다. 여수 바다를 눈에 품고 달린다. 우리 말고도 달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는 오후에 달렸는데, 해안도로 옆 가로등이 있어서 저녁 달리기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우리가 저녁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저녁에는 먹고 마셔야지.


금오산과 향일암


돌산도로 향했다. 금오산을 올라 향일암까지 걷고 뛸 생각이다. 굽이길을 올라 율림치 주차장에 차를 댔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주말이어서인지 주차장은 한산했다.


등산로 입구에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일부라는 안내판을 봤다. 금오산과 향일암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8개 지구 중 하나인 금오도지구라고 한다. 주차장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경사가 심하지 않다.

20251011-DSCF9498.jpg

슬슬 걷다 보면 금오봉이 보이고 여수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20251011-DSCF9504.jpg
20251011-DSCF9512.jpg
20251011-DSCF9509.jpg
20251011-DSCF9582.jpg
20251011-DSCF9555.jpg
20251011-DSCF9536.jpg
20251011-DSCF9498.jpg

향일암에서 내려오니 갓김치 맛을 보라며 성화다. 그렇지. 돌산갓김치가 유명하지. 오늘 저녁은 갓김치를 먹어야겠다.


돌산갓김치의 개운함을 확인하는 돌문어삼합


여수 향일암 주변에는 ‘돌산갓김치’라는 간판을 내건 가게들이 많다. 지날 때 맛보고 가라는 강권을 듣는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수 돌산갓김치에 대해서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


농산물이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과 재배지역의 기후조건 등이 잘 맞아야 한다. 사람들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역명을 붙인 농산물이 잘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조건과 함께 품종도 사람들의 기호에 영향을 미친다. 사과는 모두 같은 사과인 것 같지만 품종마다 단맛과 신맛, 그리고 식감에 차이가 있다.


돌산갓은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재배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재배는 1954년부터라고 한다. 처음에는 일본 갓을 들여다 지배했는데, 재래종 갓과 자연교배가 이루어지면서 현재의 돌산갓이 되었다고 한다. 재래종 갓은 잔 가시가 많고 톡 쏘는 맛이 강해 호불호가 커서 현재는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그런데 갓김치를 먹고 싶다고 해서 밑반찬인 갓김치만 먹을 수 있을까. 특히 소맥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여수에는 돌문어삼합이 있단다. 돌문어와 삼겹살, 갓김치를 함께 먹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식당을 찾았다. 새우, 관자, 전복도 함께 올려져 있다. 좋은 술안주를 모았는데 맛없을 수가 없다. 적당히 볶다가 버터까지 더한다. 버터는 반칙인데.

20251011-DSCF9641.jpg

갓김치는 제 역할을 다한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재료들 사이에서 깔끔한 맛을 담당한다. 삼겹살을 구울 때 갓김치를 곁들여야겠다.


갈치+무+감자조림


어릴 적 엄마는 자주 갈치도 구워주고, 조림도 해줬다. 생선요리라는 것이 그렇다. 한 번쯤 먹고는 싶지만, 집에서 해 먹기는 번거롭다. 고등어구이는 가끔 식당에서 먹는데, 갈치구이나 조림은 매번 고등어에 밀린다.


그래도 바다에 왔는데 생선요리는 먹어야지. 그런데 어제 조금 많이 마셨다. 어쩌지. 갈치조림을 먹자.


블로그에서 확인한 여수 관문동 식당에 갔다. 갈치조림 2인분을 주문하는데 사장님이 더 필요한 것은 없냐고 묻는다. 아내가 웃으면서 “주시면 고맙죠” 한다.

20251012-DSCF9672.jpg

이 식당은 갈치조림을 시키면 간장게장을 반찬으로 준다. 게장은 돌게로 담았다. 물갓김치와 갓김치가 있고, 낙지젓도 내준다.


갈치조림이 나왔다. 적당한 단맛과 매운맛이 갈치살과 잘 어울린다. 갈치조림에 감자와 무가 함께 들어있다. 왜 전에는 감자만 넣거나 무만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감자도 맛있고, 무도 맛있다.

IMG_7382.png

아, 그냥 갈치조림이 아니라 갈치+무+감자조림이구나.


게장도 먹어야 하고, 갓김치도 먹어야 한다. 낙지젓갈을 먹고 갈치+무+감자조림을 먹으려고 보니 이미 공깃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사장님, 밥 한 그릇 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