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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첩 Nov 01. 2019

나는 아직 이런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잠시 쉼표, 맺음말

사실 아직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들이 좀 더 엉켜 있다.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엉킨 실타래가 잘 풀려서 읽을 만한 무언가가 된다면, 그때 좀 더 몇 개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아직 마침표는 아니고 쉼표다.


제일 불쌍한 게 장애인 자식이 있는 건가 봐.”

엄마는 나와 통화하다가 새삼 이런 말을 했다. 낯선 사람 둘이 대화를 하다가 같은 공간에 있던 엄마에게도 이것저것 묻고 말을 걸었다고 한다. 둘은 친한 사이었고, 각자의 처지와 심정을 서로 이야기했다. 엄마와 우리 가족을 전혀 모르는 그들의 대화를 대략 요약하면, 너무 흔한, 일종의 정신승리였다. 둘은 각자의 처지와 힘듦을 이야기하다가 또 다른 누군가-장애인 자식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에 비해서 얼마나 본인들이 행복한지를 이야기했다고. 엄마는 말 끝에 “하도 들어서 별스러울 건 없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 역시 하도 들어서 별스러울 건 없지만, 아직도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 남의 다름이 결핍으로 보이면 그것을 자신의 위안으로 삼는. 아직 나는 그런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고마운 분들이 많은 이런 세상에 살고 있기도 하다.

구구절절, 연필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 보일 곳이 마땅치 않았다. 친구들에게 자세한 이야기와 내 감정을 이야기하기란 버거운 일이었다. 오롯이 나의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겠지만, (개인의 감정을 온전히 타인이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걸 이야기했을 때 동정 어린 마음을 내게 나눠줄까 두려웠다. 어? 이게 아닌데. 난 그냥 내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가장 연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은 부모님과 남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어도 각자 다른 곳에 서 있기에 나의 입장과 생각은 이렇다고 말하기도 쑥스럽고(내가 부모님과 남편의 입장을 다 헤아리지 못하듯이), 각자가 자신의 몫을 해 내고 있는데 나만 징징거리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일기장에 쓰듯 어린 시절에 대해 썼고, 성인이 되어서 겪었던 일에 대해서도 썼다. 자주 받는 오해나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나갔고, 앞으로의 불안감과 걱정에 대한 것도 썼다. 고마웠던 사람, 좋았던 것도 많았는데, 더 많이 쓰지 못해 아쉽다.

쓰면서 걱정했던 것은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어떠한 것도 주지 못할까 봐였다. 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읽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는커녕, 어떠한 즐거움도 주지 못하고 그저  시간, 데이터, 휴대전화 배터리를 소모하게만 만들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커질 때마다 용기를 내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건 읽어주는 사람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고맙게도 읽어주시고, 하트 모양 클립도 눌러 주시고, 구독도 해 주셔서 그런 두려움이 덜해졌다.


정말, 고맙습니다.

읽어주신 분들이 항상 즐겁고 건강한 날들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수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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